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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基本'꺼내든 준비된 경영인…김남호 DB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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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基本'꺼내든 준비된 경영인…김남호 DB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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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2세. 김남호 신임 DB그룹 회장(46ㆍ사진) 이름 앞에 늘 따라붙는 수식어다. 2세 경영인들은 선대보다 높은 교육수준과 글로벌 감각을 갖췄지만 대부분 선대보다 리더십이나 도전정신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기 일쑤다. 치열한 정글 속에서 기업을 일군 창업세대와 달리 '승계'를 통해 경영권을 물려 받은 후계자여서다. 여기에 간간이 전해지는 일부 오너가 자제들의 일탈도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키우는 요인이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말이 재계의 오래된 속설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기업은 창업보다 수성(守城)이, 수성보다 이를 넘어선 도전과 성공이 더 어렵다." DB그룹 설립 50년 만에 이뤄진 세대 교체 첫 날, 김 회장이 '경영의 기본'을 상기하며 이 말을 꺼내든 것도 이 때문이다.

재계의 오래된 교훈이자 '기본 가운데 기본'을 취임 일성으로 꺼내 든 김 회장은 기초부터 탄탄히 다진 2세로 평가 받는다. 미국 웨스트민스터대학교, 워싱턴대학교에서 각각 경영학 학사와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한 그는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에서 파이낸스 과정을 수료한 후 귀국했다. 김 회장은 기업 후계자가 임원부터 시작하는 통상적 관례를 깨고 2009년 DB그룹 계열사였던 동부제철에 차장으로 입사해 당진 공장에서 근무했다. DB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동부제철 근무 당시 현장 직원들과 잘 어울려 지내 대부분의 동료가 김 회장이 김준기 전 회장의 장남인 줄도 몰랐다고 한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이 DB그룹의 구조조정을 겪어 넘기며 위기 대처 능력을 가졌다고 본다. 김준기 전 회장이 1969년 미륭건설로 시작한 DB그룹은 1970년대 중동 건설 시장 진출에 성공한 이후 소재, 농업, 물류, 철강, 금융 등 분야로 규모가 확장됐다. 창업 30년 만인 2000년에는 재계 순위 10대 그룹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철강, 반도체 등에 대규모 투자를 벌이다 유동성 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겪게 됐다. DB그룹은 금융ㆍ제조업 등 두 축으로 사업과 규모가 축소됐고, 올해 5월 기준 재계 순위는 39위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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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이 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관여한 때도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15년 DB금융연구소로 자리를 옮기면서다. 김 회장은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 참여해 제조 부문의 지주회사 격인 DB Inc.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동부팜한농, 동부대우전자 매각에도 깊이 관여했고, 최근에는 채권금융회사 공동관리(워크아웃)를 받아온 DB메탈의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이 밖에도 김 회장은 금융부문의 컨트롤타워인 DB금융연구소에서 금융사업의 중장기 비전을 세우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을 맞은 김 회장은 취임 직후 분위기 쇄신을 꾀하고 있다. 김 회장은 우선 취임 2주도 안돼 경영진 인사를 단행하면서 본격적인 세대 교체를 알렸다. DB그룹은 지난 13일 구교형 그룹 경영기획본부장, 이성택 DB금융연구소 사장, 김정남 D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 사장을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김준기 전 회장과 경영을 이끌던 최연희 DB Inc 회장과 윤대근 금융연구소 회장은 김 회장의 취임에 맞춰 용퇴했다.


김 회장은 DB그룹 금융계열사의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DB손해보험, DB생명, DB 금융투자 등 금융 계열사는 그룹 전체 매출의 약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순이익만 3729억원을 기록한 DB손해보험은 삼성화재에 이어 업계 2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포화, 낮은 금리 등으로 인해 보험사들의 경영 여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이에 DB그룹의 금융계열사들은 온택트(온라인 대면)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각종 서비스들도 강구하고 있다. 일례로 DB손해보험 다이렉트는 지난해 보험업계 최초로 '다이렉트 톡'을 선보였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DB하이텍 등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김 회장이 중장기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에 DB하이텍 출신인 구교형 경영기획본부장과 더불어 최창식 하이텍 대표이사까지 부회장으로 승진시킨 이유도 향후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위한 사전 포석 아니겠냐는 재계의 관측이 나온다. DB하이텍은 지난해 매출액 8074억원, 영업이익 1813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올해도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활성화로 반도체 수요가 많아 실적이 더욱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절대적인 규모로 따지면 DB하이텍이 아직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에는 못 미치고, 회사의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회장이 DB그룹의 과거 영광을 되찾고, 취임사에서 밝힌대로 어떠한 환경 변화도 헤쳐 나가는 지속 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재계 관계자는 "김 회장은 금융을 잘 아는 전문가로서 금융 계열사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제조업 계열사의 성공을 위해 파운드리 사업 투자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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