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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①이동식 원전, 최초는 원자력 잠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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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니미츠급 원자력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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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2016년 10월 중국이 남중국해 남사군도(스프래틀리군도)의 외딴 섬에 '소형 이동식 원전'을 개발을 시작했다는 보도가 화제가 됐습니다. 중국이 개발을 시작한 소형 이동식 원전이라는 것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이 난사군도에 만들려는 소형 이동식 원전은 1970년대 소련이 잠수함에 장치해서 쓰려고 했던 것과 유사한 것으로 지금까지 만들어진 원전 중 가장 작은 크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다시 살펴보면, '1970년대에 이미 개발됐고, 지금까지 여러 종류가 만들어졌으며, 중국이 만들려는 것이 가장 작은 크기'라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이동식 원전의 시초는 원자력 무기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동식 원전의 최초 모형은 무기에 장착된 '움직이는 원자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움직이는 원자로가 최초로 개발된 것은 1950년대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냉전이 시작되면서 동서 진영의 대표격인 미국과 소련은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원자력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려는 끊임 없는 도전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끝내 원자로를 추진기관으로 하는 병기를 개발하게 되지요.


1954년 미국이 세계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인 노틸러스호를 개발하고, 5년 뒤인 1959년 소련은 노벰버급의 원자력 잠수함을 개발하는데 성공합니다. 잠수함 다음은 항공기였습니다. 항공기에도 원자로를 설치한다면, 엄청난 파워와 비행시간을 보장해 줄 것이라도 생각했습니다. 핵추진 항공기에 핵폭탄을 싣고 하늘에 계속 머물면서 핵전쟁이 일어날 경우 적국을 먼저 타격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지요.

세계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 'USS 노틸러스호'가 1954년 1월 진수되고 있는 모습. 이동식 원자로의 최초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세계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 'USS 노틸러스호'가 1954년 1월 진수되고 있는 모습. 이동식 원자로의 최초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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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1946년부터 항공기추진 원자력계획(NEPA)을 시작해 1955년 B-36 피스메이커 폭격기를 베이스로 한 NB-36H 원자력 항공기를 기어코 만들어 냅니다. 3㎿급 원자로를 탑재한 이 항공기는 원자로와 동력기관을 연결하지는 않고 1957년까지 총 47회의 실험비행을 하지만 결국 NEPA 자체가 폐기되면서 땅속에 파묻히게 됩니다.


위기를 느낀 소련도 원자력 항공기 개발에 나섭니다. 1955년 소련 국무회의에서 원자력을 이용한 항공기 개발을 확정하고, Tu-95M 장거리 폭격기를 베이스로 해 소형 원자로를 탑재해 제작한 Tu-119 원자력 항공기를 개발합니다. 그러나 1961년에만 34회의 시험비행을 하며 성능실험에 성공하지만 미국과 마찬가지로 원자력 항공기 개발을 포기합니다.

원자력 항공기에는 여러가지 단점이 있는데 그 중에는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었습니다. 시험비행에 나섰던 두 나라의 원자력 항공기는 원자로의 방사능 차폐를 위해 엄청난 두께와 무게의 차폐벽을 기내에 설치해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항공기의 중량이 늘어나면서 이착륙 거리가 늘어났고, 화물 탑재량은 줄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원자로를 거쳐나온 공기로 제트엔진을 돌리게 되는데 이 경우 미량이지만 방사능을 띤 배기가스를 대기 중에 배출해야 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세계 최초의 원자력 항공기로 개발됐던 NB-36H 크루세이더. 개발단계에서 시험비행을 마친 후 안전성과 경제성 부족으로 폐기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세계 최초의 원자력 항공기로 개발됐던 NB-36H 크루세이더. 개발단계에서 시험비행을 마친 후 안전성과 경제성 부족으로 폐기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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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심각한 문제는 원자력 항공기의 추락이었습니다. 냉전시대 미국에서는 핵무기를 탑재한 군용기의 추락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했는데 그 때마다 주변 토양이 방사능에 오염되는 등 큰 피해를 당했다고 합니다. 군용기에 실린 소규모 핵무기의 영향력이 이 정도였는데 가동 중인 원자로가 지상으로 추락한다면?


그 이후 미국이나 소련은 원자력 항공기 개발에 대해서는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지구가 아닌 우주에서 활동할 우주선 설계에도 원자로를 동력원으로 삼은 비행체는 구상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처럼 발사 중 폭발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합니다.


원자력 항공기 개발 계획을 접었다고 해서 원자로를 탑재한 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TV-1, TV-8 등의 원자력 전차와 X-12와 같은 원자력 열차 개발에 나서기도 했고, 소련은 원자력 전차 TES시리즈와 국영 철도회사에서 원자력 열차 설계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물론 안전성과 경제성을 이유로 계획 단계에서 모두 폐기됩니다.

미국의 최신예 핵잠수함 'USS 플로리다호'가 잠수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미국의 최신예 핵잠수함 'USS 플로리다호'가 잠수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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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과학자들이 포기했을까요? 이동식 원자로를 장착한 무기 개발에 치중하다보니 원자력 추진 장비 중 선박용 원자로가 가장 먼저 발달하게 됩니다. 선박용 원자력 엔진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바다인 태평양과 대서양에서도 '에너지를 재보급할 필요 없이 항상 바다를 항상 지킨다'는 미국의 목표를 만족시켜주는 원자력 항공모함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포드급 이전 미국의 주력 항공모함인 니미츠(Nimitz)급 원자력 항공모함이 개발되면서 소련에 비해 군사력의 우위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니미츠급 원자력 항공모함은 동력원으로 2기의 가압경수로를 사용하는데 각각 100㎿의 출력을 낼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연료 재보급 없이 20년 동안 쉬지 않고 작전을 펼칠 수 있는 해상항공기지가 바다를 누비게 된 것입니다.


군사적 용도 외에도 이동식 원자로가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이동식 원전의 최초의 형태는 구 소련에서 탄생합니다. '②이동식 원전, 트레일러와 모듈' 편에서 이동식 원자력발전소의 초기 모델과 모듈형 원전에 대해 살펴 보겠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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