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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소아과 '진료 대란'에 비대면 진료 폭증…"진료·상담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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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아들로 붐비는 소아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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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30대 직장인 엄마 김현희씨(가명)는 최근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콧물이 많이 나오고 미열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퇴근 후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가려 했지만, 동네 의원은 진료 시간이 끝났거나 문을 열었어도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는 결국 비대면 진료로 눈을 돌렸다. 김씨는 "소아과 진료를 보기가 요즘 너무 힘든데 퇴근 후에도 비대면 진료는 야간진료가 가능하고 약 배송까지 받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이 현실화한 가운데 소아청소년 환자의 비대면 진료 플랫폼 이용이 크게 늘고 있다. 병원 운영 시간에 진료를 보기 어려운 직장인 부모나 동네에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이 없는 경우 차선책으로 비대면 진료를 선택한 것이다. 비대면 진료는 특성상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덜한 만큼 필수의료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대면 진료에 비해 한계가 명확하고, 소아과 진료 대란을 해소할 근본적 방안은 아닌 만큼 신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아청소년과 비대면 진료 31% 증가"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부 대형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의료인력 부족으로 응급·입원진료를 제한하는 일이 발생하는 등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자 비대면 진료 이용률이 급증했다. 원격의료 플랫폼 닥터나우에서 소아청소년과 질환 관련으로 실시간 무료상담을 받은 건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1500여건으로 직전달(1040여건)과 비교해 40%가량 증가했다. 닥터나우는 지난해 7월부터 증상이나 건강 관련 질문을 남기면 전문 의료인이 5분 이내 답변을 제공하는 실시간 무료 상담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코로나19 겨울 재유행과 인플루엔자(독감) 동시 유행, 소아청소년과 진료의 어려움 등이 겹쳐 관련 질문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비대면 진료에서 소아청소년과는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닥터나우 전체 비대면 진료 진료과목 중 소아청소년과는 13%가량을 차지한다. 이는 내과, 피부과, 이비인후과에 이어 4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특히 실질적으로 육아를 하는 30~40대 여성 이용자로 범위를 좁히면 소아청소년과 과목의 비대면 진료 비중은 23.7%로 가장 높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이 이슈가 되기 시작한 지난해 12월 소아청소년과 비대면 진료는 11월보다 31.7% 증가했다"며 "진료와 상담 모두 급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비대면 진료 이용 후기.[사진제공=닥터나우]

비대면 진료 이용 후기.[사진제공=닥터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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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가 주목받은 배경에는 야간진료와 약 배송이 가능하다는 점이 있다. 닥터나우를 비롯해 올라케어, 나만의닥터 등 주요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은 야간진료와 함께 약 배송 서비스를 제공해 늦은 시간 퇴근하는 직장인 부모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에서도 요긴하게 활용된다. 플랫폼들이 제공하는 실시간 상담도 육아 초보 부모들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평이다. 늦은 밤 아이가 울거나 아파할 때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물론 아이를 키우며 생기는 사소한 궁금점까지 편하게 전문 의료진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어서다. 실제 닥터나우 실시간 무료상담의 경우 전체 4건 중 1건(25%)이 오후 8시~0시에 이뤄지고 있다. 한 이용자는 후기에 "병원이라고는 작은 보건소가 전부인 섬마을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병원에 가려면 배로 두시간이나 가야 하는데, 비대면 진료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게 진료받고 약도 처방받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남겼다.

비대면 진료 한계 명확…'진료대란' 해결 급선무

비대면 진료가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으로 발생한 공백을 일정 부분 메꿔주는 형국이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가벼운 질환이라면 약 처방을 받는 선에서 진료를 마칠 수 있으나 어디까지나 대면 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 한시적으로만 허용된 상황이라는 점도 지속가능성 면에서 떨어진다. 이미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상황에서 감염병 단계가 하향된다면 비대면 진료도 중단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비대면 진료 법제화 의지가 강하고 최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주요 의료현안을 다룰 '의료현안협의체'를 가동한 만큼 관련 논의에 어느 정도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필수의료 지원대책' 발표 이후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찾아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고 있다.[사진제공=복지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필수의료 지원대책' 발표 이후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찾아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고 있다.[사진제공=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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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 진료 인프라 구축도 시급하다. 국내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58곳에는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단 하나도 없다. 이들 지역에서는 아이가 아파도 내과 등 다른 진료과를 찾거나 타 지자체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인력 부족도 심각해 올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15.9%에 불과했다. 복지부는 최근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하면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추가 확충, 야간·휴일 소아 진료기관(달빛어린이병원 등) 확대와 함께 공공정책수가 도입 등 보상 강화 및 인프라 구축 방안을 담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인력 확보, 의사 유입 관련 방안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는 소아청소년 진료 특성에 맞는 보장 수준의 강화로 의료인력 유입을 유도하고, 중증도 중심의 3차 진료 수가 개선으로 진료전달체계를 개편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또 전공의 지원 강화를 위해 임금지원과 보조인력 비용지원 적용, 인력 위기 극복을 위한 전문의 중심진료 전환, 1차 진료 회복을 위한 수가 정상화로 관리·중재 중심의 1차 진료 형태 전환 등의 마련 등을 제시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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