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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프런티어]이유경 대표 "큰 꿈을 꾸되 매일 작은 성공을 체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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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엔투비 대표 인터뷰
여성공채 1기로 포스코 입사
30년 몸담고 올해 CEO 취임
직장생활 '협업' 중요성 강조

이유경 엔투비 대표이사가 26일 서울 강남구 엔투비에서 인터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이유경 엔투비 대표이사가 26일 서울 강남구 엔투비에서 인터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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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그룹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라는 타이틀로 불릴 거라 예상하진 못했어요. 가끔 언론에서 부각시켜 줄 때 ‘아, 내가 여성이었지’ 할 정도예요. 30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떨쳐 버린 지 오래입니다."


지난해 12월 포스코에서 30년간 몸담았던 이유경 설비자재구매실장이 자회사인 엔투비 대표로 내정됐다. 당시 언론은 포스코 창립 52년 만에 첫 여성 사장이 탄생했다는 제목으로 앞다퉈 그의 소식을 전했다. 재계에선 그만큼 이례적이고 신선한 뉴스였다. 그러나 정작 이 대표 본인은 그룹 내 첫 여성 CEO라는 수식어가 생경했다. 그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회사에 들어오면 한 명의 직원으로서 자리매김을 하는 시대가 됐다"며 "젠더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 공채 1기로 선발…자녀 4명 출산까지= 이 대표는 1990년 포스코(당시 포항제철) 여성 공채 1기로 입사했다. 대기업에 입사하는 대졸 여성을 찾기 힘든 시대에 50명 전원을 여성으로 뽑는 파격 인사가 이뤄졌다. 박태준 당시 포스코 회장이 여성 인재를 양성하는 선두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고 한다. 회사로서도 큰 모험이었다. 이듬해 여성 공채 2기를 50명 뽑자 전체 직원의 20~30%가 대졸 여성으로 채워지는 변화가 일어났다. "공채 모집 광고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아직도 여성이 결혼하면 집에서 아이만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이젠 그렇지 않다. 포스코에 들어오면 모든 업무에서 남자 직원과 똑같은 대우를 해 줄테니 같이 일해 보자’는 내용이었어요. 실제로 마케팅, 기획, 홍보, 제철소까지 전 부서에 여성이 두루 배치됐어요."


내부 반발이 없었던 건 아니다. 역차별이라는 불만도, 여직원은 손이 많이 갈 거란 우려도 있었다. 공채 1기 여직원들이 1년 안에 퇴사하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행히 1년 동안 단 한 명도 회사를 나가지 않았다. 여직원의 숫자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해지면서 사내 문화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커피를 타고 물컵을 닦는 일이 여직원의 역할이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이 대표는 "약간의 고통과 진통이 있었지만 단시간 내에 기업문화가 획기적으로 바뀌었고, 다른 기업에도 좋은 선례를 보여줬다"고 회고했다. 현재 이 대표의 동기 12명이 포스코에 남아 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면서 하나둘씩 회사를 그만두더라고요. 그 고비를 넘긴 넘긴 사람이 50명 중에 12명이에요."

이유경 엔투비 대표이사가 26일 서울 강남구 엔투비에서 인터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이유경 엔투비 대표이사가 26일 서울 강남구 엔투비에서 인터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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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4명의 아이를 낳아 키웠다. 올해 막내가 대학에 진학했다. 그는 "뜻하지 않게 셋째를 가졌을 땐 회사를 다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며 "당시 실장님이 ‘차라리 휴직을 하라. 나중에 네 원망 듣고 싶지 않다’며 나를 잡아 줬다"고 말했다. 이 덕분에 워킹맘으로 살 수 있어 지금까지 너무나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2001년부터 1년간 휴직을 하다 보니 육아보다는 직장생활이 적성에 맞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아요(웃음). 그 이후로는 쉼 없이 일에 매진했죠." 지금은 아이들로부터 ‘엄마처럼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좋은 롤모델이 되고 있다.


◆고정된 성역할서 탈피…‘타인과 협업’ 강조= ‘일·가정 양립’이라는 단어 자체도 없던 시절,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오기로 버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표는 6년간 수출 업무를 한 후 설비구매실, 원료구매실로 자리를 옮기면서 구매 업무를 담당했다. 대우, 삼성, 현대 등 수출을 담당하는 종합상사 직원들과 협업할 때는 "대단하시다. 훌륭한 회사에 입사하셨다"며 너스레를 떨면서 친분을 쌓았다. 눈총을 받고 싶지 않아 임신 7개월이 다 돼서 임산부 유니폼을 입었다. "밤새 보고서를 쓰고 나니 배가 아프더라고요. 출근하기 전에 병원에 들렀더니 출산이 임박했다는 거예요. 병원에서 회사로 보고서를 팩스로 보내고 2시간 만에 아이를 낳았어요."

이 대표는 늘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며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왔다. 사업 운영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포스코 일반자재 공급 계열사인 엔투비 대표직에 오른 그는 소모성 자재(MRO) 사업이 더 이상 중소기업의 일감을 빼앗는 사업이라고 보지 않는다. "기업의 이익을 최소화하는 대신 협력사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반성장의 관점에서 접근했어요. 자체 역량만으로 대기업 납품처를 뚫기 힘든 중소기업의 판로를 개척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엔투비는 대기업과 중소 공급사를 연결하는 일을 주요 업무로 삼고 있고, 양측 모두 고객사로 규정하며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그는 후배들에게 "큰 꿈을 꾸되 매일매일 작은 성공을 체험하라"고 조언했다. 작은 성공을 여러 번 체험할수록 큰 꿈에 한 발짝씩 다가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협업’이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필요하면 도움도 요청해야 합니다. 나 또한 타인의 아이디어에 힘을 보탬으로써 그의 성공에 기여합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나의 성공이 그리고 조직의 성공이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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