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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원산 뜨고, 강릉 관광 더 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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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좋다는 원산. 속초, 강릉보다 몇 수 위라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그곳. 명사십리 해당화 북강원도 원산이 뜨면 과연 강릉은 찌그러질까? 아니 원산 뜨고 강릉은 더 뜰 수 있을까?


이 간단치 않은 예측을 올림픽 효과로부터 감행해보자.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지 1년이 지났다. 손님이 떠나자 평창 주 무대는 휑하니 비어 첫돌 지난 수호랑 반다비 캐릭터만 서 있다. 이런저런 체육, 문화시설은 죄다 철수했다. 가뜩이나 지난겨울 눈도 없고 스키장도 한산해 축제 끝난 후 썰렁함이 진저리난다. 그리 들떴던 올림픽이라는 이름값, 경제적 효과, 평화 무드가 홀연 사라져버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주말 아침 KTX가 들른 평창역엔 지나는 사람 그림자 하나 뵈질 않고 적막감마저 들 정도였다. 아무리 둘러봐도 산과 들은 텅 빈 자리였다. 다음 진부역 플랫폼 근처 2018 평창 올림픽 조경이 큰 위무가 되리만치. 평창 가는 길에는 정말 남은 게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KTX가 다시 긴 터널 백두대간 밑을 달려 강릉역에 닿자 냅다 동풍이 분다. 강릉역사에는 갖가지 올림픽 홍보물들이 완연하다. 승객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자 렌터카 사무실, 카셰어링 출발 장소인 주차장도 조금씩 북적인다. 제주공항이나 부산역만큼은 아니어도 주말 강릉역은 제법 활기찬 분위기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실제로 서울~강릉 KTX 개통을 계기로 겨울철 강릉을 찾는 관광객이 동계올림픽 전보다 늘어났다. 한국은행 강릉본부가 3월28일 발표한 '강릉 등 영동지역 관광업 동향'을 보면 동계올림픽 전 2017년 11월 한 달간 강릉을 찾은 관광객은 11만8000명이었으나 올 1월 방문 관광객은 13만2000명이었다. KTX 강릉선 좌석 점유율도 여름인 지난해 8월 53.1%를 정점으로 하락세를 보였으나 겨울을 앞두고 증가세로 전환돼 1월 49.7%, 2월 52.3%로 늘고 있다. 고속도로를 이용한 영동지역 관광객 차량도 2016년 505만대에서 2018년 605만대로 2년 사이 100만대나 크게 증가했다.

물론 내수 위주에 그친 감은 있다. 간에 기별도 안 갈 정도일지도 모른다. 기대가 너무 컸었나? 평창과 강릉은 아직도 너무나 배고파 보였다. 타는 목마름으로 말라가고 있었다. 현지 교수 한 분이 덧붙인다. "원산이 개발되어 알려지기 시작하면 강릉은 죽을 겁니다." 맞장구도 나왔다. "앞으로 10년 정도가 강릉 관광산업엔 마지막 기회입니다."


북한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개발 성과가 가시화되기 이전에 강릉이 뭔가 보여주지 못하면 비교 우위로 볼 때 승패가 자명하다는 분석이다. 더한 비관론도 나왔다. 원산이 웬만큼만 발전해도 강릉은 아예 상대도 안 될 거란다.


이 무슨 상황인가? 강릉, 속초 관광 하나 못 살리고 완전 후발 주자 원산 앞바다에 바로 꼬리를 내린다면 올림픽이고 남북평화고 ….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다시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원산과 강릉. 포스트 올림픽, 포스트 하노이 회담 숙제에 대한 뭔가 비장한 결의가 차오른다.


일단 원산과 강릉은 환동해 관광 벨트 차원에서 볼 때 결코 상호 경쟁 상대가 아닌 한 묶음으로 보는 인식이 중요하다. 북한이 2013년부터 갈마비행장과 마식령스키장을 건설해 남쪽 금강산을 묶는 관광 벨트를 구상하고 북ㆍ미 회담을 계기로 싱가포르나 할롱베이 같은 원산을 비전으로 제시한 동력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제재로 막힌 원산 카지노 사업은 오히려 강릉에서부터 북향하는 대안으로 재편할 수 있다. KTX 종점 강릉에 환동해 카지노 1열을 두고 양양, 속초, 고성을 1공구로 삼아 문화, 스포츠 휴양 특구를 1차 조성하는 청사진이다. 해양 레저는 기본이고 미세 먼지 청정지역이라는 테마도 가능하다. 그 성공 기운을 북녘 원산 금강산 개마고원으로 밀어올리는 경제 북향, 문화 북진 전략이 될 수 있다.


단, 의식의 단절과 부정으로는 한 발짝도 못 간다. 강릉은 남, 원산은 북이 맞지만 갈라놓기만 하는 현실론으로는 승자와 패자만 나뉠 뿐이다. 강릉을 원산 아랫마을, 원산은 강릉 윗마을로 묶는 생각의 힘이 필요하다. 연구에 따르면 환동해 관점에선 동해 바다는 지중해와 같은 내해(內海)이다.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동해를 둘러싸고 교호하고 각축하며 그리스 로마 같은 문명 전성기에 근접하기도 했다. 이런 원대한 기회를 강릉, 원산 연결 한 방으로 거머쥘 수도 있음을 알아봤으면 한다.


강릉 따로 원산 따로 두고 서로 골목 대장할라치면 그저 조선의 진주로 끝날 뿐이지만 환동해 내해 휴양지 벨트로 손잡으면 마카오 잡고, 싱가포르 잡는 것쯤이야 못할 것도 없다.


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한국문화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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