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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이슈+] 백년 만에 되살아난 '아르메니아 대학살'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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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전신 오스만 투르크, 100년전 '아르메니아 대학살' 자행
아제르바이잔, 터키의 전폭 지원 속 전쟁 발발
아르메니아인 공포심 극에 달해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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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캅카스 회랑지역의 두 나라인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교전이 여러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속 진행되면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두 나라간 분쟁은 주변 열강인 러시아, 터키, 이란 등의 개입 속에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데요. 특히 터키가 이번 사태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아르메니아 사람들은 더욱 큰 공포감에 휩싸여있다고 합니다. 100여년전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일으켰던 '아르메니아 대학살' 사건을 연상케한다는 이유 때문이죠.


러시아 타스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둘러싼 교전이 28일쨰로 접어들었습니다. 아제르바이잔은 나고르노-카라바흐 남부 저지대 상당 부분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고, 아르메니아는 북부 산악지대서 아제르바이잔의 공세를 막으며 수세에 몰린 상황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현재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은 국제법상 아제르바이잔 영토지만, 아르메니아가 실효지배를 하는 분쟁지역으로 구소련 붕괴 이후 두 나라가 독립하면서 곧바로 분쟁이 발생해왔던 지역이죠.

특히 아제르바이잔이 지역 내 군사강국이자 인종적, 종교적으로 가까운 터키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르메니아 사람들의 공포심은 극에 달하고 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약 100여년 전인 1915년,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투르크 제국은 아르메니아를 침략해 대학살을 일으켰고 150만명 이상의 주민이 희생된 바 있기 때문이죠. 여기에는 당대 동유럽 전역에서 부딪히고 있던 러시아제국과 오스만 투르크 제국간의 분쟁이 숨어있습니다.


17세기부터 지속적으로 충돌해온 러시아와 오스만 투르크는 전략적 요충지인 캅카스 회랑지역에서도 치열한 전투를 이어왔는데요. 특히 아르메니아의 경우 러시아와 같은 동방정교회를 믿는 국가라는 명분 하에 러시아가 독립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1914년 1차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오스만 투르크가 독일, 오스트리아와 연합해 영국, 프랑스와 연합한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면서 오스만 투르크 제국은 아르메니아에 있는 독립세력을 뿌리뽑고자 대학살을 일으켰던 것이죠. 이후 1차대전 와중 러시아제국과 오스만 투르크제국이 모두 무너지면서 아르메니아는 어렵게 독립을 쟁취했지만, 이후 결국 구소련에 다시 점령당하면서 오랜기간 동안 소련의 지배를 받게 됩니다.


아제르바이잔은 아르메니아 옆에 마주한 나라지만, 예전부터 페르시아 제국의 영토로 남아있으면서 이란계 이슬람 시아파 주민들이었던 아제리족이 대거 유입돼 이슬람 지역으로 변모하게 됐죠. 아제리족은 아제르바이잔에 약 1000만명이 살고 있고, 이란에는 이보다 2배가 넘는 2500만명이 살고 있습니다. 이후 러시아가 19세기 남하정책을 펴면서 페르시아 제국 영토였던 아제르바이잔을 지배하기 시작했고, 아르메니아와 마찬가지로 구소련 붕괴 때까지 러시아의 지배를 받아왔습니다.

문제는 소련 붕괴 이후부터였는데요. 특히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은 주민 대부분이 아르메니아계였지만, 구소련에 의해 강제로 아제르바이잔 지부의 산하 지역으로 편입이 됐었기에 소련 붕괴 이후 아르메니아로 귀속을 원했습니다. 하지만 아제르바이잔이 이를 거부하면서 전쟁이 발발하게 됐죠. 이후 양자간 휴전협정에 따라 이 지역은 국제법상으로는 아제르바이잔 영토로 남게됐지만, 아르메니아가 실효지배하는 모순된 상황이 이어져오게 됐습니다. 이번 전쟁이 이 상태에 불만을 갖고 있던 아제르바이잔이 터키의 전폭적 지원 하에 벌어진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그러다보니 두 나라 주변국가들의 반응은 각국 이해관계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BBC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과 같은 시아파 이슬람 국가인 이란은 중립을 고수하면서도 반대로 동방정교회를 믿는 아르메니아와 외교적으로 더 가깝고, 더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는 아제르바이잔의 세력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이란 내 아제리족들이 북부 접경지역에서 아제르바이잔에 귀속되겠다며 떨어져나갈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반대로 캅카스 지역의 대표적인 기독교 국가인 조지아는 역으로 아제르바이잔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시아파 이슬람 종주국인 이란과는 철천지 원수인 이스라엘도 아제르바이잔을 응원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두 나라 모두 아르메니아와 적대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죠. 모든 문제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러시아는 양측 모두에 용병과 무기를 판매하며 수익을 올리는데 혈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종교도, 문화도, 모든 것을 초월해 오직 자국의 이익만이 목적인 이 전쟁은 적군도 아군도 없이 철저한 소모전으로 전개되면서 지역을 황폐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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