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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주세(酒稅)와 중용(中庸)

최종수정 2019.03.28 11:40 기사입력 2019.03.2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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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3월은 '술자리의 달'이다. 신학기를 맞아 새내기들은 청운의 꿈을 안고 대학생활을 시작하고, 직장인들도 정기인사로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된다. 첫 만남의 어색함을 털어내고 서로 가까워지는 데 술이 기여하는 순기능을 부인하긴 어렵지만 파생되는 역기능도 간과할 수 없다. 요즘 대학에서는 새내기들의 음주사고를 줄이기 위해 '새내기 새로 배움터'라는 오리엔테이션 자리에서 색깔이 다른 팔찌를 착용하거나 옷에 스티커를 붙여서 자신의 주량을 나타낸다고 한다. 밀레니엄 세대가 대학생이 된 오늘날 음주문화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신입생들 간 친목 도모를 위해 술을 활용하되 불상사는 방지하는 음주문화의 '중용의 미덕'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런데 우리가 마시는 맥주와 소주 가격의 절반 정도가 세금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17년 기준 주세의 세수는 약 3조2754억원으로 전체 국세 세수의 약 1.2%이다. 최근 11년간 걷힌 주세 31조6320억원 중 맥주가 14조6228억원, 소주가 11조5999억원으로 82.8%를 담당했다고 하니 소맥공화국에서는 '애주(愛酒)'가 '애국(愛國)'이라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 주세 체계상 맥주, 소주, 위스키, 와인 및 전통주 중 증류식 소주에는 각각 72%의 주세가 붙는다. 전통주 중 청주, 약주에는 각각 30%, 막걸리에는 5%의 세율이 적용된다. 흔히들 '서민의 술'이라고 하는 맥주와 소주에 출고원가의 72% 주세가 부과되고 주세액의 30%만큼의 교육세, 출고원가, 주세 및 교육세 합계액의 10%의 부가가치세가 추가로 병과된다. 조세부담의 역진성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일리 있다.


최근에는 주세의 과세체계 개선에 대한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뜨겁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이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의 과세구조의 차이점이다. 국내맥주의 과세표준에는 제조비용, 판매관리비 등이 포함되는 반면 수입맥주는 오로지 수입신고가격에 관세를 더한 금액만을 과세표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계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주류의 관세가 철폐되고 있어 그 격차는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맥주와 수입맥주의 원가가 500원으로 동일하더라도 국내맥주는 판매관리비와 마진을 더한 1000원을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되어 출고가가 2130원(원가 500원ㆍ판매관리비 500원ㆍ주세 720원ㆍ교육세 216원ㆍ부가세 194원)이 되는 반면 수입맥주는 원가만을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되어 출고가가 1065원(원가 500원ㆍ주세 360원ㆍ교육세 108원ㆍ부가세 97원)이 된다. 국내맥주와 수입맥주 간 자유경쟁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주세 운용에서의 중용의 미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종가세와 종량세를 둘러싼 논의도 뜨거운 감자이다. 현행 우리 주세는 종가세를 채택하여 '술의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 한편 우리나라와 멕시코, 터키, 칠레, 이스라엘 5개국을 제외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나머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종량세 방식은 '술의 용량' 또는 '도수'를 기준으로 주세를 부과한다. 그 취지는 낮은 도수의 주류를 사회적으로 권장해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맥주 등 서민 주류의 단가를 인하해 소비자 편익을 증대하기 위해서이다. 복잡한 현행 주세 체계를 맥주, 소주, 와인, 전통주 정도로 단순화하면서 현행 종가세 방식의 주세체계를 종량세로 바꾼다면 국산 수제맥주나 지역 소규모 전통주가 더욱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세제 개선으로 소비자의 편익이 증대되고, 주류시장에의 신규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면 일거양득이다. 독일의 맥주, 프랑스의 와인, 일본의 사케처럼 우리도 독자적 '주류 한류(韓流)'를 만들어 내는 데에 세정이 뒷받침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주세행정에 관해 다양한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먼저 우리나라 법제는 주세법이라는 단일 법률에 세금 조항과 주류제조면허 등 행정규제 조항이 상존하고 있는데 이러한 법체계는 어색하다는 비판이다. 미국의 경우 '내국세입법'에서 세금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주류제조 및 판매면허와 같은 행정적 부문은 '연방주류행정법'에서 규율한다. 다음으로 우리나라는 주류제조, 주류판매의 관리 및 세수 확보를 모두 국세청에서 소관하고 있는데 변화된 사회ㆍ경제적 상황을 반영해 독립기관에서 주류제조, 판매의 관리를 전담하도록 하자는 견해가 있다. 미국에서는 '알코올, 담배에 대한 과세 및 거래국'이라는 독립 기관을 두고 있고, 영국은 주류제조관리는 국세청이 담당하되 주류판매관리는 면허관리위원회가 분담하고 있다. 끝으로, 주세법이 국세기본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발생하는 주류면허와 관련된 행정절차법 및 행정조사기본법의 배제 문제, 필요적 전치주의의 적용 문제가 있다. 주류제조면허와 관련된 처분은 일반적 조세행정과는 차이가 있으므로 행정절차법, 행정조사기본법의 적용을 받도록 하고 필요적 전치주의의 적용에도 예외를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와 동일한 주세법 구조를 가진 일본은 국세통칙법에서 주류의 제조와 판매업 면허와 관련된 처분에는 행정절차법이 적용된다는 특례를 두고, 조세불복에 적용되는 필요적 전치주의의 적용도 배제하고 있다.

대한제국 시절 융희 3년인 1909년 제정되어 올해로 110번째 생일을 맞는 주세는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6ㆍ25전쟁 당시인 1950년에는 주세수입이 조세 총액의 7.4%를 차지하는 등 과거에는 세수입 기능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는데,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피구세(Pigouvian Tax)'적 기능이 강조되고 있다. 주류 소비에 따른 외부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하게 해 주류 소비가 사회 전체적 차원에서 합리적이고 효율적 수준으로 자동적으로 조정되게끔 평형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국내맥주와 수입맥주의 가격 차이 문제, 종량세와 종가세 문제 및 주세행정의 문제 모두 소비자의 편익, 사업자의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기회의 보장, 그리고 국민 건강의 증진이라는 균형잡힌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종량세의 세율체계를 운용하면서 징수된 주세 중 일부를 국가의료보험 분담금이나 사회복지시설의 운영경비로 사용되도록 하는 프랑스의 입법례도 본받을 점이 있다. 밀레니엄 세대의 입학으로 대학교정의 음주문화가 혁신되었듯, 주세와 관련된 세무 및 규제 행정에서도 창의적 중용의 미덕이 발휘되기를 기대해 본다.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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