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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폐지까지 갔던 '리바이스'는 어떻게 부활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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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業스토리]트렌드 외면하며 '국민 청바지'에서 '몰락한 청바지'로 쇠퇴
칩 버그 CEO의 '서번트 리더십' 혁신으로 과거의 영광 재현
여성·밀레니얼 세대 타깃 연 매출 6.6조 달성…재상장 성공

상장폐지까지 갔던 '리바이스'는 어떻게 부활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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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청바지의 역사가 곧 '리바이스트라우스(Levi Strauss, 이하 리바이스)'의 역사다"라는 말이 있다. 리바이스의 창업자인 리바이 스트라우스가 만든 '리바이스 501'이 청바지 역사의 시작을 알렸기 때문. 실제로 리바이스는 '청바지의 시초'란 수식어로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 청바지 업계 부동의 1위를 지켰다. 단순히 브랜드가 아닌 젊은이들을 대변하는 상징이자 문화로 칭송을 받은 것이다.


리바이스의 이런 명성은 경쟁자의 등장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1971년 '국민 청바지'라 불리며 뉴욕증시에 상장했지만 성장 곡선이 처지기 시작하면서 실적이 악화됐고 결국 14년 만에 비공개 기업으로 돌아서야 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게스, 캘빈 클라인 등이 청바지 시장에 뛰어들자 전 세계 50%를 넘어서던 리바이스의 시장점유율은 25%로 반토막 났고, 매출은 50억 달러(약 5조9000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당시 경제 전문가들은 리바이스가 회생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비평했다.

2000년대에는 전자상거래 업체들에 밀리면서 본격적인 쇠락의 길을 걸었다. 4만 명에 가까웠던 리바이스 직원 수가 1만 명대로 줄어들었고 원가를 줄이기 위해 생산시설도 아시아와 남아메리카 등으로 이전해야 했다. 갚아야 할 빚만 22억 달러(약 2조6000억원)에 달했다. 당시 연 매출은 40억 달러(약 4조7000억원) 수준이었다. 게다가 리바이스가 발행한 무담보 채권 등급은 정크본드 수준이었다.


그런데 최근 리바이스는 예전의 영광을 되찾고 있다. 지난해 10여 년 만에 연 매출 56억 달러(약 6조6000억원)를 달성했고, 올해 3월에는 뉴욕증시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리바이스의 재상장에 골드만삭스,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주요 투자은행(IB)이 주관사로 참여했다. 희망 공모가격인 14~16달러를 상회한 주당 17달러에 3670만주를 판매해 6억2300만달러(약 7342억원)를 조달했다. 추락하던 리바이스가 어떻게 부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일까.

죽어가던 리바이스 심폐소생한 'CEO 칩 버그'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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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리바이스에 산소마스크를 꽂을 구원 투수가 등장했다. 프록터앤갬블(P&G)에서 질레트를 성공시키는 등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였던 칩 버그(Chip Bergh)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한 것이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경영진 교체였다. 칩 버그는 당시 60여 명의 임원을 개별 면담했는데 각각 생각하는 리바이스의 발전 방향이 중구난방이란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경영진 대부분을 회사에서 내보냈고, '서번트 리더십(섬기는 리더십)'을 실천하기 위해 말단 직원들까지 1:1로 면담하며 직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또 혁신적인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칩 버그는 소비자와 소통했다. 고객들의 집에 방문해 '리바이스를 떠난 이유가 뭔지', '어떤 청바지를 입고 싶은지' 등을 물었다. 이른바 대박을 쳤던 '리브 인 리바이스(Live in Levi’s)' 캠페인에 대한 영감도 고객들을 통해 얻었다.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한 제품 혁신
나이키와 리바이스 콜라보레이션 재킷과 신발 [출처=리바이스]

나이키와 리바이스 콜라보레이션 재킷과 신발 [출처=리바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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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의류시장의 트렌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을 리바이스 몰락의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1999년 고든 생크 리바이스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리바이스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신호를 (우리는) 읽지 못했거나, 무시한 것이다"며 잘못을 인정하기도 했다.


칩 버그는 터키에 있던 리바이스 청바지 연구소 '유레카 혁신 랩'을 본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로 옮겼다. "회사의 미래를 책임지는 혁신연구소가 본사에서 12시간 떨어진 곳에 있는 건 정상이 아니다"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리바이스에 필요한 상품 카테고리를 '상의'와 '여성복'이라고 진단했고, 이 두 가지 제품 개발에만 전념했다. 당시 리바이스는 남성 청바지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았다. 소비자와의 소통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였다.


과거 리바이스 청바지는 신축성 없는 뻣뻣한 청바지를 만들어 왔는데 여성들이 이를 불편해한다는 점을 고려해 착용감이 편한 여성용 청바지를 개발했고, 로고 플레이(로고를 활용한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해 리바이스 로고가 적힌 다양한 상의를 선보였다.


또 리바이스 특유의 구닥다리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사실 미국에서 리바이스는 '아저씨들이나 입는 촌스러운 청바지'였다. 그런데 나이키, 베트멍, 오프화이트 등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들 사이에서 뜨는 브랜드들과 협업하면서 젊은 고객층을 다시 결집시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매출과 순이익은 성장세에 접어들었고 50억 달러(약 5조90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잃어버린 왕좌의 자리를 되찾은 것이다.


이제는 과거의 명성 회복 그 이상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리바이스의 목표는 아시아다. 전체 매출의 17%를 차지하는 아시아 시장에서의 성장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칩 버그는 올해 재상장을 앞두고 "중국 등 신흥시장 진출을 통해 매출 100억 달러(약 11조8000억원)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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