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안건조정위원회'에 출석,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취임 전 변호사 신분이었을 당시 택시 기사를 폭행한 사건이 내사종결 처리된 것과 관련해 경찰이 사건 처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개별 사안에 따라 판례가 다 다른 만큼 기존 판례 중 (비슷한 상황에서) 특가법을 적용한 판례, 폭행을 적용한 판례 등을 모두 종합해 살펴볼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법에는 운행중이라는 표현이 추상적으로 명시돼있어 케이스별로 판결을 정리해봐야 하는데 아직 전수 확인은 못한 상황"이라면서 "전문 인력을 통해 전체적으로 들여다 본 뒤 이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경찰 내 변호사와 법조계 출신 인력, 해당 사건을 실무 처리했던 간부 등을 동원해 관련 판례를 면밀하게 검토할 계획이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이 차관은 변호사로 재직 중이던 지난달 6일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앞에서 자신을 태우고 온 택시 기사의 멱살을 잡는 등 폭행했다. 당시 이 차관은 술에 취한 상태로 차 안에서 잠이 들었고, 택시 기사는 목적지에 도착하자 그를 깨우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택시 기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이 차관의 신분을 확인하고, 나중에 조사하기로 한 뒤 일단 이 차관을 돌려보냈다. 이후 택시 기사가 경찰에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자 경찰은 이 차관을 형사 입건하지 않고 사건을 내사 종결 처리했다.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를 폭행할 경우 가중처벌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이 있지만 기존 판례에 따라 이 사안을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 단순폭행 혐의로 판단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당시 처리가 적절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불거졌다. 경찰은 당시 택시가 정차 중이었다는 점 등을 들어 운행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법조계 등 일각에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시동이 걸려있다면 운행 중인 상태로 봐야하며 이 경우 충분히 특가법을 적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과 관련해 앞으로 이런 폐해가 계속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가법 5조 10(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에 대한 폭행 등의 가중처벌)은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위해 사용되는 자동차를 운행하는 중 운전자가 여객의 승ㆍ하차 등을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를 포함,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이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고발도 잇따르고 있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지난 19일 이 차관을 특가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형사 고발한데 이어 전날 수사팀 관계자와 이를 지시한 성명불상자에 대해서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 역시 같은 혐의로 이 차관을 고발했다. 사준모는 이날 경찰청에도 이 차관의 폭행 사건에 대한 내사종결 처분을 감사해달라는 내용의 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보수 성향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위한 변호사 모임은 이날 대한변호사협회에 이 차관을 징계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이 차관은 현재까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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