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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팝콘에 숨은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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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은 단시간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극장처럼 단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가 빠져 나가는 업종에 적합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팝콘은 단시간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극장처럼 단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가 빠져 나가는 업종에 적합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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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이번 휴일에도 영화보시나요? 영화볼 때 곁에 없으면 허전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팝콘(Popcorn)'입니다. 영화관 입구에서부터 풍기는 강렬한 유혹을 이겨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영화관에서 연인보다 잘 챙겨야 하는 것이 팝콘이라는 농담이 농담같지 않은 현실입니다.
유럽이 신대륙을 정복하면서 신대륙에서 발견된 가장 흔한 곡물은 '옥수수(Zea mays)'였습니다. 그런데 정복자들은 신대륙에서 사용하는 명칭인 'Zea mays'라고 부르지 않고 애둘러 '콘(corn)'이라고 불렀습니다. 지금은 콘이라는 단어가 옥수수를 의미하지만 영어 고어에서 콘은 '지역에서 생산된 곡물'을 의미했습니다. 언어학자들은 성경에 등장하는 콘은 '보리'를, 영국에서는 '밀',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서는 '귀리'를 의미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옥수수는 약 2500년 전부터 튀겨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신대륙의 원주민들이 동굴 속에서 토기에 뜨거운 모래와 옥수수를 함께 넣어 튀겨 먹은 것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가장 오래된 튀긴 옥수수 알이 뉴멕시코에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초기 정복자들은 달콤한 팝콘을 즐겼는데 우유를 위에 부어 아침식사 대용으로 먹기도 했다고 합니다. 미국 매사추세츠 지역의 왐파노그(Wampanoag)족 인디언들은 신대륙에 세워진 첫 유럽인들의 영구 정착지였던 플리머스(Plymouth)에서 맞은 첫 추수감사절인 1630년 2월 20일 팝콘을 소개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먹다 남은 팝콘을 다른 곡물처럼 발효시켜 맥주를 만들어 먹기도 했습니다.
팝콘이 많은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간식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1890년경이라고 합니다. 1885년 제과점 주인이었던 찰스 크레테가 위생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팝콘기계를 만들어 퍼져나갔고, 불과 5년만에 세계를 정복하게 됩니다.

1907년에는 자콥 베러신이 '전기 팝콘 제조 기계'를 만들었고, 1980년에는 전자레인지에 조리할 수 있는 팝콘이 탄생합니다. 미국에서는 매년 1월 19일을 '팝콘의 날'로 정해 팝콘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요즘도 가끔 미국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장면이 '지피팝(Juffy Pop)'으로 팝콘을 튀기는 모습입니다. 손잡이가 달린 프라이팬을 알루미늄 호일로 감싸 가열하면 알루미늄 호일이 부풀어 오르면서 팝콘이 튀져지는 방식인데 미국인에게는 향수를 자극하는 장면이지요.

미국에서는 약 70%의 팝콘이 가정에서 소비되고, 나머지 30% 정도는 극장에서 소비된다고 합니다. 극장에서 팝콘을 먹기 시작한 것은 1929년 대공황 이후라고 합니다. 1920년대 미국 극장에서는 영화관 카펫을 더럽힌다는 이유로 팝콘 반입을 금지시켰습니다.

그러나 대공황으로 형편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영화관에 발길을 뚝 끊었고, 사람들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극장내 팝콘 반입을 허용하는 것이었습니다.

팝콘은 단시간에 대량 생산이 가능한데 극장처럼 단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가 빠져 나가는 업종에 적합했고, 비스켓 등 다른 과자보다 씹는 소리도 적어 영화를 보면서도 먹기에 적당했기 때문입니다. 요즘 영화관 매출의 20% 이상을 매점에서 올린다고 합니다. 팝콘의 역할이 적지 않겠지요?

모든 종류의 옥수수가 팝콘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보통 '폭열종'이나 '폭립종'을 사용하고, 국내 옥수수 중에서는 '쥐이빨 옥수수'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들 옥수수는 다른 품종에 비해 단단하고, 수분이 낟알의 중심부에 저장돼 가열하면 수분이 팽창하며 터지는데 여기에 과학이 숨어 있습니다.
영화관에서는 연인보다 팝콘을 더 잘챙겨야 한다는 농담은 농담이 아닌 진담일지도 모릅니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영화관에서는 연인보다 팝콘을 더 잘챙겨야 한다는 농담은 농담이 아닌 진담일지도 모릅니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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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하고 매끈한 옥수수 알갱이가 목화솜처럼 하얗고 바삭한 팝콘으로 변하는 것은 옥수수 낟알 속에 들어있는 수분과 유분 때문입니다. 수분과 유분은 가열하면 증기로 변하는데 폭열종 옥수수는 껍데기가 단단해 수분과 유분이 수증기 상태로 갇히게 됩니다.

이런 상태에서 낟알의 온도가 180°C 정도로 올라가면, 내부 압력도 약 9.2기압까지 치솟습니다. 옥수수 낟알은 이 정도의 압력과 온도를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내부에서 끓었던 단백질과 전분이 거품처럼 올라와 터지면서 빠르게 굳어 팝콘이 되는 것이지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의 공동 연구팀이 최근 팝콘이 튀는 장면을 고속카메라로 촬영해 분석한 결과 옥수수 낟알은 170℃에서 34%, 180℃에서 96%가 튀어 올랐다고 합니다.

요즘은 팝콘의 종류도 다양해 골라 먹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관에서 파는 팝콘에는 당과 포화지방이 많이 함유된데다 칼로리마저 높습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복합 상영관에서 판매하는 팝콘을 조사한 결과 대용량 한 컵의 당 함유량은 42.6g으로 성인 1일 섭취 권고량의 85%에 달합니다. 포화지방 함유량은 1일 권고량의 약 1.5배나 됩니다. 게다가 달콤한 맛 팝콘이나 콜라 2잔을 2명이 나눠 먹으면 당 섭취량은 132g으로 늘어납니다. 이는 3g짜리 각설탕 44개를 먹는 것과 같은 수치입니다.

한국영양학회에서는 권장하는 하루 당 섭취량은 50g인데 각설탕 12.5개 분량입니다. 비만체질인 사람은 이보다 훨씬 적은 각설탕 7개 정도만 먹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정상 체중인 사람의 경우도 영화 한 편보면서 하루 권장 섭취량의 3.5배의 당분을 먹는 것이지요. 무엇이든 적당하게 즐기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길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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