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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여중생 투신사건…왜 이들의 죽음 막지 못했나

최종수정 2021.05.19 07:00 기사입력 2021.05.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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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학대 피해 호소했지만 극단 선택 못 막아
시민단체 "미흡한 법 제도가 부른 사회적 타살"
전문가 "사회적 안전망 재검토 필요"

지난 12일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여중생들을 추모하기 위해 한 시민이 꽃다발을 내려놓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2일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여중생들을 추모하기 위해 한 시민이 꽃다발을 내려놓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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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충북 청주에서 학대와 성폭행 피해를 입은 여중생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 학생들은 숨지기 전 피해 사실을 알리고 전문 상담 기관에서 심리 치료 등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관의 도움에도 비극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부실한 사회적 안전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는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적절하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5시11분께 청주시 오창읍 한 아파트 화단에서 중학교 2학년인 A양과 B양이 쓰러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는 심폐소생술을 하며 이들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끝내 숨졌다.


친구 사이인 이들은 청주의 각기 다른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가 발견된 점을 고려했을 때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양은 성폭행 피해로, B양은 의붓아버지의 학대 문제로 심리적인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월 A양의 부모가 성폭행 피해 사실을 확인한 뒤 고소장을 내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A양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는 B양의 의붓아버지인 C씨인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집에 놀러 온 A양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의붓딸인 B양을 학대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A양과 B양은 지난 1월부터 같은 전문 상담 기관에서 심리 치료를 받아왔고, A양은 3월께 교내 위(Wee)클래스 상담교사와의 면담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위클래스는 학교폭력, 따돌림 등 어려움을 겪는 위기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치유·적응을 도와주는 교내 상담 센터다.


충북교육연대, 충북스쿨미투지지모임 등 3개 단체가 17일 청주 여중생 투신 사건 관련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충북교육연대, 충북스쿨미투지지모임 등 3개 단체가 17일 청주 여중생 투신 사건 관련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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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사당국이 피해 사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피해자들이 관련 지원 센터에서 심리 상담을 받았음에도 이들의 극단적 선택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안전망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이 지난해 3월 C씨에 대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각각 검찰에 신청했으나 증거 보강 등 이유로 반려된 점도 학생들의 심리를 위축시킨 요인이 되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경찰은 학생들이 숨지기 하루 전날인 11일에 재차 구속영장을 신청하려 했으나 또다시 보완 수사가 요구되면서 C씨 구속에 실패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한 언론에 정확한 수사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정당한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충북교육연대, 충북스쿨미투지지모임 등 3개 단체는 17일 청주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3차례 구속영장 신청은 범죄의 혐의가 충분하다는 의미"라며 "검찰은 가해자를 구속하고 범죄행위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현 법제도가 부른 사회적 타살"이라며 "경찰·교육청·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공조할 수 있는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등 아동학대와 성폭력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는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적절하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은의 변호사(이은의 법률사무소)는 "이번 사건은 피해 진위 여부를 떠나서 어린 두 학생이 피해를 호소했음에도 수사기관이나 학교에서의 안전망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라며 "수사 또는 상담 과정에서 초기 피해자 진술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수사가 답보되어 피해자가 부담을 느꼈을 여지는 없었는지, 피해자들을 가해자와 제대로 분리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보다 불안정한 심리상태에 놓여있는 미성년 피해자들에 대한 심리상담이나 진단, 조치 등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폭행 피해 같은 경우 진상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부담을 느낀 피해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사건의 진위 여부를 정확히 단언하기 어렵지만, 이를 계기로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렸을 때 이에 대한 대처를 사회가 적절하게 하고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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