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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지배구조 좀먹는 내 편 네 편 가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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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금융회사 등 최고경영자 교체
기업 지배구조 흔드는 관치 논란

[아시아경제 남승률 기자] 신한·KB국민 등 시중은행이 송금과 대출 중도 상환 관련 수수료를 없애거나 낮추고, 대출 금리를 내렸다. 고금리 시대에 이자 장사로 수조원의 이익을 올렸다는 세간의 눈총이 따가운 데다, 금융당국까지 나서 전방위적으로 압박한 결과다. 특히 대통령도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자 등 떠밀리 듯 물러났다. 월급과 아이 성적 빼고는 모두 오른다는 고물가 시대에 한편으론 반가운 일이다.


이들 은행의 주주도 그렇게 여길까. 전체 이익에 얼마만큼의 악영향을 미칠지 계산하긴 이르지만 은행들의 이런 움직임은 주가나 투자심리에 악재인 건 분명하다. 은행 입장에서 억울할 수도 있다. ‘언제는 예대마진 따먹기에서 벗어나 수수료 수익이나 비은행 부문 수익을 늘리라고 호통 치더니…’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하다. 은행의 공공성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은행도 엄연한 민간기업인데, 정부가 나서 수수료 책정이나 금리 산정 등까지 간섭하는 것은 과한 처사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시비비]지배구조 좀먹는 내 편 네 편 가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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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앞서 신한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BNK금융지주 등의 회장이 개운치 않게 물러났다. 이들이 '그들만의 연임'에 과욕을 부린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 되는 내 편과 네 편 가르기의 단면으로도 볼 수도 있다. 이들은 세대 교체라는 그럴 듯한 명분으로 포장하며 물러났지만, 금융당국의 압박에 밀려났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어느 정권이든 그들의 눈에는 아직도 민간의 자율로 움직이는 '금융회사'가 아닌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다룰 수 있는 '금융기관'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정부의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은 손은 예전에 '민영화된 공기업' 또는 '주인 없는 기업'이라고 부르던 지금의 '소유분산기업'도 집중적으로 들쑤시고 있다. KT·포스코 등이 주요 타깃이다. 이들은 지분이 과반이 넘거나 지분율이 낮더라도 확실한 오너가 있는 회사가 아니라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풍에 시달렸다. 민영화 이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정권에 따라 경영진이 좌지우지된 탓인지 여전히 공기업 아니냐는 착각이 들 정도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말 KT의 단독 차기 대표 후보로 뽑힌 구현모 대표는 그 후 '셀프 연임' 저지를 외치는 정부와 여당 등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대통령은 물론 국민연금까지 적극 나서 퇴진 압박 수위를 높였다. 구 대표의 거취와 관계 없이, KT의 대표 자리 자체가 이미 만신창이가 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기업의 지배구조란 '오너 포함 경영진-주주-채권자-직원' 등 기업 이해당사자 간 역학관계를 총칭하는 말이다. 기업 경영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가리키기도 한다. 시장의 규제, 금융감독 체계, 관행 등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경영자가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위해 역할을 하도록 감시·통제하는 체계를 일컫는다. 이를 위해 소유와 경영의 분리, 사외이사제도 도입, 감사의 독립성 제고, 주주권리의 강화 등을 도모한다.


최고경영자 교체는 기업 지배구조에서 가장 예민한 문제다. 기업 이해당사자 간 역학관계의 정점에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포함 역대 모든 정부가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수단으로 이 문제를 건드려 수많은 관치 논란을 불렀다.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 그렇다고 관치는 절대 대안이 아니다. 특히 내 편 네 편 가르는 목적이라면 더욱 그렇다. 지배구조를 좀먹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과연 누가 끊을까.


남승률 증권자본시장부장




남승률 기자 nam91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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