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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스토리] 저가수주 옛말…뱃값도 흥정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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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력 커지는 조선업
수주잔고 2년6개월치 넘어
선주와 가격 줄다리기 팽팽

현대중공업 도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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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수주잔고가 2년반치가 넘어가면 선가(뱃값) 협상이 조선소쪽으로 기운다. (선주와의) 줄다리기가 팽팽해졌다."


세계에서 가장 큰 조선사 현대중공업의 영업담당 임원으로 있는 강재호 상무는 이젠 선주와의 협상에서 충분히 목소리를 낼 만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던 지난해 하반기만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은 경기가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 수요회복에 따른 고유가 등이 맞물리면서 반년 만에 확 바뀌었다.

전 세계 선사가 움츠러들면서 선박주문이 뚝 끊겼던 2013년 이후 8년만에 조선업계의 발목을 잡았던 ‘저가수주’ 관행이 무너지고 있다. 컨테이너선 운임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해사기구(IMO) 차원의 환경규제로 신규 선박 수요까지 빠르게 늘면서 선주와 조선사의 입장이 바뀌고 있어서다.


조선산업은 대표적인 수주산업으로 선박을 필요로 하는 선주가 견적을 내면 조선사가 가격 등 조건을 따져 계약이 이뤄지는 구조다. 그동안은 일감이 없어 선주가 터무니 없는 가격을 제시하더라도 조선사는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연말부터 신규발주가 늘면서 조선소에 일감을 쟁여둘 수 있게 됐다. 수주잔고, 즉 남은 일감이 넉넉한 덕분에 낮은 가격을 써낸 선사의 주문을 고사하는 등 가려받는 처지가 된 것이다. 조선해운시황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이달 기준 신조선가 지수는 132.7로 지난해 11월(125.1) 바닥을 친 후 꾸준히 오름새다. 2015년 중순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거제 한 조선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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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는 올들어 수주 물량이 쌓이면서 오랫동안 업계를 짓눌렀던 저가수주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가수주는 원청인 대형 조선소를 비롯해 중소 하청업체까지 연쇄타격을 줘 조선산업 전체를 휘청이게 한다. 가장 최근 호황기였던 2000년대 중후반 이후, 조선업황이 가라앉자 일부 대형사에서 저가수주를 시작해 결국 업계 전반에 번진 사례도 있었다. 당시 저가수주에 내부문제까지 겹친 STX는 스러졌고 다른 대형 조선사도 몇년간 실적부진에 시달렸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2024년까지 슬롯(선박건조작업을 하는 공간)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데 항만 접근이 수월한 중형 컨테이너선을 비롯해 다양한 선종에서 인콰이어리(발주문의)를 많이 받아뒀다"며 "원하는 수준까지 선가가 올라오지 않는다면 서둘러 계약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보릿고개를 지나기까지는 앞으로 2, 3년 더 걸릴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본다. 선박건조는 최종계약 사인 후에도 설계 등의 작업을 포함해 통상 2년 안팎이 걸린다. 케이스마다 다르지만 발주처의 대금지급도 인도시기에 갈수록 많이 주는 방식이 대다수라 당장 매출이 늘고 주머니가 두둑해질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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