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살아나도 웃지 못하는 정부, 문제는 부동산 (종합)

'부동산 역학관계' 정책보다는 시장, 시장보다는 심리…부동산시장 흐름 결정하는 핵심 변수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한국경제가 경기 침체의 터널을 벗어나 반등의 기회를 잡을 것이란 판단이 담겼다. 문제는 부동산이다. 정부가 최근 9·13 부동산 종합 대책과 9·21 주택공급 대책을 연이어 내놓았지만 시장 안정은 여전히 의문부호다.

한국은행의 '2018년 9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는 정부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결과다. 주택가격전망CSI는 119로 2015년 10월(119)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집값이 오를 것이란 인식이 시장에 폭넓게 확산했다는 의미다.

정부는 부동산 대책 발표를 계기로 시장 흐름을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현실은 이와 달랐다. 정부 대책이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데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9·21 주택 공급 대책을 보면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의 공급이 부족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강남에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이 수도권 신규 택지인 인천 서구 검암을 대체 주거지로 생각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서울의 새 아파트 수요를 충족할 공급 대책이 핵심인데 그게 부족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는 동요하는 시장 흐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내놓은 뒤 어려움을 겪은 이유는 정책과 시장, 심리를 둘러싼 역학관계의 비밀에 대해 간과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은 오랜 시간 축적한 결과물을 토대로 형성된 믿음이 있다. 정책은 시장을 이길 수 없고, 시장은 심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내용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은 논란의 대상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5일 TBS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시장이 이긴다는 (믿음은) 이렇게 봐야 한다. 거주를 위한, 정말 국민의 삶을 위한 주택 정책은 시장이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주택 공급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시장 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발언이다.

정부가 정책을 통해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만 해도 정부는 강력한 규제 수단의 효과에 대해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8·2 대책은 시장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부동산 1번지인 서울 집값을 안정화하는데 실패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지난해 8월 5억4685만원에서 올해 8월 6억7208만원으로 올랐다. 용산구는 7억3500만원에서 9억9250만원, 강남구는 10억7000만원에서 13억6000만원, 송파구는 8억3000만원에서 11억500만원이 됐다.

이처럼 부동산은 가장 유용한 재산 증식 수단이라는 게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은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는 탁상공론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부동산에 돈이 몰리는 이유를 냉철하게 분석해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부동산시장은 결국 사람들의 심리에 따라 움직이기 마련이다. 정부의 규제 수단이 한계를 드러낼 것이란 생각이 시장 심리를 지배한다면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이들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부동산 규제 효과에 대한 과신은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사례로 귀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