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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판 개회 뒤 난타전 치닫다가 끝내 파행한 박영선 청문회

최종수정 2019.03.28 08:55 기사입력 2019.03.2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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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이은결 기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의 인사청문회는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로 시작해 가까스로 진행은 됐으나 결국 파행 끝에 산회하고 말았다. '꽃가마 태워 보낼 순 없다'는 자유한국당의 결의와 '당하고만 있을 순 없다'는 박 후보자의 의지가 정면충돌하면서 시종일관 난타전이 연출됐다.


한국당 등은 오전 10시께 청문회가 개회하자마자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박 후보자의 자료제출 거부'를 문제삼으며 장관 자격이 없다고 공격했다. 산자위 한국당 간사인 이종배 의원은 박 후보자 측이 야당의 검증공세에 법적 대응을 언급한 것을 두고 "유례없는 사상초유의 일이다. 어떻게 인사청문위원한테 겁박을 하는가. 재갈을 물리려 하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박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40번 했다면서 자료없이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이 의원은 박 후보자가 2009년 천성관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재생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박영선, 자료제출 거부! 국민들은 박영선 거부!' 등의 문구가 적힌 A4용지를 노트북에 붙여 '시위'했다.


일부 보좌진은 의원 뒤에서 '내로남불 인사청문회 자승자박 박영선 사퇴' 등의 피케팅을 하다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접었다. 세금 지각 납부, 과도한 소비, 증여세법 위반, 논문 표절, 평창 갑질, 장남의 초호화 외국인학교 입학, 거주지 불명확 등 의혹과 관련한 자료제출 요구를 박 후보자가 뚜렷한 이유 없이 묵살했다는 게 한국당의 주장이다.


27일 열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장 내 일부 야당 의원들 노트북에 '박영선, 자료제출 거부! 국민들은 박영선 거부!'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윤동주 기자 doso7@

27일 열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장 내 일부 야당 의원들 노트북에 '박영선, 자료제출 거부! 국민들은 박영선 거부!'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윤동주 기자 doso7@



민주당은 한국당이 요구한 자료가 청문회에 불필요한,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의 정보들이라고 반박했다. 박 후보자 본인의 사촌관계 인적사항, 대학교 성적표 사본, 혼인관계 증명서, 실제 결혼 날짜 및 혼인신고 날짜, 유방암 수술을 받은 일시 및 병원 같은 자료는 청문회에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박범계 의원은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는데 이 땅의 모든 여성들이 아파할 법한 자료를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결혼 증명서를 내라는 건 어떤 불순한 상상을 하게 한다"면서 "이 청문회는 청문이 아니라 한 사람을 세워두고 하는 거짓선동이요 가짜뉴스의 잔치"라고 비난했다.


같은당 위성곤 의원은 "한국당이 미제출했다고 하는 자료 목록을 봤는데,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기 위한 것인지 망신주기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은 "박 후보자의 병원 진료내역이 그렇게 궁금한가. 혼인자료, 실제 결혼 날짜, 이런 건 하나도 궁금하지 않다"고 한국당 측에 반문하고 "망신주기 청문회는 안 된다. 관음증 청문회는 더더욱 안 된다"고 박 후보자를 '엄호'했다.


박 후보자는 특히 병원 진료 문제를 두고 "인간과 동물의 다른 점은 서로 존중하는 것"이라거나 "그 서면질의를 보는 순간, 이건 여성에 대한 성차별, 섹슈얼 해래스먼트(sexual harassment / 성희롱)라고 느꼈다"는 말로 강하게 맞섰다. 한국당 의원들이 자기들을 '동물'에 비유했다고 반발하고 민주당 의원들이 이를 반박하면서 청문회장은 일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정우택 한국당 의원은 "도덕성과 청렴성, 자질 면에서 결격사유가 드러나면 사퇴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으로 박 후보자를 압박했다. 박 후보자는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맞대응하며 정면돌파의 의지를 드러냈다.


오후 들어 박 후보자는 민주당 및 일부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자신의 정책구상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특히 최저임금 문제와 관련해선 "경제상황이 심각해진다면, 의견수렴을 해야겠지만 동결에 가까운 수준으로도 고려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산자위에 제출한 청문회 관련 서면답변서를 통해 "시장의 수용성 등 경제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속도를 유연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데서 한층 구체화한 언급이다. 박 후보자는 나아가 "최저임금을 정부가 전체적으로 안고가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다"면서 "각 자치단체별로 결정됐으면 하는 게 제 의견"이라고 했다.


박 후보자는 또 "정부는 최저선만 정해서 이 밑으로는 못내려가게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상징되는 문재인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전면에서 수행하는 데 주력했던 '1기 중기부' 때와는 다소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산자위원들은 오후 7시50분께 국회 정론관에서 "과거 청문회에서 자료 제출을 안 한다고 닦달하며 공격수로 날고 뛰던 박 후보자가 오늘은 안하무인 수비수로 일관하고 있다"며 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오후 청문회가 잠시 정회한 때였다. 박 후보자 청문회는 이같은 파행 끝에 오후 8시40분께 산회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들이 2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들이 2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이은결 기자 le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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