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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알뜰폰의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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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알뜰폰의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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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그룹의 ‘역주행’이 세간의 화제다. 백령도부터 땅끝마을까지 무명시절 군부대를 누벼온 이들의 노래가 4년 만에 입소문을 타고 음원차트를 휩쓴 것이다. 이처럼 ‘숨은 진주’를 발굴하려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은 비단 가요계만의 현상이 아니다. 식품, 가전을 넘어 최근에는 통신 3사 중심의 견고한 이동통신시장에서도 이 같은 역주행이 포착돼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데뷔 10년차 ‘알뜰폰’이다. 한때 5060 효도폰 이미지로 대중의 관심 밖에 있던 알뜰폰이 소비자 추천의향에서 이통사를 앞서더니 1000만 가입자를 향해 달리며 역전 드라마를 펼치기 시작했다.


작금의 역주행 사례들은 ‘좋은 콘텐츠는 언젠가 선택 받는다’는 점을 여실히 증명했다. 알뜰폰의 역주행 비결은 탄탄한 소비자 혜택 때문이다. 변변한 광고 한 번 없이 데뷔해 소비자 선택을 받기까지 알뜰폰은 불필요한 마케팅비와 유통마진을 줄여 고객 혜택으로 돌려주려는 각고의 노력을 이어왔다. ‘LTE 반값 유심’, ‘1만원 대 5G 유심’ 등 파격 요금제로 가계통신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는가 하면, 코로나19 시대 소비자의 비대면 경험을 가장 먼저 혁신한 것도 알뜰폰이었다. 소비자들은 이제 대리점 대신 온라인 직영샵이나 집 앞 편의점에서 손쉽게 유심을 구매해 5분 안에 셀프 개통할 수 있다. 최근에는 30분 내 ‘편의점 유심 배달 서비스’까지 등장한 상태다.

알뜰폰의 약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주력사업에 통신 서비스를 결합하고 나선 ‘메기’들의 등장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 이어 카카오와 현대·기아차까지 최근 다양한 기업들이 알뜰폰사업자(MVNO) 시장에 뛰어들며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나선 상태다. 금융과 IT플랫폼, 자동차를 넘나드는 생활 서비스와 통신의 융합은 소비자의 삶을 한층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알뜰폰 시장은 이제 이동통신 단순 재판매, 인프라 투자 기반의 독자요금 서비스 단계를 넘어 제3세대 시장으로 진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유럽, 일본 등 해외 알뜰폰 선진국들이 비통신사의 활발한 MVNO 진출로 생태계 다양성을 확보하며 성장해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알뜰폰 시장이 주목을 받는 현 시점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알뜰폰 사업자들의 차별화된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알뜰폰의 역할을 논의하고 알뜰폰 시장의 미래 발전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 신규 사업자 등장이 활발해진 지금은 중소·대형·비통신사업자가 각기 다른 역할로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며 시장 파이를 키워나가도록 지원하는 입체적 성장정책도 필요한 시점이다. 가령 이통 자회사 등 대형사업자들은 혁신 서비스 투자와 이통사(MNO) 협상력을 늘려 산업 발전을 주도하고, 중소사업자들은 저가·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상호 협력하는 가운데 성장해나갈 수 있다. 비통신사업자들은 이종산업 결합, 사물인터넷(IoT) 기반 데이터 신사업 등으로 전에 없던 제3의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데뷔 10년 만에 늦깎이 전성기를 맞이한 알뜰폰의 진짜 승부는 지금 시작됐다. 지난 10년간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고군분투했다면, 이제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소비자의 모바일 라이프를 새롭게 혁신해나갈 시점이다. 알뜰폰 성장 스토리의 제2막을 여는 힘찬 정주행을 응원한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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