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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달' 가르키는 신재민, '손'만 보는 기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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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고 있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와 기재부의 반박에 대한 한 정부부처 사무관의 우려다. 신 전 사무관은 기재부의 의사결정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기재부는 이를 보지 않고 개별 사안에 대한 사실관계 따지기에만 급급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신 전 사무관은 청와대가 KT&G 사장 인선과 적자 국채 발행 등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하며 "손가락이 아니라 달을 보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었다.

하지만 기재부의 칼날은 신 전 사무관의 우려대로 달이 아닌 손가락을 향했다. 기재부는 지난달 30일 첫 공식 입장으로 '신 전 사무관이 언급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사실관계에 대한 해명에 초점을 맞췄다.

이후에도 KT&G 사장 인사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모니터링 차원'이고 적자 국채 추가 발행 여부는 '치열한 논의와 토론 결과'라고 밝혔다. '적자 국채 추가 발행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국가채무비율을 높이려 했다'는 지적에는 '4조원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약 0.2%포인트 증가 하는 데 그치기 때문에 의미있는 수준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신 전 사무관은 기재부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점과 청와대의 개입에 대한 우려를 지적하며 해당 사례를 제시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그가 사례로 든 사안에 대한 사실관계 해명에만 집중했다.

결국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이 기자회견을 한 지난 2일 그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신 전 사무관이 제기한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점에 대해선 같은 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이 확대간부회의에서 말한 '소통강화' 취지의 발언이 전부다.

기재부의 이 같은 입장은 신 전 사무관의 자살소동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신 전 사무관은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를 남기고 지난 3일 오전 잠적했다. 몇 시간 후인 이날 오후 서울 봉천동의 한 모텔에서 스스로 걸어 나왔다.

그는 유서에 "내부 고발을 인정해주고 당연시 여기는 문화와 정책결정 과정을 국민들에게 최대한 공개하는 문화(가 만들어질 바란다)"라고 적었다. 죽음으로써 공무원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함이었다. 기재부는 그러나 "국가채무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없었다"며 그의 절박함을 다시 한 번 외면했다.

신 전 사무관이 폭로한 내용의 진위는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그가 지적하고 싶었던 의사결정구조의 문제점도 사실관계만큼 중요하다. 내부 의사결정구조와 청와대와의 협의 과정을 중심으로 한 근본적 시스템 개선에 대한 필요성은 정녕 느끼지 못하는 걸까.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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