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나훔 기자] "리즈를 갱신하다."
수년 전 온라인에선 누군가 새로운 전성기를 맞을 때마다 어김 없이 이런 표현이 등장했다. 지금도 간간이 쓰이는 이 문장은 잉글랜드의 프로축구팀 리즈유나이티드가 과거의 영광을 회상하는 데서 따왔다.
심 의원의 재정 정보 유출 논란이 이슈화 되기 전 진보진영에서 그를 떠올릴 때 자주 회자되던 사건은 이른바 '서울역 앞 회군'이었다. 광주 출신인 심 의원은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으로 1980년 5월 '서울의 봄' 당시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다. 하지만 당시 계속 시위를 할 것인지 해산할 것인지를 두고 지도부 간 격론 속에서 심 의원이 이 같은 결정에 일조했다는 주장이 돌았다.
시위가 계속될 경우 군이 개입할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우선 시위대를 해산한 뒤 당분간 시국을 관망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2004년 김대중내란음모사건을 둘러싸고 불거진 허위자백 논란은 최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설전으로 확전되는 분위기다. 심 의원은 "(이를 두고) 악의적으로 보도한 언론사를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1995년 12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입으로 신한국당 부대변인으로 정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어 2000년 16대 총선 경기도 안양 동안에서 출마해 16~20대까지 내리 당선됐다. 20대 국회에선 국회 부의장 자리까지 오르는 영달을 맛봤다. 그렇게 그는 늘 현대사 주요 길목에 등장,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반면 운동권 출신의 정치인들 사이에선 늘 부정적 꼬리표가 달렸다.
김성태(오른쪽)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심재철(가운데) 자유한국당 의원이 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총장 항의방문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원본보기 아이콘최근 재정 정보 유출 사태는 한동안 뜸했던 그의 존재감을 다시 알리는 계기가 됐다. 기재부는 지난달 17일 심 의원실 보좌관들이 한국재정정보원이 운영하는 디지털 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에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예산정보 수십만 건을 내려받아 불법 유출했다며 정보통신망법 및 전자정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의 의원실 압수수색이 이뤄진 뒤에도 심 의원은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연일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며 불법 사용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심 의원의 폭로는 당초 의도한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동계올림픽 경호 인력 목욕탕 비용까지 공개해가며 심 의원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예정에도 없던 대정부 질문에 나섰지만 주목할만한 추가 폭로도 없었다. 지난 4일 제기한 이낙연 국무총리 연설문 작성 민간인 개입 의혹이 다소 눈길을 끌었을 뿐이다.
상황이 이쯤되니 심 의원의 잇단 폭로에 대해 진의를 의심하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진심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것인지, 막힌 국면을 뚫기 위한 폭로였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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