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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항공기는 브레이크만으로 못 세운다?

최종수정 2019.10.24 09:55 기사입력 2019.10.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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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여객기의 착륙 순간. 착륙 후 속도는 시속 250㎞, 무게는 300톤을 넘습니다. 이 거대한 기체를 멈추기 위해서는 휠브레이크와 다양한 장치들을 함께 가동해야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대형 여객기의 착륙 순간. 착륙 후 속도는 시속 250㎞, 무게는 300톤을 넘습니다. 이 거대한 기체를 멈추기 위해서는 휠브레이크와 다양한 장치들을 함께 가동해야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대형 여객기가 공항에 착륙할 때의 속도는 시속 250㎞, 무게는 300톤이 넘습니다. 하늘 위의 호텔이라고 불리는 A380 여객기의 경우 최대 이륙중량이 600톤에 달합니다.


이 엄청난 무게와 속도로 활주로를 질주하고 있는 기체를 멈춰 세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브레이크를 밟으면 되지 않냐고요? 만약 같은 속도로 달리던 자동차의 브레이크를 밟으면 어떻게 될까요?


활주로의 길이는 보통 2~3㎞ 정도입니다. 길어야 4㎞ 입니다. 시속 250㎞로 달리던 자동차의 속도를 줄이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더라도 안전하게 멈추기 위해서는 몇번에 걸쳐 끊어서 밟아 전복하지 않도록 하려면 2㎞ 정도는 더 주행해야 하지 않을까요? 카레이싱 이후 골인지점을 통과한 자동차들이 여전히 트랙을 도는 것도 천천히 속도를 줄이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동차보다 수백배나 더 크고 무거운 항공기를 브레이크만으로 안전하게 멈추도록 하기 위해서는 2~3㎞ 정도의 활주로로는 어림도 없을지 모릅니다. 활주로 길이가 최소 5~6㎞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요? 단, 비행기가 서서히 멈출 때까지 그 긴 활주로에 기상 등 다른 변수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비행기에도 당연히 브레이크는 있습니다. 요즘은 자동차마다 필수적으로 장착된 브레이크 시스템인 'ABS(Anti-lock Brake System)'가 바로 항공기에서 가져온 기술이니까요.

대형 여객기가 착륙 후 날개의 스포일러를 올려 공기 저항을 이용해 제동력을 높이는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대형 여객기가 착륙 후 날개의 스포일러를 올려 공기 저항을 이용해 제동력을 높이는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ABS는 브레이크 잠김 방지장치라고 할 수 있는데, 브레이크는 제동 시 바퀴회전을 감소시켜주는 장치입니다. 그런데 이 브레이크를 잡는 힘이 너무 크면 바퀴 회전이 완전히 멈추는 '타이어 잠김 현상'이 발생합니다. ABS는 타이어 잠김 현상을 막아 조향력과 제동력을 정상 상태로 유지하면서 속도를 줄여주는 장치인 것입니다.

그래도 ABS는 대형 여객기처럼 엄청난 무게와 속도를 홀로 감당하지 못합니다. ABS를 도와주는 다른 장치들과 함께 작동할 때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습니다. ABS의 기능을 돕는 가장 대표적인 장치가 '역추력장치(Thrust Reverser)'입니다. 글자 그대로 제트엔진의 추력방향을 역전시키는 것입니다.


정상적이라면 뒤쪽으로 분사되는 배기가스를 항공기의 진행방향으로 내뿜어 비행기의 진행을 방해하는 것입니다. 역추력장치를 작동하면 건조한 활주로에서는 착륙거리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비나 눈이 내려 미끄러지기 쉬운 브레이크 사용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효과적으로 제동할 수 있습니다.일부 기종은 하늘에서 비행기의 속도를 줄여야 할 때도 역추력장치를 작동시킨다고 합니다.


비행기의 다른 중요한 제동장치는 '스포일러(Spoiler)'입니다. 창가에 앉아본 사람은 착륙 후 날개의 일부분이 위로 들리는 모습을 보셨을 겁니다. 공기 저항을 증가시키는 에어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 스포일러는 비행기의 방향을 바꾸거나 고도를 조정할 때도 사용합니다.

착륙 후 낙하산으로 제동거리를 줄이는 전투기 .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착륙 후 낙하산으로 제동거리를 줄이는 전투기 .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스포츠카의 후미에 '리어 스포일러'를 장착하는데 그냥 멋을 내는 용도가 아닙니다. 고속 주행과 급전환을 자주 하는 스포츠카의 경우 속도가 빨라지면 공기 흐름에 따라 차체가 떠오르려고 해 타이어의 접지력이 떨어집니다. 타이어가 안정적으로 도로에 붙어있지 않으면 가속도 붙지 않고 운전도 불안정해집니다. 스포일러는 차량의 뒷부분을 누르는 작용을 해줘 안정적인 주행과 운전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무게와 속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휠브레이크가 작동해 비행기를 완전히 멈추게 합니다. 전투기나 전폭기 등 군용기들이 활주로가 100여 미터에 불과한 항공모함에 착륙할 때는 '어레스팅 와이어(Arresting Wire)'로 붙잡아 멈추게 하거나, 활주로가 짧은 공항의 경우 낙하산을 펼쳐 제동하기도 합니다.


대형 여객기가 착륙했을 때 조용했으면 좋겠다고요? 갑자기 큰 소음을 내는 것은 전복되지 않게, 보다 더 안전하게 기체를 멈춰 세우기 위한 조종사들의 노력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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