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두 장의 앨범을 남기고 무명으로 사라진 한 미국 가수의 노래가 어느 날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울려 퍼진다. 빌보드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사장된 그의 앨범은 우연히 남아공으로 들어가 뜻밖의 반향을 일으킨다. 저항적이며 파격적인 그의 가사는 체제에 억눌린 남아공 국민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자유와 혁명을 꿈꾸는 청년들은 하나둘씩 그의 노래를 흥얼거렸고, 미국에서 실패한 그의 앨범은 남아공에서 50만 장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전설이 됐다.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은 무명가수 로드리게스의 노래가 어떻게 남아공의 국민가요가 됐는지 조망하고, 또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그가 남아공을 찾는 극적인 여정을 담았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가 미국에서 건설노동자로 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남아공의 팬들은 열광했다. 실패한 미국의 무명가수는 그렇게 30여 년 만에 남아공의 무대로 소환돼 객석을 가득 채운 관중들로부터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밀보드 차트는 밀리터리와 빌보드 차트의 합성어로 군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아이돌 노래 차트를 의미한다. 특히 최근 군부대 위문공연 영상으로 재조명된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역주행과 함께 급부상한 신조어다. 걸그룹 홍수 속에 데뷔 이후 가요계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브레이브걸스는 국방TV의 ‘위문열차’ 무대에 단골 게스트로 등장하며 군부대 내에서는 이른바 최장기 집권 군통령으로 불려왔다. 선임이 후임에게 인수인계 할 정도로 군 인기곡이었던 롤린은 유튜브를 중심으로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하며 민간의 음악 차트가 군대로 들어왔던 기존 흐름을 역으로 밀보드 차트가 민간 음악 차트 순위를 바꾼 사례로 남게 됐다. 6개 음악방송에서 연이어 1위를 차지한 브레이브걸스는 “우리가 음원차트나 음악방송에서 1위를 할 수 있었던 건 다 국군장병 여러분들 덕분이다”라며 “여러분들이 응원해주지 않았다면 절대 1위를 할 수 없었을 것, 팬 여러분들, 국군장병, 예비역, 민방위 분들까지 모두 너무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히며 역주행 배경이 된 밀보드 차트와 국군장병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용례
B: 그게 어디 쉽니. 사실 롤린은 노래가 진짜 좋아서 아깝다는 얘기도 얼마나 많았는데.
A: 확실히 군심을 사로잡아야 고화력으로 대세도 뒤집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거지.
B: 요샌 라붐 상상더하기도 있고. 옛날엔 CCM이었던 실로암도 있고, EXID 위아래도 거의 군민가요였잖아.
A: 밀보드 차트가 음원 차트를 바꾸는 시대라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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