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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의 불안정한 자아 직시…노벨 문학상 영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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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출신 압둘라자크 구르나, 노벨 문학상 수상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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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잔지바르 출신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73)가 노벨 문학상의 영예를 안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7일(현지시간) 구르나의 수상을 발표하고 “문화와 대륙 간 차이에 놓인 난민의 운명과 식민주의의 영향을 단호하고도 연민 어린 시선으로 통찰했다”라고 설명했다.


예리한 관찰력의 근원은 개인적 경험이다. 1948년 태어난 구르나는 아프리카 동해안의 섬 잔지바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무슬림인 그는 1964년 일어난 혁명으로 아랍·인도계가 박해를 받아 잔지바르를 떠나야 했다. 난민 신분으로 영국에 입국했고, 아버지가 사망하기 직전인 1984년에야 고국 땅을 밟았다.

구르나는 아픈 기억을 되새기며 스물한 살 때부터 글을 썼다. 스와힐리어가 모국어였으나 영어를 문학적 도구로 삼았다. 작품 전반에 식민지 강대국의 억압과 난민으로서 겪은 혼란을 담았다. 첫 소설 ‘떠남의 기억(Memory of Departure·1987)’에서 탄자니아의 실패한 봉기를 다뤘고, 두 번째 소설 ‘순례자의 길(Pilgrim's Way1988)’에서 영국의 인종차별 등 망명 생활의 다면적 현실을 묘사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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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로 이름을 알린 작품은 네 번째 소설 ‘낙원(Paradise·1994).’ 1990년 전후 동아프리카에서의 탐구 활동을 바탕으로 탄자니아에서 자란 소년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제1차 세계대전 중 진행된 동아프리카의 식민지화를 폭력적이고 상세하게 묘사해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또 다른 작품인 ‘바닷가(By the Sea·2001)’와 ‘탈주(Desertion·2005)’도 부커상 후보가 됐다.


최근작은 지난해 출간한 ‘사후(Afterlives)’다. 독일 군대에 의해 부모와 이별하고 내전에 참여해 동족과 싸우는 소년의 이야기다. 탄자니아는 19세기 후반부터 독일의 식민지배를 받았다. 1차 세계대전 뒤에는 영국의 식민지가 됐다. 구르나는 슬픈 역사를 곱씹으며 정체성 회복과 자아상 확립에 집중했다. 인종과 종교, 사회 등의 차이로 타자화된 인물들을 앞세워 토착민의 관점을 강조하며 식민주의 시각을 뒤집었다.

안데르스 올슨 한림원 노벨상위원장은 “구르나의 문학 세계에서 등장인물들은 문화와 대륙, 시간의 틈 속에서 자아를 발견한다”라며 “하나같이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불안정한 상태를 가리킨다”라고 설명했다. “기억, 이름, 정체성 등 모든 것이 유동적”이라며 “지적 열정이 추동하는 끝없는 모색이 돋보인다”라고 부연했다. 부엌에서 수상 소식을 접한 구르나는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 위대한 작가들이 받은 큰 상의 주인공이 돼 영광이다”라며 기뻐했다. 연말 온라인 시상식에 참여해 메달과 상금 1000만 크로나(약 13억5000만원)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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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출신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2003년 존 쿳시(남아프리카공화국) 뒤 18년 만이다. 이전 수상자로는 웰레 소잉카(나이지리아·1986), 나기브 마후즈(이집트·1991), 나딘 고르디머(남아프리카공화국·1991)가 있다. 주로 유럽의 백인 남성 작가들에게 돌아가 다양성이 고려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슬람권과 서구권의 긴장 관계가 불거지면서 꾸준히 주목받았다는 반응도 잇따른다. 아직 한국어로 번역된 작품은 없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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