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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무형자산' 이제는 그 가치를 봐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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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무형자산' 이제는 그 가치를 봐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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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당시 20대이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야후로부터 10억달러의 페이스북 인수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페이스북의 큰누나'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일화다. 샌드버그가 구글을 떠나기로 결정했을 때 대기업들이 고액 연봉의 CEO 자리를 제시했지만 그녀는 페이스북에 합류했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공직과 컨설팅을 경험한 그녀가 무모하게까지 보이는 결정을 할 수 있었던 용기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저커버그와 샌드버그는 페이스북의 '무형자산'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었던 것이다. 페이스북의 가치는 이미 500조원을 넘어 2006년 구글이 제시한 1조원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게 됐다.


K팝을 주도하는 우리나라의 방탄소년단(BTS)을 한번 보자. BTS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재무제표를 보면 순자산이 914억원이다. 최근 BTS의 경제적 효과가 4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는데, 빅히트엔터의 무형자산은 재무제표에 고작 63억원으로 보고돼 있다. 아쉽게도 무형자산의 가치는 볼 수 있는 이들에게만 보일 뿐이다.

기성세대는 건설ㆍ중공업ㆍ조선ㆍ자동차ㆍ반도체 등 제조업을 통해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를 세계 12위까지 성장시켜왔다. 제조업 육성 과정에서는 공장에 대한 투자, 제품의 판매 등 모든 것이 눈에 보여 명확했다. 우리나라가 앞으로도 제품을 팔아서 경제를 계속 성장시킬 수 있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 7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차 산업혁명과 우리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D(데이터)ㆍN(네트워크)ㆍA(인공지능ㆍAI)에 대한 집중 투자를 강조했듯이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는 무형자산이다. 그런데 이를 측정해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예산을 지원하고, 더욱이 기업이 이를 통해 스스로 자금을 조달해 투자하고 이익을 창출하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겠는가.


이 같은 경제 상황에서 한국회계기준원은 지난해 9월 '재무제표 유용성 제고 방안-무형자산을 중심으로' 세미나를 개최했고, 지난 8월에는 기업의 핵심 무형자산을 식별해 측정하고 재무제표에 보고하는 연구 결과를 실제 게임산업에 적용해 발표했다. 해외 회계 기준 제정 기구들로부터도 상당한 관심과 호응을 받아 한국회계기준원은 지난 14일 국제회계기준(IFRS)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회계기준자문기구(Accounting Standards Advisory Forum)의 초청으로 '핵심 무형자산의 측정과 보고: 제3의 길'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기도 했다.

무형자산을 측정하려는 시도가 우리나라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호주회계기준위원회에서 2008년 이러한 시도를 했고, 올해도 영국의 증권감독기구 FRC가 직접 나서서 무형자산의 사업보고서에 대한 공개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왜 그들은 이를 중단하거나 실패했을까? 그것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경제성장의 한계에 다다른 지금 우리만큼의 절박함이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무형자산을 측정해놓고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고민 없는 질타 속에 아쉬운 포기를 선택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 등으로 회계 기준이 마치 기업의 발목을 잡는 수단으로 오해받고 있다. 그러나 2011년부터 우리나라가 전면적으로 도입해 사용하고 있는 IFRS에 대해 유럽연합(EU)에서는 회계 기준이 EU 기업들의 이익에 반하지 않아야 함을 명확히 하고 있듯이, 회계는 단순히 후행적인 장부 기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진흥과 국가 경제 발전을 이끌어내는 선행적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인 무형자산을 측정해 재무제표에 담기 위한 한국회계기준원의 열정이 결실을 보기를 바라며, 우리 경제ㆍ사회가 회계 기준을 규제로서뿐만 아니라 경제 정책의 한 축으로 바라보길 기대한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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