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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 싫어요" 낯선 사람과 소모임 갖는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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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4명 "타인이 더 편하게 느껴질 때 있어"
전문가 "개인화된 사회분위기 영향"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사진=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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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인턴기자] "친구들이랑 만나면 책 얘기는 안 하고, 서로 한탄만 하게 되잖아요. 그게 또 피곤하더라고요"


직장인 A(30) 씨는 최근 온라인 카페를 통해 독서 후 감상을 공유하는 소모임에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간단한 모임이지만, 친구들과 모이게 되면 서로의 일상이나 불만 등을 꼭 공유하게 되는 것 같다"라며 "친구들과 독서 모임을 시도했다가 결국 흐지부지되고 스트레스만 받아서 소모임을 찾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A 씨는 "처음에는 낯선 사람들과 만나는 게 정신적으로 소모가 더 심하지 않을까 걱정됐는데, 오히려 개인적인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있어서 좋다"며 "진지하게 취미에 몰입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도 깊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서 매주 모임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20·30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출생자)를 중심으로 '감정노동'에 피로를 호소하며 모르는 사람들과 모임을 추구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감정노동'이란 미국 사회학자 엘리 러셀 혹실드(Arlie Russell Hochschild)가 지난 1983년 자신의 저서 '관리된 마음'을 통해 소개한 개념으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실제로 느끼는 감정과 다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10명 중 4명 이상이 타인을 더 편하게 느낄 때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 결과 '나는 가끔 몇 번 보지 못한 관계의 타인이 좀 더 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는 질문에 47.9%가 '그렇다'고 답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사진=게티이미지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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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B(25) 씨 또한 "감정노동이 싫어 SNS를 통해 그림을 그리는 소모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취준생 신분이라 어디를 가든 관련 질문을 받게 된다. 솔직히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짜증이 나는데 티도 못 내고 웃어야 되지 않냐"라면서 "오히려 모르는 사람들이 친절하다. 나를 모르기 때문에 안 좋은 얘기도 안 하고, 서로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조사결과 4명 중 1명은 자신의 취미에 따른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4월 발표한 '2019 모임 관련 인식조사'에 따르면, 현재 참여하고 있는 모임 유형을 묻는 질문에 67.6%는 '기존 인간관계에서 형성된 모임'이라고 답했고 26.2%는 '취미와 관심사에 의한 모임'이라고 답했다.


또 지난 8월 '2019 취미생활 및 취향, 개념 소비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나와 같은 취향이나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즐겁다'고 답한 사람이 79.7%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는 사람들이 타인보다 자신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자신을 위해 소비하는 게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가까운 사람, 친밀한 사람일수록 여러 가지 신경 쓸게 더 많아져 감정 소모가 더 많아진다. 그런 과정에서부터 정신적 에너지가 소모된다"라며 "오히려 모르는 사람이면 모르기 때문에 너무 많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안 맞춰줘도 괜찮다. 게다가 취미활동이 같을 경우에는 공동의 관심사가 있어 어울리기 더 쉬워진다"라고 밝혔다.


곽 교수는 "사람들이 이전과는 다르게 '나에게 소비하기'라면서 자신에게 지출을 많이 한다"라면서 "사회가 점차 개인화되어가고 있고, 또 인터넷이나 SNS 등 지인들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통로가 생겼기 때문에 굳이 오프라인에서 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가연 인턴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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