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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진전 없는 비메모리…K반도체 '양날개'로 날아야[테크전쟁, 선진국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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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감 고조되는 반도체 산업
메모리 압도적 1위, 비메모리는 걸음마 수준
인력난·각종 규제 대비 지원책 마련해야

M&A 진전 없는 비메모리…K반도체 '양날개'로 날아야[테크전쟁, 선진국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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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여년간 한국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며 독보적 1위를 굳혀 왔다.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 매출액 순위에서 삼성전자는 1위, SK하이닉스는 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산업에 전례 없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독보적 1위지만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 전체 매출에서 시스템 반도체는 70%인 반면 메모리 반도체 비중은 30%에 불과하다. 실제 시스템 반도체 상위 10개 팹리스(설계) 및 파운드리(위탁생산)에서 한국 기업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문제는 이를 따라잡을 추격 수단인 인수합병(M&A)이 감감무소식이라는 점이다. 또 만성적인 인력 수급 부족과 각종 규제도 위기감을 더 고조시키고 있다. 한국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도맡아온 K-반도체의 몸집 불리기가 예전처럼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사이 미국과 중국, 유럽은 잇따라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며 반도체 선도국인 ‘대한민국’의 위상을 위협하고 나섰다.


◆압도적 메모리…걸음마 단계 ‘비메모리’=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또 한 번 세계 최강국의 입지를 확인했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반도체 매출액은 830억8500만달러로 3년 만에 인텔(755억5000만달러)을 제치고 세계 1위 탈환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 역시 372억6700만달러로 매출액 순위 4위를 기록했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에서의 눈부신 성과가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3.6%, SK하이닉스가 27.7%로 국내 기업의 점유율이 71.3%에 달한다.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던 건 압도적인 기술 덕분으로 분석된다. 한 예로 SK하이닉스는 최근 현존 최고 D램인 ‘HBM3’ 양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 반도체 산업의 한계는 두 회사를 빼고는 주목할 만한 기업이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반도체 산업 전체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경쟁국에 한참 밀리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상위 10개 파운드리 기업 중 4개가 대만 국적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분기 기준 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총 63.3%에 달한다. 반면 한국은 삼성전자와 DB하이텍이 이름을 올렸는데 매출액이 대만 기업들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를 추격할 수 있는 마땅한 전략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모두 업계 순위를 끌어올릴 만한 M&A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각국의 견제의 벽에 막혀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 이후 1조원 이상의 대규모 M&A를 단 한 건도 진행하지 못했다.


반면 해외 경쟁사들은 무서울 정도로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인텔은 파운드리 부문에 자동차 전담 조직을 만들며 맹추격에 나섰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자 삼성전자 등에 앞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판단이다. 세계 8위 규모였던 파운드리 업체 이스라엘의 타워반도체 인수도 발표했다.


파운드리 시장의 독보적 1위 대만의 TSMC도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안을 발표했다. 특히 경쟁국인 일본의 소니와도 손잡고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다. 치열해지는 업계의 생태계를 엿볼 수 있는 사례다.


위기감을 느낀 듯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반도체 첨단 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확보를 위해 독점 생산 업체인 네덜란드 ASML을 찾았다.


TSMC, 인텔 등 경쟁 기업보다 먼저 EUV 장비를 선점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행보다. EUV 장비는 반도체 경쟁력을 좌우하는 생산성을 좌지우지하는 만큼 이를 둘러싼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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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년의 격차가 승패를 가른다"…정부 지원 절실= 이런 상황에 민간의 노력 만으로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패권 경쟁에서 우리 기업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정부가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인력난’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심화되는 전문 인력 부족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반도체 산업 생태계와 인재 수요’ 공개토론회에서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는 "우리 반도체 산업의 고급 인력은 2032년까지 10년간 5565명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공장과 관련한 규제 문제에 있어서도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으로 불리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례를 보면 2010년 말 공장 부지 선정 이후 본격 가동까지 무려 7년여 시간이 흘렀다. 주민 반대로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허가를 받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반면 대만과 미국은 부지 선정 후 가동까지 2년이 채 안 걸리는 경우가 많다. ‘얼마나 빨리 짓고 제품을 생산하느냐’가 중요한 경쟁력의 지표인데 한국은 주요 경쟁국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기업이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려고 해도 각종 규제에 막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행정적 절차 간소화나 지역갈등, 이해상충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토로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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