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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새벽배송과 유통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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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일요일 영업 금지, 24시간 새벽 장사 금지, 노끈ㆍ테이프 등 포장재 제공 금지, 묶음포장 금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금지. 대형마트들에 씌워진 규제들이다. 여기에 더해 여당은 유통법을 개정해 복합쇼핑몰, 아웃렛, 백화점, 면세점, 전문점에도 월 2회 주말 의무휴업일을 적용하겠다고 나섰다.


규제로 숨이 막힌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과거 대형마트 의무휴업 당시에는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를 내세웠다. 대형마트를 못 가게 하면 전통시장으로 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결과는? 수년이 지난 현재 다양한 연구 결과가 나와 있지만 소기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한 것 같다.사람들은 전통시장으로 가는 대신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개정안에서는 대형 쇼핑몰 전부를 규제해야 한다는 이유로 근로자 건강권 보장을 내세웠다. 주말까지 일하다 보니 근로자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주 52시간 근무가 법제화돼 있는 상황에서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면세점은 물론 도심이 아닌 교외에 위치해 주변 상권과는 독립된 아웃렛까지 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은 놀랍지도 않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아웃렛에 옷 한번 사러가려면 휴가를 내야 할 판이니 반갑지 않다. 이렇듯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에 씌워진 규제는 그 무게를 더해가고 있는데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여전히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

토요일 새벽배송으로 유명한 인터넷 유통업체 A사에 화분 몇 개를 주문했다. 사러나가려니 귀찮았는데 아침에 눈 뜰 무렵이면 현관 앞에 놓아준다니 고맙다. 자고 일어나서 애플리케이션을 확인해보니 이미 도착해 있단다. 반가운 마음에 포장을 뜯기 시작했다. 꼼꼼히 포장했지만 깨져 있었다. 무료 반품, 교환이 가능한 유료회원에 가입하기를 잘했다고 위안하며 교환을 요청하고, 도로 포장해 매직으로 '교환'이라고 크게 쓴 뒤 문 옆에 놓아두었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누군가가 왔다. 문을 열고 나가니 A사의 새 택배가 도착했다. 박스를 열어보니 이번에는 깨지지 않고 제대로 왔다. 교환하려 내놓은 박스는 그대로 놓여 있었다. 언제 가져가나 싶어 A사에 푹 빠져 사는 친구에게 전화했다.


몇분간의 통화 끝에 얻은 결론은 '안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라는 것이다. 며칠 문앞에 놓아보고 계속 가져가지 않으면 써도 된단다. 게다가 이런 규정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소비자도 많다고 한다. 일단 구매한 뒤 교환 요청을 해서 새 제품을 또 받고, 반품 요청을 한 물건을 가져가지 않으면 슬쩍 사용하는 사례다.


물류센터에서 판매 단위로 미리 소포장을 해놓다 보니 웃지 못할 상황도 생긴다. 여의도에서 카페를 하는 친구는 지난주 A사에서 접시 10개와 수제 블루베리잼 30개를 주문했다. 다음 날 아침 출근하자 매장 앞에 박스 40개가 쌓여 있었다. 잘 깨지는 제품이라 그런지 커다란 박스 안에는 뽁뽁이 비닐로 꽁꽁 싸맨 접시 1장만 들어 있었다. 블루베리잼 역시 같은 포장이었다.


접시 10개와 잼 30통을 꺼내 놓으니 바닥에는 40개의 박스와 산더미 같은 비닐 포장지가 쌓였단다. "치우는 게 더 일이었어"라는 친구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박스 40개를 분리수거해야 한다니 제법 시간이 걸렸으리라. 이러다 보니 A사가 적자를 낼 수밖에 없다. 2박스면 될 일을 40박스로 해결하다 보니 물류비가 많이 든다.


더 큰 문제는 규제의 형평성이다. 영업시간 등에 대한 규제는 말할 것도 없고 환경 규제에서도 온라인 유통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없다. 대형마트에서는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노끈, 테이프까지 치우면서 인터넷 쇼핑몰에 대한 규제는 아예 없다는 점은 보여주기식 처방에 불과할 뿐이라는 점을 떠올리게 한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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