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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청론] 단결권 확대 앞서 勞使 힘의 균형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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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구(ILO) 기본 협약(핵심 협약) 비준 논의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우리 노사 관계는 오랜 기간 대립적ㆍ갈등적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 강성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투쟁 일변도의 노동 운동 역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국제 기관의 평가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지난해 발표된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 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종합 순위가 63개국 중 27위인 데 반해 노사 협력 부분은 63위로 꼴찌를 기록했다. 세계경제포럼(WEF)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도 우리나라는 전체 140개국 중 15위였지만 노사 간 협력 부문은 최하위권인 124위에 그쳤다. 또한 고용 및 해고 관행은 87위, 정리해고 비용은 114위로 대립적 노사 관계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의 경직성도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그야말로 노동 관련 분야가 국가 경쟁력을 저해하는 만성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단결권 보장 강화라는 ILO 핵심 협약 비준의 취지와 외국 사례들을 참고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대립적 노사 관계와 경직된 노동시장 등 구조적인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더 시급한 개선 과제가 있다. 바로 단체교섭과 쟁의 행위에 있어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근로자와 노동조합에 대한 과도한 보호 규정과 파업권 등 근로 3권 전반을 고려해본다면 우리 노사 관계 관련 법ㆍ관행은 충분히 선진적이며 오히려 노동조합에 힘의 균형이 기울어져 있다.

대표적으로 사용자의 부당노동 행위만 금지하고 형사 처벌까지 하는 규정을 들 수 있다. 노동계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 근로 3권의 신장 등 노사 관계 제반 상황이 크게 변했음에도 과거 취약한 조합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규정들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무분별한 직장 점거 등과 같은 산업 현장의 불합리한 관행도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은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협상과 대화가 아닌 투쟁과 쟁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기업에서 매년 반복되는 관행적인 파업은 이러한 환경에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우리 경제는 성장률 둔화, 고용률 악화, 글로벌 경쟁 심화 상황에 처해 있다. 기업들이 노동조합의 지속적인 임금 인상과 근로 조건 향상 요구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우리 기업들은 고비용ㆍ저효율 생산 구조를 탈피하지 못하면서 국제 경쟁력도 한계를 맞고, 이로 인해 국내 설비투자는 줄고 해외투자는 늘어가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사 관계의 균형성을 회복하지 못한 채 단결권만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노사 관계 경쟁력이 더욱 악화되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따라서 대립적 노사 관계, 경직된 노동시장 등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고 국가 경쟁력 제고를 이끌어낼 수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협약 비준만을 위한 단결권 확대 논의에 한정하지 않고 우리 노사 관계 관련 법ㆍ제도 및 관행에 대해 전반적으로 논의하고 개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단체교섭 및 쟁의 행위 분야에 있어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급선무다. 헌법상의 권리인 영업의 자유를 보호하고 최소한의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대체근로를 허용해야 한다. 또한 부당노동 행위 처벌 규정을 삭제해 노사 간 대등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 밖에도 생산 라인 점거와 비조합원 및 관리 직원에 대한 작업 방해 등 불법 행위 빈발의 원인이 되고 있는 직장 점거를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이러한 법ㆍ제도 개선이 이뤄져야만 대립적 노사 관계에 기인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선진적 노사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

결국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해서는 우리 노사 관계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단체교섭ㆍ쟁의 행위와 관련된 법ㆍ제도 및 관행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 할 수 있다. 협력적 노사 관계를 통해 노사의 신뢰가 구축된 이후에야 단결권 확대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수용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번 협약 비준 논의를 기회로 노사 관계 선진화 틀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노사 간 신뢰를 지속적으로 쌓아가면서 협력적ㆍ화합적 노사 관계로 전환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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