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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에서] ‘3D’ 보직으로 바뀐 장관의 입, 총장의 입(上)

최종수정 2020.11.01 14:52 기사입력 2020.10.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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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 법조팀장

최석진 법조팀장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법무부 장관의 입으로 불리는 ‘법무부 대변인’이나 검찰총장의 입으로 불리는 ‘대검찰청 대변인’은 검사들이 희망하는 보직 중 하나였습니다.


법무부나 대검에는 검찰 내에서 잘 나가는, 검사장급 고위 간부들이 몰려 있는데 자연스럽게 이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데다, 애초부터 장관이나 총장이 맘에 드는 사람을 앉히는 자리인 만큼 재임 기간 중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다음 인사에선 자기가 원하는 자리로의 이동이 어느 정도 보장됐기 때문이죠.

수사 부서에서 근무하며 기자들을 피하기 급급했던 검사들은 대변인이나 부대변인으로 대변인실에 근무하게 되면 200명이 넘는 법조 출입기자들로부터 하루에 적어도 수십통, 많을 땐 수백통의 전화를 받게 되는 고충은 있었지만, 1년 정도 경험을 통해 정무감각을 키울 수 있었고, 여러 기자들과 한꺼번에 친해질 수 있는 검사로선 흔치않은 기회를 얻기도 했습니다.


기자랑 친분을 쌓는 게 검사 생활을 하며 크게 도움될 건 없지만, 그래도 대변인 생활을 하며 힘든 시기를 같이 보낸 기자들이 나중에 해당 검사가 지휘한 큰 사건 수사의 성과를 보도할 때나 인사를 앞두고 검사장 하마평이 돌 때 같은 때 아무래도 조금은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건 사실인 거 같습니다. 과거에는 실제 인사를 앞두고 수사 공보 역할을 겸했던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등 요직 후보자에 대해 검찰 고위 간부들이 친분이 있는 기자들에게 물어보거나 거꾸로 기자들이 특정 검사를 추천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법무부나 대검 대변인, 또 각 검찰청에서 대변인 역할을 맡게 된 전문공보관은 일은 너무 고된 자리인 반면, 다음 보직도 보장되지 않는, 이른바 3D 보직이 돼버린 느낌이 듭니다.

이 같은 변화의 시작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때였습니다.


취임 전 인사청문회 때부터 각종 의혹이 불거지며 화제의 중심에 섰던 조 전 장관은 자신과 관련된 언론보도에 특히 민감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의혹들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대변인 입장에선 각각의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조 전 장관으로부터 ‘대응이 늦다’거나, ‘그렇게밖에 대응을 못하느냐’는 질책을 종종 받았던 것으로 전해 들었습니다.


오죽하면 당시 박모 대변인이 몇 년간 끊었던 담배를 대변인 취임 하루 만에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기자들 사이에선 화제가 됐었습니다.


모시기가 어려운 건 지금 추미애 장관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정치인 출신인 추 장관은 취임 이후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속적으로 글이나 사진을 올리며 대중들과의 소통 창구로 활용하고 있는데, 대변인 입장에선 참 난감한 일입니다.


사전에 대변인실과 조율을 하는 것도 아닐 텐데, 추 장관의 페이스북을 보고 기자들의 전화가 쏟아지면 추 장관이 무슨 생각으로 올린 글인지를 유추해서 답변하거나, ‘나도 알 수 없다’고 대답하거나 둘 중 한쪽을 선택해야 되는 상황에 처해지는 셈이니까요.


지난 7월 추 장관이 페이스북에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금부분리’(금융과 부동산의 분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가 ‘서울시장 출마하려고 하느냐’는 비난에 휩싸였을 때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와 관련된 예민한 글들을 올렸을 때, 또 최근 자신의 집 앞에 대기 중이던 사진기자의 사진을 찍어 올리며 출근을 안 하고 재택근무를 하겠다는 글을 올렸을 때까지 쏟아지는 기자들의 전화를 받고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건 고스란히 대변인의 몫이었습니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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