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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겁 없는 줄 알았던 기자…달려드는 좀비 보고 '혼비백산'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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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시작한 에버랜드 좀비축제 가보니
자신감 들어가자마자 사라져…사실적 좀비 모습에 혼비백산
동물 대신 좀비들이 차지한 사파리…'워킹데드' 주인공 기분
호러메이즈 속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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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들어갔던 손님 중 30%가 중도 포기를 할 정도예요.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 겁니다."
지난 5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호러메이즈 앞. 학창 시절 수학여행으로 갔던 놀이 공원 '귀신의 집'에서 무표정으로 일관했던 기자에게 호러메이즈 담당자의 이 같은 경고는 귓등으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봤자 귀신의 집(메이즈)이란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허공에 '다 알아', '빨리 나와' 같은 무의미한 위협(?)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됐다. 여긴 진짜였다. 어릴 때 가봤던, TV서나 봤던 귀신의 집처럼 단순히 음향·시각효과로 사람을 깜짝 놀라키는 게 아니었다. 좀비들의 얼굴이 너무 기괴해 슬쩍 보이기만 해도 겁이 났다. 움직임도 걷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의사 좀비는 가운을 입은 채 나에게 달려들었고, 군인 좀비는 좀비가 되어서도 작전을 수행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상당히 사실적이었다. 스포일러라 구체적으로 설명을 못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다가 예상치 못한 가격에 큰 코 다쳤다. 코스 중간에 포기할 수 있는 지점에서는 정말 포기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앞서 부린 허세때문에 결국 좀비들의 공격을 무시한 채 앞만 보고 '초스피드'로 달려갔다. 촬영한 영상을 보니 꼴이 가관이었다.

2010년 처음 좀비축제를 시작할 때부터 기획에 참여한 박민현 삼성물산 리조트사업부 엔터테인먼트그룹 책임은 식은 땀을 흘리며 호러메이즈에서 나온 내 모습을 보고 '그럴 줄 알았다'는 비웃음을 보냈다.
[르포]겁 없는 줄 알았던 기자…달려드는 좀비 보고 '혼비백산'한 사연 원본보기 아이콘
박 책임은 "좀비로 캐스팅되면 좀비로 서는 법, 숨쉬는 법, 눈뜨는 법, 걷는 법 등 기본 동작부터 숙지한 다음 각자 캐릭터의 배경 스토리를 감안해 캐릭터 맞는 동작을 개별 연기자가 연구하고 습득한다"며 "30개 넘는 전세계 메이즈를 체험해봤는데, 그 무섭다고 소문이 난 일본의 '전율미궁'보다도 우리 호러메이즈가 더 무섭다"고 자부했다.

박 책임은 매년 새로운 트렌드를 확인하기 위해 일본, 미국, 홍콩, 싱가폴 등 해외 유명 놀이동산에 방문한다. 마치 공부하듯 들어가 사람들의 반응과 최신 기술 등을 체크한다. 9년의 노하우가 쌓인 올해 좀비 축제에는 100명이 넘는 좀비가 참여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졌다.

박 책임은 호러메이즈에 겁을 먹은 기자에게 다소 낮은 수준의 난이도인 호러사파리를 추천했다. 저녁 7시부터 시작하는 호러사파리는 기존 사파리투어처럼 버스를 타고 사파리 내부를 이동하는데, 동물 대신 좀비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좀비 등장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지나는 내용의 투어로, 수 십 명의 좀비가 버스를 추격하는 등 관람객을 위협한다. 마지막에는 버스가 고장이 나 내려 좀비들 사이를 이동해야 하는데, 마치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의 주인공이 된 기분까지 느꼈다.
좀비들의 도시가 된 사파리를 지나가고 있는 모습.

좀비들의 도시가 된 사파리를 지나가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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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메이즈와 호러사파리는 에버랜드 자유이용권과 별도(각 5000원)로 티켓을 구입해야 하는 유료 상품이다. 그럼에도 매일 수용 인원인 2600명이 조기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에버랜드 자체 조사에 따르면, 전체 방문객 중 4%가 오로지 좀비메이즈와 좀비사파리 때문에 이 기간에 에버랜드를 찾았다.

박 책임은 "좀비 프로젝트를 운영한 지 9년이 되다 보니 엄마·아빠 손에 이끌려 유모차 타고 온 애들이 중학생이 됐고, 당시 고등학생들이 부모가 됐다"라며 "할로윈이 가족들이 다함께 즐기는 문화로 바뀌고 있는 만큼, 할로윈 시즌을 대표하는 상품으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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