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확산에 선수도 급감…"엘리트 체육은 지금 절망"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지도자의 성폭행과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 등 체육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확산되자 경기인과 체육계 안팎의 관계자들은 "터질 게 터졌다"며 "체육계의 곪은 병폐를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국가대표 출신 한 지도자는 22일 "최근 빙상계에서 불거진 엘리트 선수들의 폭로를 통해 성폭력 피해 사례는 물론 체육계 사제지간의 갈등 구조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이것이 영화가 아닌 현실일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체육계를 향한 국민의 비판과 의심이 커져 현장에서 지도하는 대다수 종사자들끼리 대화도 줄고 사기가 떨어졌다"며 "학부모의 불신도 상당해 운동을 하려는 전문 선수들이 크게 줄고 있다.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지도자도 "뛰어난 선수를 육성하고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일념으로 매진했던 지도자들도 많지만 학부모, 선수들과의 신뢰가 무너졌다"며 "체육계가 범죄의 온상인 것처럼 인식되고, 자정 능력도 없는 구성원들로 매도돼 회의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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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인들은 이번 사태가 한국 체육의 존폐를 좌우할 위기라고 입을 모으면서 어떠한 이유로도 폭력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업팀 지도자는 "'사랑의 매'라는 인식이 과거 지도자 세대에서는 어느 정도 용납이 되고, 선수나 학부모도 이를 받아들였다"면서도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진 지금은 강요와 강압에 의한 지도 방식, 이를 덮으려는 시도가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은 "사회가 인권을 소중하게 여기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개인 의견을 표출할 창구도 많다"며 "미투의 확산을 통해 체육계도 늦게 나마 그 변화를 따라가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해다. 그러면서 "'성과를 위해 인내하고 지도자의 지시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는 과거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며 "더 이상 그들만의 방식으로 '외딴 섬'처럼 머물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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