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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첨병서 공산주의 최전선으로…'자본주의' 깃발 내리는 홍콩

최종수정 2020.07.03 12:36 기사입력 2020.07.0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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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보안법 1일부터 시행
홍콩 사회 근본적으로 변화
서베를린이 동베를린이 된 것
법제도 등 홍콩 경쟁력 약화 불가피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홍콩은 그동안 냉전 시기 서베를린 같은 곳이었는데, 이제는 동베를린과 같은 곳이 될 것이다."


다이와 캐피탈 마켓의 케빈 라이 연구센터장은 2일 한 외신을 통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이후 홍콩의 미래를 이같이 전망했다. 냉전 시기 서독 영토였던 서베를린은 동독에 둘러싸여 자본주의의 보루와도 같은 곳이었다. 당시 동독의 수도였던 동베를린은 체제 경쟁에서 공산 진영이 서방 세계에 밀리지 않는다는 보여주기 위한 선전의 장 역할을 맡았다. 라이의 언급은 중국에 맞서는 자본주의 첨병 역할을 해왔던 홍콩이 이제 '공산국가' 중국의 힘을 보여주는 곳으로 일순간 탈바꿈하게 됐다는 진단을 담고 있다.

자본주의 첨병서 공산주의 최전선으로…'자본주의' 깃발 내리는 홍콩

지난 1일 발효된 홍콩보안법은 하나의 나라, 두 개의 체제를 표방한 '일국양제'의 틀을 흔드는 것을 떠나, 홍콩의 운명까지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홍콩은 중국의 영토에서 중국과 다른 체제를 보장받았다. 하지만 홍콩보안법이 시행되면서 홍콩이 누려왔던 민주주의는 심각한 제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홍콩보안법을 계기로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거대한 변화가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홍콩보안법은 국가분열죄와 국가정권 전복죄, 테러죄, 외국과 결탁하거나 역외 세력에 의한 국가안전위해죄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관련 규정들이 워낙 범위가 광범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경제분야다. 홍콩은 ▲환율 안정과 외환거래 자유 ▲낮은 세율 ▲자유로운 사업환경 ▲중국으로의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이었다. 이런 이유로 홍콩은 국제금융중심지와 무역의 주요 거점 역할을 담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홍콩보안법 도입 이후엔 이런 틀 자체가 흔들리거나, 유지되더라도 작동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됐다. 특히 인터넷이나 통신망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개입ㆍ감시 위험이 커졌다. 지난달 초 홍콩의 미국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보안법이 비즈니스에 위해를 가할 것이라고 답했고, 응답 기업의 30%는 일부 비즈니스 활동과 자산의 재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법체계의 안정성도 위태로워졌다. 홍콩은 과거 영국 식민지 과정을 거치면서 투자자 등을 보호했던 법체계를 마련했다. 이런 안정적 법체계가 홍콩의 경쟁력이 한 축이었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홍콩보안법으로 인해 이론상으로, 중국 국영기업에 대한 분석이나 시장 보고서 등이 국가기밀 유출과 같은 범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재판 과정에서도 그동안 홍콩 법원이 아닌 중국 법원이 개입할 여지가 커짐에 따라 법률 리스크 역시 커졌다. 홍콩 정부가 최근 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패닉에 빠지지 말라"고 당부했고 "기업활동엔 전혀 지장이 없다"고 했지만 법이 개인과 기업을 구분해 적용할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보안법은 홍콩달러화의 운명도 바꿀 전망이다. 달러화에 7.75~7.85 홍콩달러를 고정했던 페그제가 다르게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지난달 기준으로 4420억달러(531조원)의 외환을 보유해, 홍콩달러 가치를 안정적으로 지켜왔다. 홍콩달러가 흔들리는 일은 좀처럼 없을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위기의 순간 달러가 필요할 경우 작동방식이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제 홍콩달러 가치를 지켜주기 위해 손을 내미는 곳은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아닌 중국 인민은행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홍콩 안팎에서 나온다. HKMA이 인민은행과 통화 스와프 등을 통해 달러를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이 금융중심지를 유지하더라도, 이제 시장이 힘이 아닌 중국 정부의 정책적 의지에 맡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콩보안법 우려로 외국인 기업, 자본, 인력 등의 이탈 가능성이 커졌지만 이를 꾸준히 메운 것은 중국의 기업들의 움직임이었다. 중국 게임사 넷이즈나 온라인상거래 사이트인 징동닷컴 등이 최근 홍콩 주식시장에 잇따라 상장했다. 앞서 알리바바 역시 지난해 11월에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했었다. 중국의 대표적 기술기업이 홍콩 자본시장을 이용하면서, 아시아의 허브 금융시장이라는 홍콩의 지위를 받쳐주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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