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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과거로 회귀하는 '깜깜이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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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완주 부국장 겸 정치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아직도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어느덧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초유의 전염병 사태로 인해 민생과 경제는 거의 파탄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선거에 대한 열기와 관심은 상대적으로 을씨년스럽다. 유권자의 표정과 후보자의 얼굴은 마스크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선거 분위기를 띄우는 율동과 구호도 사라졌다.

이번 총선은 한마디로 '깜깜이' 선거다. 코로나19 여파도 작용했지만 정치권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제대로 된 정책 대결이나 공약 대결을 찾아보기가 난망하다.


미래에 대한 비전과 청사진이 없다. 코로나19 이후 쓰나미처럼 몰려올 사회, 경제, 문화적 대변혁과 혼란의 시기를 극복할 대안도 없다. 그저 알량한 표심에 기대 재난지원금만 퍼주겠다고 난리를 칠뿐이다. 구멍이 난 댐을 메우는 것이 무슨 대책이요, 미래의 비전이겠는가.


'정권 심판론'이나 '야당 심판론' 역시 씨알이 먹히지 않는다. 국민적 관심사에서 심판론은 사라진지 오래다. 하루하루 팍팍한 삶에 지쳐 무관심해진 것이다.

편법과 불법을 오가는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어 놓고 표를 호소하는 작태는 정치권의 난장질이다. 유권자를 호구로 보는 것과 다름없다. 영화 '미워도 다시 한 번'처럼 어차피 찍어줄 것이라는 관습법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 탓이다.


20대 총선을 돌이켜보면 몇 가지 의미심장한 변화를 가져왔다. 단적인 예가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의 퇴색이다. 대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호남에서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각각 두 석의 의원직을 가져왔다. 부산ㆍ울산ㆍ경남(PK)은 기존의 새누리당 아성을 뚫고 민주당이 10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호남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텃밭이었던 호남에서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켰다. 전체 의석 28석 중 23석을 차지한 것이다. 깨지지 않을 것 같던 양당 구조가 다당제 체제로 변모해 정치 지형도를 바꿔 놓았다.


지금은 어떠한가. 구태가 되살아나고 있다. 지역주의의 망령이 부활하고 다당제 구도는 거대 양당구조로 다시 수렴되는 양상이다. 호남과 대구ㆍ경북 지역의 이변은 이번 총선에서 자칫 구경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박빙의 혼조세를 보이는 PK에서 민주당은 몸을 한껏 낮추고 있다. 호남은 거의 민주당이 독식할 태세다. 승자 독식주의의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거대 양당의 의석수 불리기 수단으로 전락했다. 다양한 민의를 수렴한다는 당초 취지는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진영논리는 정치권의 극단적 대립을 더욱 부추겼다. 친문(친문재인)세력의 전위부대인 일명 '문빠'들은 정치를 팬덤화시켰다. 의견이 다르면 '적'과 '아군'으로 갈라놓았다. 대안을 내놓을 능력은 없으면서 진부한 안보팔이와 과거의 실패한 정책만 앵무새처럼 되뇌는 보수야당은 '아스팔트' 정치에 매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투표를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의미는 사실상 퇴색됐다. 과연 무엇을 위한 소중한 한 표가 될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일방적으로 선택을 강요받는 처지가 된 셈이다.


사상 최악의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20대 국회가 이번 총선을 통해 좀비처럼 살아날지도 모른다. 우리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지만 그래도 선택을 해야만 한다. 어차피 최선이 아닌 차악을 찾아가는 일이다. 선거판이 아무리 깜깜이라도, 과거로 돌아가는 구태가 만연해도, 미래에 대한 대안이 없더라도 말이다. 그것이 유권자의 권리이자 숙명인 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번 선거가 법과 이치에 합당한 여법(如法)의 수단이 되기를 바랄 수밖에.




정완주 부국장 겸 정치부장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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