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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마스크 전쟁

최종수정 2020.09.22 11:20 기사입력 2020.09.2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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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연설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 시행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필라델피아(미국)=로이터·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연설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 시행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필라델피아(미국)=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보건당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가 독재라며 유럽과 미국에서 '노(NO) 마스크' 시위가 이어지면서 국제적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11월 대선의 주요 이슈 중 하나로 올라갈 정도로 마스크 착용에 대한 서구권 국민의 거부감은 거센 상황이다.


100년 전 스페인독감 때는 경찰이 마스크를 안 쓴 시민에게 총을 쏠 정도로 마스크 씌우기 자체가 전쟁이나 다를 바 없이 강행됐다. 1918년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당국의 의무적 마스크 착용을 거부한 시민에게 경찰이 총을 쏜 사건이 발생해 현지 언론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당시 미 당국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을 전부 감옥에 구류시키거나 심한 경우 총까지 쏘며 강행했다.

이렇게까지 강행해도 미국인들은 마스크 착용 지시를 무시하기 일쑤였다. 그나마 마스크 착용을 당국이 의무화한 당시에는 1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인 상태라 전시법규를 적용해 강제조치라도 취할 수 있었지만 불과 한 달 남짓 지난 1918년 11월21일 1차 대전이 끝나면서 강제조치들은 모두 흐지부지됐다. 마스크 착용 단속에 나섰던 경찰들마저 1차 대전 종전 소식에 일제히 마스크를 벗어 던졌고, 영화관과 운동장은 기존 방역 조치를 무시하고 물밀듯 밀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결국 1918년 3월 대유행이 시작한 이후 강력한 방역조치로 여름부터 사망자 숫자가 급감하고 있던 스페인독감은 다시 맹위를 떨치며 1920년까지 이어졌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에서 스페인독감이 유행한 2년간 미국 내에서만 67만명 이상이 숨졌고, 전 세계에서는 5000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마스크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막대한 희생을 낳았던 셈이다.


서구권에서 마스크가 이처럼 터부시된 이유는 단어 자체에 숨은 부정적 의미도 크게 작용했다고 평가받는다. 마스크는 중세시대 이후 가면무도회(Masque)를 상징하던 단어로, 카니발 축제 기간 각자 신분과 이름을 모두 속이고 오직 쾌락을 위한 즉석만남을 상징하던 부정적인 뜻으로 쓰였다.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와 함께 보건용 마스크도 좋은 의미로 쓰이진 않았다. 1차 대전 이후 본격적으로 개발된 보건용 마스크는 당시 전쟁에 처음 사용된 생화학무기를 상기시키거나, 분진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써야 했던 광산노동자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다. 아무리 보건당국에서 "마스크가 백신보다 낫다"고 외쳐도, 뿌리 깊게 박힌 마스크에 대한 터부를 없애기 전까지는 자발적인 마스크 쓰기 참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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