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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美·EU 지지 확보 맞춤형 전략 필요

최종수정 2020.09.20 08:30 기사입력 2020.09.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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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 등 아프리카 후보 사각지대 공략
개인 자질·여성 프리미엄 기대 어려워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2라운드를 통과하기 위해선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맞춤형 전략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란 분석이 나온다. 1라운드를 통과한 후보 5명 중 2명이 아프리카 후보고 지역 안배 등 명분에서도 아프리카 후보가 앞서는 데다, 유 본부장은 중국·일본 등 아시아의 지지세를 끌어오지 못하고 있어 불리한 상황이다. 1표 이상의 힘을 지닌 강대국인 미국의 확실한 지원을 얻은 뒤 EU에서 아프리카 표를 최대한 뺏어와야 승산이 있다는 의미다.


◆아프리카 대세론…불리한 판세
WTO 사무총장 선거 초반부터 유력 후보로 거론돼왔던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전 재무장관.(이미지 출처=로이터연합뉴스)

WTO 사무총장 선거 초반부터 유력 후보로 거론돼왔던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전 재무장관.(이미지 출처=로이터연합뉴스)



2라운드에 진출한 후보는 유 본부장을 포함해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전 재무장관, 케냐의 아미나 모하메드 전 WTO 총회 의장, 영국의 리엄 폭스 전 국제통상장관,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마드 알 투와이즈리 전 경제기획부 장관이다.

아프리카의 오콘조-이웰라 후보와 모하메드 후보는 WTO 사무총장 지역 안배 원칙,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이란 프리미엄 등 두 변수를 선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유 본부장의 선거전을 버겁게 만드는 요소다.


특히 중국이 2013년부터 맡아온 사무차장직을 지키기 위해 유 본부장이 아닌 아프리카를 지지하고 나선 게 부담이다. 일본과 통상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까지 아프리카를 지지하겠다고 공개 선언한 상황이라 아시아의 표심을 끌어오기가 어려워졌고, 그 표심이 아프리카로 몰리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일본도 부담이다. 우리 정부가 지난 6월부터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한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한 뒤 유 본부장의 선거전에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주요국과 이해 충돌을 빚고 있는 국가의 후보가 사무총장으로 선출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언급했다.

◆네거티브 안 돼…美·EU 맞춤형 유세뿐
이미지 출처=EPA연합뉴스

이미지 출처=EPA연합뉴스



2라운드에 각 국가가 1명이 아닌 2명을 찍을 수 있는 제도도 유 본부장엔 부담이다. 아프리카 후보가 두 명이기 때문에 둘 모두에게 몰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2라운드부터 아프리카가 후보 단일화를 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유 본부장으로서는 1:1 투표를 하는 최종 라운드에 가보기도 전에 2라운드에서부터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기구 선거의 특성상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는 네거티브 선거전을 펼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미국과 EU의 실낱같은 명분을 공략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분석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국가 간 협의를 바탕으로 글로벌 통상의 방향을 잡아나가는 리더를 뽑는 선거에서 네거티브 전략을 펴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美는 영국, EU는 아프리카가 변수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AMCHAM) 회장.(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AMCHAM) 회장.(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영국, 사우디 후보보다 확실한 존재감을 보이면서 아프리카의 표를 최대한 분산하려면 미국과 EU의 독일, 프랑스 등 강대국의 확실한 지지를 얻어내는 방법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은 중국 후보를 견제하려 할 가능성이 큰데, 유 본부장과 폭스 전 장관 중 누구를 지지할지가 관심거리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AMCHAM)은 지난 14일 성명서를 통해 유 본부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암참은 "유 본부장은 국제무역과 세계 경제에 전례 없는 어려움이 있는 시기에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수호자"라며 "원칙에 기반한 리더임을 증명한 유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


EU가 전통적으로 아프리카에 우호적이었던 점은 유 본부장에 부담이다. EU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이끈 영국의 폭스 전 장관을 지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 표심이 아프리카에 쏠리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선 독일, 프랑스 등 EU 내 강국의 지지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


정 교수는 "미국, EU, 중국 모두 아프리카를 중요시하는 외교 정책을 수년간 펴온 입장이라 지금의 '아프리카 대세론'을 굳이 뒤집어야 할 뚜렷한 유인이 없는 상황"이라며 "표가 나게 특정 국가를 지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 본부장만의 장점, 현역 장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문호남 기자 munonam@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문호남 기자 munonam@



불리한 판세를 뒤집기 위해선 유 본부장만의 장점을 내세워야 하는데, 현역 통상장관이란 점과 25년간 통상 경험을 풍부하게 쌓은 점 등이 꼽힌다.


케냐의 모하메드 후보는 WTO 총회 의장을 지냈지만 이미 몇 년이 지났다. 나이지리아의 오콘조-이웰라 후보와 사우디 알 투와이즈리 후보는 통상 전문성은 낮다는 평이다. 폭스 후보도 통상 전문가로 꼽히지만, 전직 장관이다.


유 본부장이 2라운드부터 외교적 총력전을 펴면서 다른 후보가 갖지 않은 현역 장관으로서의 강점을 살려 WTO를 이끌어나갈 복안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주문이다.


유 본부장은 1라운드에 스위스 제네바, 프랑스 파리, 미국 워싱턴 DC 등을 방문해 현장 유세를 했다. 총 140여개 회원국의 장관급 및 대사급 인사들과 다양한 채널로 접촉해 지지를 요청했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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