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이종우의 경제읽기] '금리인하' 경기회복 해답 아냐… 그 전에 재정 확대 신경써야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성장률 전망치 연속 하향조정
한국 실질 기준금리 0.7~0.8%
금리인하 여력 남아 있지만
금리 내려도 경기 회복 불투명

금리 0%대까지 낮춰도
부동산 가격 올라 자산 버블
선진국 금리差 확대 자본 유출
금융기관 수익성 악화 부작용


경기 둔화 구조적 요인 더 커
소재 부품 국산화ㆍ바이오 등
재정승수 높은 분야 집중해야

[이종우의 경제읽기] '금리인하' 경기회복 해답 아냐… 그 전에 재정 확대 신경써야
AD
원본보기 아이콘


우리도 기준금리를 0%대까지 내릴 수 있을까? 지난 7월과 10월 두 번의 인하로 기준금리가 1.25%가 됐기 때문에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의문이다. 내년에 두 번만 더 인하하면 0%대가 되기 때문이다. 경제가 괜찮다면 이런 의문이 제기될 이유가 없을 텐데 사정이 좋지 않다. 한국은행이 7월에 2.2%, 2.5%로 전망했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0%와 2.3%로 낮췄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6%→2.5%→2.2%→2.0%로 네 차례나 하향 조정됐음을 감안하면 내년에 전망치 조정이 없을 거라고 단언할 수 없다. 만약 내년에 성장률이 2%를 밑도는 상황이 벌어져 올해에 이어 2년 연속 1%대 성장에 그친다면 금리 인하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종우의 경제읽기] '금리인하' 경기회복 해답 아냐… 그 전에 재정 확대 신경써야 원본보기 아이콘


금리를 내려야 하는 이유는 많다. 우선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잠재성장률에 못 미칠 걸로 전망된다. 잠재성장률은 노동, 자본 등 한 나라가 가지고 있는 모든 생산 요소를 투입해 올릴 수 있는 성장률이다. 추계하는 기관마다 수치가 달라 얼마라고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한국은행은 내년 잠재성장률을 2.5~2.6%로 보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게 되면 금리 인하가 필요하고, 반대일 경우는 인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아도 원인이 수요 부족이냐 공급 부족이냐에 따라 대응이 달라진다. 임금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 같이 공급이 원인일 경우 금리를 내려도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대신 수요 부족으로 경기가 좋지 않으면 금리 인하가 역할을 한다. 지금 경기 둔화는 전적으로 수요 부족 때문에 벌어지고 있다. 기업의 투자 수요와 가계의 소비 수요가 줄면서 성장이 둔해졌는데 이 경우 금리 인하가 경기를 부양하는 역할을 한다.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서도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 중앙은행의 존립 목적은 통화가치 안정이다. 이를 위해 한국은행은 항상 물가에 신경을 쓰는데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모두가 해당된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디플레이션이 인플레이션보다 더 심각하다. 물가가 하락해 부채의 가치가 커질 경우 가계와 기업 경영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앙은행들은 물가 목표치를 0%가 아닌 플러스에 두고 관리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행을 비롯해 많은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2%를 목표치로 삼고 있는데 올해 물가상승률이 0.5%에도 못 미치는 걸 감안하면 금리를 내려도 문제될 게 없다.


[이종우의 경제읽기] '금리인하' 경기회복 해답 아냐… 그 전에 재정 확대 신경써야 원본보기 아이콘


우리 실질 기준금리가 다른 나라보다 높은 점도 감안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1.25%다.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5%를 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 기준금리는 0.7~0.8% 정도다. 유럽은 0% 기준 금리에 물가상승률이 1%여서 실질 기준금리가 -1%이고, 미국은 1.5~1.75% 기준금리에 물가상승률이 1.7%로 실질 기준금리가 0%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실질 기준금리가 플러스인 나라는 우리나라와 아이슬란드밖에 없다. 우리나라 명목 기준 금리가 최저이긴 하지만 실질 금리가 플러스인 걸 감안하면 금리를 인하해도 된다.

문제는 금리 인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론과 달리 실제 얻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면 굳이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없다.


지난 몇 년간 금리 인하는 경기 활성화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한국은행이 2011년 6월 3.25%였던 기준금리를 5년에 걸쳐 1.25%로 내렸고, 올해 6월 1.75%였던 금리를 10월에 1.25%로 낮추는 두 번의 금리 인하 상황을 만들었지만 경기는 회복되지 않았다. 2011~2016년까지는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성장률 하락이 이전보다 심할 정도였다. 금융완화 정책이 역할을 하지 못한 건 장기간의 저금리로 사람들이 낮은 금리가 익숙해져 한계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리를 내리고 돈을 추가로 투입해도 으레 그러려니 한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금리를 0%대까지 낮춘다고 해도 한국은행이 '우리도 경기 부양을 위해 할 만큼 했다'는 명분을 제공하는 것 외에 달라질 건 없다.


대신 비용을 치러야 한다. 금리를 인하하면 금융안정이 손상될 가능성이 높다. 세 가지 형태로 영향이 나타나는데 먼저 부동산 가격이 올라 자산 버블이 생길 수 있다. 두 번째는 선진국과 금리 차가 확대돼 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금융기관의 수익성이 약해진다. 이 중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부동산 가격 상승이다.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이 일부 지역에 국한된 문제다 아니다 말이 많지만 어떤 경우라도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인할 수는 없다.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매물이 많지 않은 점을 상승 이유로 들고 있지만 저금리의 영향이 더 크다. 돈을 빌려서 집을 사려면 이자를 내야 하는데 금리가 낮아지면 이자 비용이 줄기 때문에 차입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해 버블이 심해지면 경제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 금리를 1.0%로 내리면서 부동산에 버블이 생긴 게 원인이었다.


지금 우리 경기 둔화에는 순환적인 요인 이상으로 구조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인구 문제도 그중 하나인데 2017년 상반기부터 생산가능 인구가 줄면서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인구 감소는 금리를 내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특단의 대책이 있어도 해결이 힘든데 이 부분을 놔두고 금리만 인하하는 건 문제의 해결과 거리가 있는 조치다.


더 이상 금리 인하는 의미가 없다. 이미 효용성이 다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금리를 내리거나 돈을 푸는 것보다 재정 확대에 신경을 쓰는 게 맞다. 그 동안은 재정 확대에 찬성하는 사람조차 투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재정 투입이 복지 예산에 편중돼 미래 지향적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재정지출의 경기대응력을 높이려면 재정승수가 높은 분야와 성장잠재력 확충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에 투입을 늘여야 한다. 올해 집중적으로 제기된 소재ㆍ부품의 국산화나 바이오를 비롯한 미래 산업에 대한 재원 확충 등이 좋은 예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해외이슈

  •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