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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 늘 것" 전문가들이 보는 SKT-카카오 '혈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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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벤처붐 이어 4차산업혁명 계기로 '지분맞교환' 늘 것
B2B, B2C 보완관계...기간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 협력 의미 커
플랫폼, 콘텐츠 날개 달 것...양사 '백기사' 측면 효과도 있어
시너지효과 지켜봐야...타사 배제, 경쟁 심화...독점적 동맹 전망도

"적과의 동침 늘 것" 전문가들이 보는 SKT-카카오 '혈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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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SK텔레콤과 카카오의 3000억원 규모 지분맞교환은 ICT융합시대 '적과의 동침'이자 '파괴적 혁신'로 해석된다. 1위 통신사업자와 1위 메신저 사업자라는 주업종간 울타리를 깨는 이종융합이자, 법적 지위로 보면 첨예한 이해 갈등 관계였던 '기간'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가 맺은 이례적 혈맹(血盟)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분맞교환이 융복합 시대인 4차산업혁명의 흐름 속에 나타난 합종연횡의 신호탄이어서, ICT업계 전반에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내달 5일 SK텔레콤은 카카오와 3000억원 규모의 주식스왑에 나선다. SK텔레콤이 자기주식 126만6620주를 카카오에 처분하고, 카카오 주식 217만7401주를 3000억원에 취득하는 지분 맞교환 방식이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은 카카오 지분 2.5%를, 카카오는 SK텔레콤 지분 1.6%를 보유하게 된다. 이번 지분맞교환을 계기로 ▲통신 ▲커머스 ▲디지털콘텐츠 ▲미래 ICT 등 4대 부문에서 전방위 협력을 강화하고 '시너지협의체'도 조직해 협력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2000년 벤처붐 이어 4차산업혁명 계기로 '지분맞교환' 늘 것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지분맞교환을 두고 "사람으로 치면 연애도 아니고, 사실상 혼인신고를 해 결혼을 한 것"이라는 비유를 할 정도로 강한 의미를 부여한다. 지분스왑 자체가 '피(血)'와도 같은 주식을 섞는다는 의미에서 혈맹을 뜻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ICT융합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이같은 형태의 제휴가 대기업에서 많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2000년대 초반 벤처붐과 함께 상장사들이 주식맞교환 형태의 투자를 많이 했는데, 2019년인 지금은 벤처붐이 아니라 빅데이터나 사물인터넷(loT) 등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이런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구글이 인공지능(AI) 혹은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 때, 테슬라나 네이버를 경쟁사로 봐야 할지 협력적 보완관계로 봐야할지 애매해지는 것처럼, 4차산업혁명으로 제조업/통신/플랫폼 사업의 경계가 무너져 누가 아군인지, 누가 적군인지 구별하기 힘들어졌다. 이번 지분 맞교환도 ICT융합이 중요해지는 산업변화에 한 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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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B, B2C 보완관계...'기간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 협력 의미 커


양사의 기업간거래(b2b)와 기업소비자간거래(b2C)의 약점을 메꿔 줄 것이란 해석도 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통신사업자는 대량생산, 대량판매 체계여서 b2c에 강하지 못했다. 하지만 카카오 같은 플랫폼 사업자는 소량생산 소량판매로 롱테일의 비즈니스를 잘해, 이번 결합은 그런 면에서 b2b에 강한 통신과 b2c에 강한 플랫폼이 손을 잡아, 시장에서 굉장한 상호보완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파란이나 네이트 같이 통신사가 들어간 플랫폼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이번 결합은 커스토머 시장에 능한 사업자였던 카카오와 SK텔레콤의 동맹이기 때문에 융합서비스 측면에서 잠재력이 높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규제 영역에서 보면, '기간'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의 동맹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많은 기간통신사업자들이 부가통신사업 쪽으로 진출을 해왔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이번 지분맞교환은 기간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혁신과 전략을 꾀해, 통신과 커머스, 콘텐츠, ICT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기에 기대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두 사업자 간의 동맹이 그간 첨예한 논쟁이 됐던 망사용료 이슈나, 중소CP업계 판도에 가져올 변화가 있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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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콘텐츠 날개 달 것...양사 '백기사' 측면 효과도 있어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한국OTT포럼 회장)는 "SK텔레콤과 카카오의 맞손은 콘텐츠와 플랫폼 결합의 차원에서 여러 모로 시너지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동규 교수는 "카카오가 콘텐츠 산업 투자를 공격적으로 해온 만큼 이번 제휴가 OTT산업이나 콘텐츠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측면이 클 것"이라면서 "미국 실리콘밸리나 중국 선전에서 ICT를 주도하는 차원에서 이런 식의 투자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증권업계에서는 SK텔레콤과 카카오의 지분교차 보유가 증시나 지분 측면에서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주식을 맞교환하면 비상시 서로에게 든든한 '백기사'(경영진의 우호세력)가 될 수 있는 면이 있고, 상대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거나 주가가 오를 경우 배당과 주가차익 등 부수입도 챙길 수 있어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보유지분 자체가 큰 규모는 아니지만, 계열사도 아닌 전혀 성격이 다른 기업에 피 같은 지분을 넘겨주는 건 '전략적 제휴'를 넘어서 강한 협력의지를 다지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면서 "상대 기업이 잘되면 주가차익 같은 부수입 차원에서도 이득이 크기 때문에, 강한 윈윈 관계를 형성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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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너지 지켜봐야...타사 배제, 독점적 동맹 더 강화될 것


두 기업 간 시너지 효과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통신사가 내수 대기업이면서도, 조직문화가 경직된 측면이 있어, 콘텐츠업체와 문화차이가 클 것이라, 양사가 이견을 모으고 협력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SK텔레콤을 제외한 KT나 LG유플러스가 카카오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데 변화가 있을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현재 카카오는 SK텔레콤 뿐만 아니라 KT, LG유플러스와도 손잡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KT는 커넥티드카 플랫폼인 '기가 드라이브'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 플랫폼을 결합시켜 모빌리티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LG유플러스는 카카오VX와 독점 제휴로 '스마트홈트'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고, 연말까지 400여편의 콘텐츠를 선보이기로 했다. 위 교수는 "지분스왑 자체가 워낙 강한 동맹이기 때문에 타 경쟁사와 사업을 영위하는 것에 차질이 생길 여지도 있다"면서 "어떤 플레이어를 잡느냐에 따라, 그 외 플레이어는 협력에서 배제되거나 기존보다 더 강한 경쟁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카카오가 SK텔레콤의 11번가를 통해 연계가 된다면 네이버와 상거래 측면에서 경쟁가능성을 가져갈 수 있다"고 짚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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