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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만 10만명"…노인일자리 둘러싼 정부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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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일자리' 비난받지만…현장선 "공급 늘려달라"
올해 노인일자리 61만개…내년 13만개 추가 공급
"실제 일자리 원하는 노인, 이보다 갑절 많다"
단기·저임금 일자리…근본적 해결책 아니라는 지적

"대기자만 10만명"…노인일자리 둘러싼 정부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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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김민영 기자, 장세희 기자] 서울에 사는 김모(78) 할머니는 지난해 동네 공원을 돌며 쓰레기를 줍는 공익활동 업무를 하다가 올해에는 그 일마저 못하게 됐다. 건강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올 초 허리디스크 치료를 받았고 시력까지 나빠져 집 앞 산책을 나가는 일도 버거워졌다. 그러나 내년에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다시 신청서를 내볼 생각이다."요새 기업에서 나이 먹은 사람을 써 주나? 젊은 사람들도 일자리 없어 난리인데. 노인네들을 안 써주니까 정부가 대신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거지."


정부가 고령화 흐름에 발맞춰 해마다 노인일자리 수를 늘리고 있지만 '은퇴시장'에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쏟아져나오면서 정부가 공급하는 노인일자리 수는 현장의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다.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총인구의 14%를 차지한다. 현장에선 노인일자리를 더 만들어달라고 아우성인데 정부로선 세금 일자리라는 지적을 받는 노인일자리 수를 무작정 늘릴 수도 없어 딜레마에 빠져 있다.

13년 동안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근무한 탁윤경 차장은 "고령화로 생산인력은 점점 줄고 있는데 일을 쉬고 있는 시니어들이 너무 많다"며 "정부가 내년에 노인일자리 수를 13만개 더 늘린다고 발표했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일자리를 원하는 노인 수는 이보다 갑절은 많다"고 말했다.


실제 2일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으로부터 받은 '공익형 노인일자리 대기자 현황(8월29일 기준)'에 따르면 전국에 노인일자리 사업에 대한 대기수요는 10만3166명으로 집계됐다. 노인일자리 대기자 수는 지역별로 경기(1만2711명), 부산(1만1235명), 전남(1만125명), 대구(9710명), 경북(9423명), 서울(8991명) 등의 순으로 많다. 정부가 올해 61만개의 노인일자리를 만들었지만 현장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셈이다. 정부가 '2020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올해보다 내년에 노인일자리 개수를 13만개 더 늘리겠다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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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같은 노인일자리 사업의 경우 단기일자리가 많고 임금 수준도 높지 않아 노인 빈곤과 실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노인일자리는 사업유형에 따라 주로 저소득층이 참여하는 공익활동(월 27만원), 재능ㆍ나눔활동(월 10만원), 사회서비스형(월 최대 59만4000원) 등으로 분류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ㆍ내년 노인일자리의 70%는 월 30시간의 공익활동(노노케어ㆍ환경미화 등)이 차지하고 있다. 민간기업과 연계한 일자리는 17%에 불과하다.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어르신 10명 중 7명은 쓰레기줍기 등 단순노동에 투입되고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노인일자리는 9개월짜리가 대부분이라 계약기간이 끝나면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노인은 소득절벽을 또다시 마주하게 될 수밖에 없다. 서울에 사는 이모(75) 할머니는 올해 2월부터 남편과 함께 정부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 달 급여는 27만원. 이씨 부부의 계약기간은 다음 달까지다. 이씨는 내년에도 이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산이 많으면 안 써주더라고. 우리보다 형편이 더 어려운 노인들이 생기면 양보해야 돼"라고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그렇다고 정부로선 노인일자리 수를 무한정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향후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노인복지ㆍ일자리에 들어가는 예산도 이와 연동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내년만 해도 노인일자리 사업 예산은 1조1991억원으로 올해(8220억원) 예산의 45.9%인 3771억원이 증액됐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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