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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협회 방관 속 도산위기 내몰린 승강기 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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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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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승강기 유지관리업체 A사는 최근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대기업의 일감을 공동 도급 형태로 수주하다 최근 대기업이 자회사를 설립하고 협력 업체를 흡수 통합하는데 참여하지 않아 경영 위기를 맞은 탓이다. 이 회사 대표는 “시장 점유율 1~2위의 대기업들이 나란히 유지관리 자회사를 세우고 협력 업체를 흡수통합 하는데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라 폐업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는 2019년 승강기안전법 개정안을 통해 인증 대상 부품을 20종으로 확대하고 승강기 완제품의 안전인증을 의무화했다. 똑같은 부품을 쓰더라도 회사마다 안전인증을 처음부터 다시 받아야 하는 까닭에 인증비용이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불어나 승강기 중소기업의 부담이 가중됐다. 지난해 발생한 인증수수료는 약 140억 원으로 대부분 중소기업이 납부한 금액이다.

여기에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승강기 점검 시 2명 이상을 동시에 투입해야 하는 ‘2인1조’ 규제는 중소기업의 목을 조이는 결정타가 됐다. 안전 강화를 위해 마련된 규제였지만 국내 800여개의 유지보수업체 대부분이 점검직원 5~10명 규모인 중소기업인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장에서는 2명 근무 시 안전 확보보다 오히려 소통 문제로 원활한 작업이 어렵다는 불만도 나온다. 승강기 유지관리업체 대표는 "한 대당 점검 비용이 5~10만원임을 감안하면 인건비는 커녕 회사 경영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승강기 고장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1만7000여 건에 달했다. 매년 2000~3000건 발생했던 승강기 고장은 2018년 2134건, 2019년 8256건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각종 규제가 신설됐지만 사고 예방에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현장에서는 대한승강기협회가 이런 현장의 어려움을 전혀 대변하지 못해 어려움이 가중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승강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안전인증제도가 강화되면서 경영위기에 내몰린 승강기 중소기업들이 직전까지 가는데도 협회는 불구경만 하고 있다”며 “국내 승강기 시장은 대기업이 85%를 차지하고 15%를 국내 중소기업이 점유하는데 정작 인력은 중소기업이 90% 이상 고용하는 상황에서 협회의 방관으로 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검사기관의 수익구조 중심으로 운영되는 인증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승강기협회는 대기업 5개사와 중소기업 약 330여개 사로 구성됐다. 그런데 이사회는 대기업 직원과 외부인사 20명과 중소기업 대표 5명으로 이뤄져 실제 중소기업 현장의 어려움을 대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회가 대기업의 중소기업 흡수 통합과 중소회원사의 애로사항을 외면하는 사이 승강기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상생 협력을 목적으로 설립한 협회가 제역할을 못하자 벼랑 끝에 몰린 회원사들은 연회비 납부를 거부하고 탈회를 서두르는 실정이다. 산업의 균형이 깨진 생태계의 붕괴는 시간문제다. 협회 차원의 현실적 대책 마련과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중소기업은 도산하고 대기업만 살아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승강기 선진국인 미국, 유럽, 일본의 제도와 운영 사례처럼 안전과 산업 진흥을 병행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부의 규제 개혁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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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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