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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맨 퇴사로 엿본 2030 직장관…보수적 문화·톱니바퀴化 거부

최종수정 2021.05.18 12:46 기사입력 2021.05.1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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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부심' 실종시대

한국은행 자료사진 /문호남 기자 munonam@

한국은행 자료사진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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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입사했는데…나는 톱니바퀴가 아니다


경쟁뚫고 입사했지만 '아이디어=튀는사람' 평가

수동적 단순노동 작업에 지쳐

'우리도 다 그랬다' 문화에

연차별 고과 몰아줘 신입은 C등급

연봉은 제자리…10년 후 전문성 확신 없어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한국은행은 매년 약 60명의 대졸 신입직원을 채용한다. 여기엔 약 4000명의 지원자가 몰린다. 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 경쟁률도 비슷한 수준이다. 약 60대 1, 때로는 100대 1까지 높아지는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신의 직장'을 그만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철밥통을 깨고 나오는 2030 젊은 층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문제점은 보수적 조직문화와 개인의 능력을 주도적으로 펼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과거엔 '평생 먹고사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직원들에게 다가왔다면, 이제는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데다 노동소득의 가치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젊은 층들이 이를 장점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은은 지난해와 올해 글로벌 컨설팅 기업에 의뢰해 중장기 경영인사 혁신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개인 능력 펼치기 어려운 조직문화

한은의 내부를 들여다 보면 2030세대의 직장관을 엿볼 수 있다. 철밥통으로 여겨지는 직장에 입사하는 일은 쉽지 않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이런 직장들의 인기는 치솟았다.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입사 절차와 시험은 까다로워졌다. 웬만한 경제학 논문 서술 능력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입사 후 신입 직원들이 하는 일은 톱니바퀴처럼 잘 짜여진 조직에서 일부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다른 공부를 하기 위해 한은을 그만둔 한 직원은 "통화정책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입사 후 주로 했던 일은 그래프의 꺾은선 각도를 고민하는 일이나 집계해오던 통계 숫자를 업데이트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은을 그만둔 한 유튜버(바람)도 "직무에 주어진 일만 해야 했고, 2년마다 다른 팀에 속해 일해야 하는 점이 아쉬웠다"고 이유를 밝혔다.


본인의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펼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젊은 직원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나면 ‘튀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경우 정치권, 혹은 청와대 등에서 주문하는 대로 정책을 만드는 기계처럼 움직인다는 점이 불만으로 꼽힌다. 과거엔 국민경제 정책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커 야근도 도맡아 했지만, 위에서 주문하면 끼워맞추는 것에 대해서도 젊은 직원들은 실망하고 있다. 한 한은 관계자는 "요즘은 '고상한 일'을 하는 것보다는 본인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점, 연봉 등이 중요한 세상이 된 것 같다"며 "요즘 세대의 특징같다"고 전했다.


고과 몰아주기, 상대적으로 연봉도 불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신입 직원이 성과평가를 잘 받기는 쉽지 않죠. 연차가 찰 때까지 C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2030세대가 ‘철밥통’ 조직에 불만을 가지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연공서열이다.


먼저 입사한 과장 이상, 부서에 더 오래 근무한 직원들에겐 높은 고과를 몰아주는 문화를 젊은 직원들이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민간기업보다 낮은 연봉과 과도한 도덕성 요구, 공무원의 경우 투자를 금기시하는 문화도 단점으로 꼽힌다. 한은의 경우 수익을 많이 낸다고 인센티브가 있는 것도 아니다. 민간기업들의 연봉이 오르는 동안 공기업들의 연봉이 제자리 수준이라는 점도 문제다. ‘적은 돈이라도 차곡차곡 모으라’는 선배들의 조언도 젊은 직원들에겐 반발을 산다.


한 한은 조사역은 "이 월급으로 언제 돈을 모아 집을 사겠냐"며 "대학 동기들 이 민간기업에서 많은 연봉을 받고 집을 장만한 것을 보면 상실감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 52시간 근무 등 민간기업들의 기업문화도 빠른 속도로 선진화하고 있다는 점 또한 ‘철밥통’ 조직의 인기가 떨어지는 이유다.


이렇게 살다 뒤처지겠다는 불안함

팀장, 국장들은 "원래 신입은 그런 것"이라며 "위로 올라갈수록 본인의 역할이 커지고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위로한다. 하지만 젊은 직원들은 이런 위로가 오히려 와닿지 않는다고 말한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데 옛날 방식으로 시스템에 맞추는 일만 한다면 10년 후 본인의 전문성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한은 내에서 예전과 달리 통화정책국, 조사국 등 부서가 아닌 금융결제국의 인기가 확 올라간 것도 이런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한은 집행간부는 이에 대해 "핀테크 산업, 지급결제 공부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때문"이라면서 "다른 부서에선 젊은 시절엔 배울 수 있는 게 한정돼 있는 반면 금융결제국에선 독자적으로 최신 트렌트를 따라잡고 배울 수 있다는 것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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