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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비 70원'에서 '尹 주택청약'까지..서민 삶 모르는 정치인에 시민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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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삶 공감 못하는 정치인 많아
윤석열 "집 없어 주택청약통장 만들지 못했다"
과거 정몽준 '버스비 70원' 논란 연상케 하기도
전문가 "민생 행보는 표심 잡기..빈틈 드러나면 정치적 리스크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23일 서울 강서구 ASSA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후보자 선거 제2차 방송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23일 서울 강서구 ASSA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후보자 선거 제2차 방송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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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선거철 정치인들의 어설픈 표심 잡기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이 시기에만 반짝 등장하는 이른바 '서민 코스프레'에는 유권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국민의힘 대권주자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도 이같은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 23일 윤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주택청약통장을 만들어 본 적 있냐'는 유승민 전 의원의 질문을 받고 "집이 없어 만들지 못했다"고 답해 빈축을 샀다. 주택청약통장은 무주택자가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는 과정에서 가입하는 통장이다.

이는 윤 후보 자신이 발표한 군복무자 주택청약 가점제 공약과 관련된 질문이었다. 그러나 윤 후보가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면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몰이해가 여실히 드러난다는 비판을 받았다.


더 큰 문제는 윤 후보가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시켜 왔다는 점에서 진정성 논란이 일었다는 점이다. 경남 창원시 반송시장 등 재래시장을 찾아 어묵을 맛보고 상인들과 소통하는 등 '민심 투어'에 나섰던 모습이 모두 '서민 코스프레'에 불과한 것 아니었냐는 지적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집값 안정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국민이 집을 사기도, 보유하기도, 팔기도, 전셋집을 얻기도 어렵게 만들었다"고 서민들의 부동산 고충에 공감하며 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

대학생 A씨(25)는 "주택청약통장이 무엇인지 알 필요가 없는 삶을 살아온 사람이 어떻게 평범한 서민들의 삶을 이해하겠냐. '주 120시간 노동' 같은 발언도 사실 말실수가 아니라 서민들의 삶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최저임금, 버스비를 10원 단위까지 다 꿰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대략적인 물가나 일반적인 상식은 해당 정치인이 서민들의 삶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척도"라고 말했다.


앞서 7월19일 윤 후보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 그의 노동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각에선 과로사회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이 같은 비판 여론에 윤 전 총장은 이튿날 대구 일정 도중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으로) 반대 쪽에 있는 분들이 왜곡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입장문에선 '현장의 문제 의식에 공감해 그대로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2007년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후보는 국밥집에서 국밥을 먹는 소탈한 모습을 강조해 TV 광고를 제작했다. 사진=대선 광고 '욕쟁이 할머니' 편 캡처.

지난 2007년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후보는 국밥집에서 국밥을 먹는 소탈한 모습을 강조해 TV 광고를 제작했다. 사진=대선 광고 '욕쟁이 할머니' 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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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민심을 얻기 위해 '서민', '친근함'을 내세우는 정치인은 윤 후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밥을 먹는 소탈한 모습을 내세워 TV 광고를 선보였고, 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러나 시민들은 선거철 일제히 거리로 나선 정치인들에게 표심 잡기용 '이미지 메이킹'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내놓는다. '서민 경제', '서민 정치'를 외치던 정치인들이 정작 서민들의 삶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모습들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논란은 정몽준 전 의원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버스비 70원' 발언이다. 그는 지난 2008년 6월27일 당시 한나라당 전당대회 출마 후보 간 치러진 생방송 토론회에서 '버스 요금이 얼마인지 아느냐'는 질문을 받고 "한 70원쯤 하나"라고 답해 물의를 빚었다. 당시 버스요금은 1000원이었다. 이는 정 전 의원이 지난 2014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당시에도 거듭 회자되며 비판을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지난 2012년 8월7일 새누리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참석한 뉴미디어 토론회에서 '최저임금이 얼마냐'는 질문에 "5000원 좀 넘는 것 아니냐"고 답해 지적을 받았다. 당시 법정 최저임금은 4580원으로, 자신의 대답이 오답임을 안 박근혜 당시 후보가 "아르바이트 시급이 5000원이 안 되냐"고 반문하며 당황한 기색을 보여 더욱 논란이 됐다.


전직 국무총리끼리 맞붙은 지난해 4·15 총선 서울 종로구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낙연 당시 민주당 후보는 지난해 1월24일 설 명절을 맞아 지하철을 타고 전통시장을 방문하려다 개찰구에서 교통카드 이용에 서투른 모습을 보였다. 결국 그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개찰구 옆 출입구를 이용했다. 지난해 2월9일 모교인 성균관대 근처 분식점을 방문한 황교안 전 총리도 어묵 묻는 방법을 물어보며 분식에 어색한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는 정치인들이 서민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이 표를 얻기 위한 정략적 행보라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유권자들은 친숙한 이미지를 가진 후보가 민생을 더 잘 알고, 서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며 "이 때문에 정치인들은 표를 더 많이 획득하기 위해 서민 행보를 보인다. 그러나 생활 속에서 경험한 바가 없어 빈틈이 드러나게 되면 정치적 리스크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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