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인체는 시간당 116W의 전기 소모?

인체의 신경조직은 온 몸을 연결하는 전기회로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공상과학(SF) 영화의 수작으로 '매트릭스'를 손꼽는 사람이 상당히 많습니다. 당시에는 형제였던 워쇼스키 자매의 1999년작 '매트릭스'는 파격적인 컴퓨터그래픽과 충격적인 스토리로 대성공을 거둔 영화였습니다.

'인류가 기계(인공지능 로봇)에게 전기에너지를 제공하기 위해 사육된 존재'라는 영화의 스토리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워쇼스키 자매는 인간의 몸에서 만들어지는 '생체전기'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영화에 활용했던 것입니다.

기계에게 전기를 제공하기 위해 사육된다는 것은 인간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전제돼야 가능합니다. 워쇼스키 자매는 이 과학적 사실을 영화에 녹여 멋진 미래 이야기를 창조해낸 것이지요.

사람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이 에너지는 신체의 장기를 움직이고, 뇌가 활동하는 원천이 됩니다. 그런데 이 에너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는 무엇일까요? 바로 '전기'입니다. 이 전기 신호가 신경세포를 통해 동물이나 식물 등 생명체에서 정보를 옮기고, 근육을 움직이고, 장기 기능을 유지하며, 자극을 뇌에 전달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사람이나 다른 생명체에 흐르거나 발생하는 미세한 전기를 '생체전기(生體電氣, bioelectricity)'라고 합니다. 생명체의 세포 속에는 온갖 화학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항상 전기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인간이 살아 숨쉬고 생각하며 움직이는 모든 일들이 몸에서 만들어지는 전기로 인해 가능합니다. 마치 로봇에 전기 공급을 끊으면 작동을 멈추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서 전기가 만들어지고 흐르지 않으면 생명 활동을 멈춘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심장이 멈춘 사람에게 전기 충격을 줘 심장이 다시 움직이도록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인체에는 전기가 흘러야 생명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인체의 전류량은 1㎃(밀리암페어, 1000분의 1A)보다 적고, 순간적으로 생겼다가 사라집니다. 생체전기가 필요 이상으로 넘치거나 부족하면 질병이 생깁니다.

사람은 출생 때 5~6V의 전기를 자체 생산하지만 나이가 많이 든 노인이 되면 자체 생산하는 전기량이 2.5V 이하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인체의 세포는 일정한 기간동안 활동하다가 죽고, 새로 만들어지는데 그 기간이 6개월 정도라고 합니다. 새로운 세포를 만들때 생체전기는 3배 정도가 필요한데, 이 때 생체전기가 부족하면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인체에서는 대뇌와 심장에서 주로 전기를 만들어 인체 곳곳에 순환시키는데 이 전기 생산에 이상이 생기면 각종 질병이 생기는 것이지요. 인체의 어떤 기관이 상처를 받으면 그 부위는 주변 조직보다 전기저항이 높아져 전류가 적게 흐르게 됩니다. 그러면 근육이 수축하면서 혈류량이 줄어들고, 산소의 양도 감소합니다. 결국 노폐물은 배설되지 않고 쌓이면서 질병으로 발전하는 것이지요.

인체는 쉴 때도 1시간에 116W의 전기를 소모하기 때문에 전기 생산량은 그 보다 훨씬 많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인체의 신경조직은 온 몸을 연결하는 전기 도선과 같습니다. 신경세포에서는 세포막을 통해 전기를 띤 입자인 이온들이 이동하면서 일반 전기의 전압에 해당하는 활동전위차를 만들고, 자극을 받으면 전기 신호가 신경세포를 통해 빠르게 옆으로 전달됩니다.

예를 들어 눈 앞의 구슬을 잡으려고 할 때 눈을 통해 들어온 시각 정보는 시신경에서 전기 신호로 바뀌어 뇌로 전달됩니다. 뇌는 새로 들어온 정보와 과거의 정보를 분석한 후 손으로 다시 전기신호를 보냅니다. 손을 얼마나 뻗어야 할지, 손가락은 얼마나 벌려야 할지, 힘은 얼마나 주어야 할지 등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사람들은 1시간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까요? 성인 한 사람이 휴식할 때 사용하는 에너지양은 대략 시간당 420 kJ(킬로줄, 100㎉)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전기 단위로 환산하면 116W에 해당합니다. 사람이 1시간 쉬면서 100W 짜리 전구보다 조금 더 많은 양의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지요.

수많은 신경조직이 모여 있는 뇌의 경우 시간당 20W 정도의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합니다. 인체 에너지 사용량의 20% 가량을 뇌가 소모하는 것입니다. 노트북 컴퓨터가 시간당 40~90W의 전력을 사용합니다. 사람의 뇌가 노트북 컴퓨터의 30~50%정도의 전력을 소모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게 따져보면 전 인류가 1시간에 만들어내고, 소모하는 전력량은 엄청나겠지요? '기계에게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인간을 사육한다'는 '매트릭스'의 시나리오는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