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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개발자 영입 전쟁의 끝은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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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연초 포털, 게임 업계 임원들을 만나며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개발자들을 더 뽑아야 하는데 연봉을 한참 올렸는데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실적 악화로 구조조정을 해야 할 상황"이라는 얘기로 바뀌었다.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도 지난해까지 연봉 인상 경쟁을 벌이며 인력 채용에 나서더니 지금은 경쟁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넷플릭스는 최근 두 달 사이 500여명을 감원했다. 테슬라는 신입사원은 물론 출근한 지 2주가 된 인턴사원까지 해고했다. 넷플릭스는 실적 악화가 아닌 성장세 둔화를 이유로 구조조정에 나섰다. 테슬라의 경우 일론 머스크의 ‘나쁜 예감’이 정리해고의 단초가 됐다. 일론 머스크가 "글로벌 경제에 대한 극히 나쁜 예감이 든다"며 채용을 중단하고 10%의 인력을 감원해야 한다고 언급한 뒤 보름 만에 벌인 일이다.

미국은 연방법에 따라 ‘임의 고용(At-will employment)’을 해고 원칙으로 삼고 있다. 회사는 특별한 이유 없이 언제든지 직원을 해고할 수 있다. 퇴직금은 물론 위로금도 없다.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은 해고됐습니다"라는 한마디로 계약 관계는 끝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고용인 역시 언제든지 더 좋은 조건의 회사가 있다면 그날로 이별을 고하고 회사를 떠난다. 회사는 우수한 직원을 회사에 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직원 역시 최선의 생산성으로 답하며 철저한 시장 논리를 주고받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슷한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하려면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노동법에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을 경우 직원들을 해고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회사는 해고를 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50일 전까지 통보 및 협의를 거쳐야 할 의무가 있다. 여기에 더해 퇴직금, 위로금 정산도 해야 한다. 결국 단순 경영상의 어려움이나 ‘나쁜 예감’으로 직원들을 해고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철칙에 가깝다. 해고하기 어려우니 신중하게 뽑는다.


이 같은 차이를 놓고 해외에서 일을 하다 돌아온 스타트업 창업주들은 미국식 임의 고용에 대해 ‘합리적인 제도’라고 말을 한다. 미국 빅테크 근무 경험이 있는 이들은 해고가 자유롭다 보니 생산성도 높고 회사 역시 직원들의 평가를 통해 연봉 인상과 승진 기회를 더 많이 준다는 장점들을 얘기한다.

여기 한 편의 영화와 한 권의 책이 있다. 영화 ‘인 디 에어’의 주인공 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은 ‘해고 전문가’다.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고용주 대신 해고 사실을 통보하던 그의 앞에서 해고 당사자들은 눈물을 흘리고 화를 낸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 역시 화상회의 시스템을 도입해 온라인 해고 시스템을 개발한 신입 사원 나탈리 키너(애나 켄드릭) 입장에서 볼 때는 해고 당사자라는 점이다.


미국 저널리스트 제시카 브루더는 논픽션 ‘노매드랜드’에서 캠핑카에서 살며 미국 전역에서 일거리를 찾아다니는 ‘노마드’의 삶을 추적했다. 인상 깊은 대목은 아마존이 크리스마스 성수기에 폭증하는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노마드들을 모집하는 ‘캠퍼 포스’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연말 특수가 끝나면 아마존은 내년을 기약하며 이들을 해고한다.


노마드들이 캠핑카와 트레일러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아마존의 관리 직원들은 ‘테일라이트 퍼레이드’라고 칭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붉은 후미등의 서글픈 잔상을 유쾌하게 퍼레이드라고 부르는 모습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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