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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차세대 발사체, '퀀텀 점프'로 팰컨9 따라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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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전용 연료·추력조절·다단연소사이클 등 필수 기술 이미 상당한 진척
항우연 "어렵지만 과한 욕심 아냐"
팰컨9 맞먹는 성능 갖춘 대형·재활용 로켓 될 듯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위성 모사체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고흥=사진공동취재단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위성 모사체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고흥=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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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완성되면 세계 최첨단 기술로 최고 효율을 자랑하는 스페이스X의 재활용 발사체 팰컨9을 곧바로 따라잡을 수 있다."


지난 29일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차세대 발사체'의 '스펙'에 대한 평가다. 지난 6월 성공 발사한 누리호가 첫 한국형 우주발사체로 '기본기'를 다졌다. 차세대 발사체는 첨단ㆍ고효율 우주 발사체에 필요한 기능을 골고루 갖춰 단숨에 기존 우주 강국들을 따라잡는 퀀텀 점프(대도약)를 이루겠다는 야심 찬 목표다. 일각에선 무리한 목표라는 우려마저 나올 정도다. 차세대 발사체의 구체적인 기술과 우리나라의 준비 상태는 어떨까? 실제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첨단 발사체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 연구 개발에 이미 상당한 진척을 해 놓은 상태인 만큼 "어려운 과제지만 과한 욕심은 아니다"라며 자신감을 표시하고 있다.

다단연소사이클 엔진, 이미 소형 개발 완료


기존 누리호에 사용된 75t급 액체 엔진은 가스발생기 방식을 사용했다. 가스발생기식 엔진은 터보펌프를 돌리는데 사용한 연소 가스를 터빈 배기구를 통해 외부로 배출해 버린다. 차세대 발사체는 다단연소 사이클 방식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터보펌프를 돌리는데 사용한 연소 가스를 다시 주연소실에 집어넣어 연소시켜 연료를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거꾸로 타는' 보일러를 생각하면 된다. 총 연료 효율이 20% 이상 올라가고 엔진 내부 연소압도 높다. 누리호의 연소압이 60ba였다면 차세대 발사체는 165ba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엔진이 이같은 높은 압력을 견디도록 설계하고 적정한 제작 매뉴얼과 공정을 개발하는 게 핵심 과제다.


다소 난도가 높지만 항우연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누리호도 30t급 소형 엔진을 먼저 개발해 본 후 75t급으로 대형화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다단연소사이클 엔진도 이미 소형을 개발해 시험, 검증까지 해본 상태라서 크기를 키우는 R&D만 남았다는 것이다. 문윤완 항우연 발사체엔진개발팀장은 "소형 다단연소사이클 엔진에 대한 선행 개발 연구를 통해 비행 직전 수준까지 경험을 축적한 상태"라며 "100t급으로 크기를 늘리기 위해 시스템 설계에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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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력 조절ㆍ다회 점화 기술도 확보


차세대 발사체의 핵심 개념 중 하나가 여러 번 사용해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1kg당 발사 비용을 1500달러 대로 낮춰 전세계 발사체 시장을 휩쓴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에 맞서기 위해선 필수적인 사양이 됐다. 이를 위해 가장 핵심적인 기술 중 하나가 로켓 회수를 위한 추력 조절이다. 엔진의 연료를 다 소모하지 않고 남겨뒀다가 로켓 동체를 온전하게 회수할 수 있도록 떨어지는 속도를 늦춰주고 예정된 지점으로 유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항우연은 이미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 로켓 엔진 추력 조절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엔진 시험 과정에서 이미 추력 조절 기술을 확보했지만, 실제 개발 과정에선 전자제어시스템을 최대한 간소화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항우연은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 최대 40%까지 로켓 추력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으며, 어느 정도 검증까지 마쳤다.

다회 점화 기술도 마찬가지다. 다회 점화의 경우 엔진을 한 번 켰다가 끈 후 다시 켤 때 무리없이 계통이 돌아가도록 설계ㆍ구성하는 게 핵심인데, 항우연은 이미 설계를 마무리 짓고 실험까지 상당 부분 진행해본 상태다. 문 팀장은 "차세대 발사체의 엔진을 5개로 정한 이유는 재활용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4개로 할 경우 추락 시 모든 엔진의 추력을 10% 내외로 동일하게 조절해야 하므로 중심을 맞추기가 힘들다. 5개로 해야 낙하할 때 가운데 엔진 1개만 살려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는 게 훨씬 쉽기 때문"이라며 "다점화 기능도 소형 다단연소사이클 엔진을 개발하면서 2~3회 가량 재점화하는 실험을 실시해 봤다"고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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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전용 연료도 개발 완료


로켓을 효율적으로 설계, 운용하고 재활용성을 높이려면 '찌꺼기'가 적은 고밀도 청정 연료의 활용이 필수다. 우주 강국들은 대부분 황·방향족 성분 등 불순물을 제거한 로켓 전용 고밀도 케로신을 따로 개발해 사용한다. 미국의 경우 이미 1950년대 RP-1을 개발해 사용해오다 최근 RP-2로 업그레이드했다. 최근엔 액체 메탄을 추진제로 사용하기 위해 개발 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누리호에 일반 항공유를 사용했었다. 로켓 구조물이 커지고 찌꺼기도 많이 생겨 엔진 파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약점이 명확하다. 특히 재활용 엔진을 사용하더라도 찌꺼기 때문에 횟수가 제한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항우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로켓 전용 고밀도 연료 개발을 마무리한 후 시험 중이다.


문 팀장은 "차세대 발사체의 가장 큰 특징은 엔진의 성능이 대폭 개량되고 재사용 기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라며 "당초 2회 발사를 계획했지만 달 착륙 탐사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1회 더 추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같은 차세대 발사체 개발 계획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한국은 예상보다 훨씬 일찍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와 동등한 성능을 가진 고효율·대형 재활용 발사체를 보유하게 된다. 앞서 항우연은 지난 9월 우리나라가 발사체 재사용 기술을 확보하려면 20년 정도 걸린다는 연구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항우연은 재사용 발사체 개발을 위해선 ▲귀환 비행용 유도제어 ▲착륙 시 방향 제어·안정성 확보를 위한 그리드 핀 착륙장치 ▲재사용 엔진 ▲열 보호 ▲페어링 재사용 ▲착륙지원 지상시스템·운용 ▲재점화·추력 조절 등의 기술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예측했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8일 미래 우주 경제 로드맵을 발표해 2032년 달, 2045년 화성 착륙 탐사를 선언했다. 정부는 곧바로 다음날 2조132억원대의 차세대 발사체 개발 예산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본격 착수된다고 밝혔다. 차세대 발사체는 100t급 엔진 5개를 갖춘 1단과 10t급 엔진 2개로 구성된 2단으로 만들어진다. 1단부 최대 추력 500t으로 지구 고궤도와 달, 화성 탐사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최대 1.5t 안팎의 화물을 저궤도(500~600km)에 올릴 수 있는 누리호(추력 300t)는 중소형 위성 발사에 주로 쓰여질 전망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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