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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면이 꼬불꼬불한 이유·스프 재료는 무려 50가지…당신이 모르는 라면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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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맛 좌우하는 스프가 라면 생산업체의 최대 관심·핵심 기술
농심의 1위 비결 '스프 기술력'…팔도비빔면 인기 요인 '액상스프'

라면 면이 꼬불꼬불한 이유·스프 재료는 무려 50가지…당신이 모르는 라면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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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국내 라면 시장을 이끄는 농심과 삼양식품, 팔도 등 라면업체들은 라면 맛을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스프와 면 기술에 집중한다.

깊은 맛의 비법, 마법의 가루 ‘스프’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라면 맛은 스프가 가장 많이 좌우한다. 라면 1개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스프 원재료는 50여 가지나 된다.


농심은 “원재료를 모아 푹 끓여낸 국물을 건조해 가루나 액상으로 만든 다음 알맞은 비율로 섞어 밀봉한 게 바로 스프”라며 “이 과정에서 모든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어떻게 보존하느냐가 라면업계의 최대 관심 기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스프 제조의 시작은 가정에서 국을 끓이는 방법과 비슷하다. 신선한 채소와 육류 등을 물에 넣고 오랜 시간 가열하는 것이다. 가정에서 국을 끓일 때 맛과 향을 붙잡기 위해 냄비 뚜껑을 닫고 가열하는 것처럼 라면 스프 원재료도 밀폐된 용기에서 고아낸다. 하지만 스프는 뒤따르는 건조 기술이 더 중요하다. 다양한 재료들의 맛과 향이 우러나온 국물의 수분을 어떻게 제거하느냐가 핵심이라는 얘기다.


과거에는 건면처럼 열풍건조(AD) 방식으로 수분을 말렸다. 그러나 바람과 함께 일부 재료 고유의 향이 사라지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해결한 게 바로 진공건조(VD) 방식이다. 진공상태의 설비에 국물을 넣으면 100도 보다 낮은 온도에서 물이 끓기 시작한다.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빠른 시간 안에 수분을 날릴 수 있어 풍미가 잘 보존되는 것이다.


수분이 날아가고 풍미 성분만 가루 형태로 농축된 분말스프는 수분 함량이 8% 이하로 떨어진다. 이 정도면 별도로 방부제를 넣지 않아도 밀봉만 해두면 상온에서 12개월은 보존된다. 품질유지 기한이 6개월인 라면보다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방부제를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식품을 변질시키는 세균,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은 수분 함량 약 15% 미만(수분 활성도 0.8)에서는 번식이 어렵다.

농심이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 1위 기업으로 입지를 구축한 이유 역시 스프 기술에 있다. 농심은 1982년 스프 전문생산시설인 ‘안성공장’을 설립하고, 스프의 획기적 품질향상 후 ‘너구리’(82년)와 ‘육개장사발면’(82년), ‘안성탕면’(83년), ‘짜파게티’(84년), ‘신라면(86년)’를 앞세워 확고한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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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비빔면의 인기 요인 역시 바로 액상스프다. 팔도 관계자는 “액상스프는 원재료의 수분제거가 필요한 분말스프와 달리 엑기스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제조하는데, 그만큼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릴 수 있으나 제조 공정상 고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면서 “팔도가 당시 소속돼 있던 한국야쿠르트(팔도는 2012년 한국야쿠르트에서 분사)의 발효와 미생물 공학 기술 덕을 봤다”고 설명했다. 팔도는 변화하는 소비자 입맛에 맞춰 ‘원조 비빔라면’ 본연의 맛을 지키기 위해 매년 맛 개선도 실시하고 있다. 2017년에는 감칠맛과 매운맛을 높이기 위해 순창고추장을 적용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고소한 맛을 더하기 위해 통참깨 참기름을 사용하고 있다.


꼬불꼬불함의 이유

라면의 꼬불꼬불한 면발 모양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속도차이를 활용한 간단한 원리로, 면을 뽑아내는 속도보다 뽑아낸 면을 받아내는 수송기의 속도를 느리게 하면 직선 형태의 면발이 정체현상을 통해 꼬불꼬불하게 만들어진다.


라면의 꼬불꼬불한 면발은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빨리 익으면서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면발이 꼬불꼬불해야 열을 받는 표면적이 커져서 잘 익게 된다. 또한 라면의 꼬불꼬불한 모양은 면 한 가닥 한 가닥을 띄어 놓는 역할을 해서 열과 수분의 침투력을 높여 준다. 그래서 꼬불꼬불한 면발은 직선인 면발보다 수프의 맛이 골고루 배면서 빠른 속도로 조리가 된다.


다음은 부피 절감이다. 면이 꼬불꼬불해야 한끼의 식사량을 작은 포장지 안에 한꺼번에 넣을 수 있다. 마치 사람의 몸에 6~7m에 이르는 소장이 꼬불꼬불하게 들어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꼬불꼬불하게 라면을 만들어 부피와 공간을 줄이고, 보관과 유통에 효율성을 높이게 된다. 참고로 라면 1개의 면발을 길게 이어 붙이면 길이가 약 50m에 달한다.


마지막으로 유통 과정에서 잘 부서지지 않게 하는 역할도 한다. 가늘고 곧은 국수는 조금만 충격을 가해도 잘 부서진다. 아무리 딱딱한 고체라 할지라도 직선 모양과 꼬불꼬불한 모양 사이에는 탄성의 차이가 존재한다. 탄성이란 물체에 외부적 힘을 가했을 때 모양이나 크기가 변했다가 그 외부적 힘을 제거하면 원래의 모양과 크기로 되돌아가려는 성질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농심은 “뜨개질한 편물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운데 수직과 수평으로 교차하여 짠 옷감보다는 뜨개질처럼 꼬불꼬불한 모양으로 짜인 옷감의 탄력성이 훨씬 높다”면서 “라면의 경우도 꼬불꼬불한 모양은 미세하게 탄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이 외에도 면이 꼬불꼬불하면 젓가락으로 들어 올리기 쉬운 장점도 빠트릴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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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라면 시장의 면은 냉장면, 냉동면, 생면 등에 이어 최근에는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까지 출시하면서 다채로워졌다. 신라면건면은 농심의 건면기술력을 대표 제품 신라면에 접목해 개발한 전략제품으로, 지난해 2월 초 출시와 동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신라면의 맛과 건면의 완성도 높은 조합을 위해 농심 연구소는 신라면건면 개발에만 2년이 넘는 시간을 투자했다. 한국 대표 라면인 신라면을 새롭게 구성하는 작업인 만큼 면과 스프·별첨·포장 등 라면개발 전 부문이 초기 기획단계부터 함께 연구를 진행했다. 프로젝트명도 '신라면 Light'로, 신라면 맛과 건면의 깔끔함을 동시에 잡는 데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신라면 본연의 국물 맛을 내기 위해 스프를 새롭게 조정했다. 면의 속성이 바뀌면 국물맛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농심은 신라면건면만의 소고기육수(beef stock)를 만들기 위해 고추와 마늘, 후추 등의 다진양념과 소고기엑기스를 최상의 조합으로 재구성했다. 또 신라면 감칠맛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표고버섯을 보강해 맛의 조화를 높였다. 신라면의 깊은 풍미는 조미유로 완성했다.


농심은 “신라면건면은 기름에 튀기지 않아 깔끔하고 가볍고 더 쫄깃해졌다”면서 “유탕면보다 부족할 수 있는 면과 국물의 어울림도 해결하기 위해 양파와 고추 등을 볶아 만든 야채 조미유를 별도로 넣어 국물의 맛과 향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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