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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증권가 모럴해저드 논란…투자도 삶의 원칙 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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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2002년 5월10일 코스피는 20포인트 하락한 817.93에 장을 마쳤다. 이후 코스피는 내리막길을 걸어 이듬해인 2003년 3월17일 512까지 무려 300포인트 넘게 추락했다. 증시에 뿌려진 하나의 리포트가 촉발한 연쇄 작용이었다. 외국계인 UBS워버그증권이 발행한 이 리포트는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보유(Hold)'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58만원에서 42만원으로 낮췄다. 같은 해 5월6일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강력 매수'로 내놓은 지 불과 나흘만이었다. 삼성전자는 하루 만에 7.7% 하락했다. 삼성전자가 하락하자 대형주들이 덩달아 떨어지면서 한국 증시는 패닉에 빠졌다.


당시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UBS워버그증권의 외국인 애널리스트는 D램 전망치와 삼성전자의 이익과 목표가격을 하향 조정할 것 같다는 이메일을 보고서가 나오기 사흘 전부터 무려 1000명이 넘는 영업직원과 애널리스트들에게 뿌린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기업분석보고서가 나오기 전부터 외국인들의 대량 매도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한국 증시가 휘청이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상황은 약간 다르지만 최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불공정 거래 혐의로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조사를 받고 있다. 자료 배포 이전에 해당 종목의 주식을 사거나 파는 이른바 '프런트 러닝(front-running:선행매매)' 혐의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일 코스피가 11일 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단숨에 2090선까지 올라섰다. 국내 증시가 반등세에 올라설 것이란 시장의 기대감도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업계 전반에 후폭풍이 몰아치면서 자칫 순항 중인 코스피에 악영향을 미치는 건 아닐지에 대한 우려감도 제기된다. 이번 조사는 올 7월 출범한 특사경의 '제1호' 사건이다. 첫 번째라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내사도 철저히 진행될 것이며 처벌 수위도 낮지 않을 것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소문은 무성하지만 결과가 어찌 나올지는 쉽게 예단할 수 없다. 하지만 증권업 종사자에 대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2013년 CJ ENM의 3분기 실적 사전유출 사건을 비롯해 2016년 상장사 미공개정보를 투자에 활용해 논란이 된 '한미약품 공매도 사태' 등도 애널리스트들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선 텔레그램보다 보안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미국 메신저 '위커(Wickr)'로 대거 갈아타는 기현상도 발생했다.


과거 애널리스트의 '한 마디'는 돈으로 연결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가령 '적극 매수'의 리포트가 나가면 하루 이틀 상한가는 기본이었다. 변동성이 큰 코스닥시장에서 더욱 심했다. 예전보다 위상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애널리스트의 한 마디는 여전히 개미들에게 투자에 대한 커다란 지침을 제공한다. 자본시장 종사자에게 도덕성과 공정성이 요구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존 템플턴은 "도덕성과 정신적인 삶의 원칙들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행하는 모든 것의 기본이 돼야 한다. 우리가 말하는 모든 것, 생각하는 모든 것이 그래야 하며 우리의 행동도 마찬가지로 이 원칙들에 기초해야 하고 투자의 문제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재단을 통한 봉사활동으로 영국에서 기사 작위를 받았다. 지금까지도 미국 월가에서는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힌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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