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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수술 방지" vs "신뢰관계 훼손"…수술실 CCTV 의무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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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시킨 전문의가 사복차림으로 수술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의료기기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시킨 전문의가 사복차림으로 수술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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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정호 기자] 최근 부산의 한 정형외과에서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전문의 대신 수술에 들어가 수술을 집도한 뒤 환자가 뇌사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의료계 악습 중 하나인 '유령수술' 근절을 위해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를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으나 의료계는 이에 반발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7일 부산 영도경찰서 등에 따르면 의료기기 판매 영업사원 A(36) 씨는 정형외과 원장 B(46) 씨를 대신해 수술을 집도했다. 경찰은 A 씨는 의료 면허증이 없었지만 수술에 사용되는 장비를 다룰 수 있었고 평소 어깨너머로 수술을 배운 것으로 추정된다며 혼자 병원을 운영하는 B 씨가 외래진료를 보기 위해 을의 위치에 있는 A 씨에게 대리 수술을 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는 수술 후 뇌사 판정을 받았다.

이처럼 환자가 마취로 잠든 사이 수술을 하기로 했던 의사가 아닌 다른 사람이 대신 수술을 하는 유령수술은 명백한 불법 의료행위로, 오랜 기간 의료계의 악습으로 지적돼왔다. 특히 성형외과의 경우 병원 측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유령수술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에는 지난 2015년 3~4월 동안 38건의 성형외과 내 유령수술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에는 한 성형외과 전문의가 이같은 사실을 폭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더 나아가, 지난해 한 비뇨기과에서 발기부전 수술을 의료기기 납품업체 직원이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A 씨와 같은 비의료인이 유령수술을 집도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환자·소비자 단체들은 이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10일 소비자시민모임·한국소비자연맹·한국환자단체연합회·C&I소비자연구소 등은 공동 성명을 발표해 "수술실은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돼 있고 환자의 의식이 없기 때문에 내부 제보나 CCTV가 없는 한 유령수술 시행 여부를 절대 알 수 없다"면서 수술실 내 CCTV 설치, 유령수술을 실제 시행한 의사의 면허 영구 박탈 및 실명 공개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 일각에서는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면 앞서 반복적으로 불거진 바 있는 의료사고 분쟁과 마취환자들에 대한 의료진의 '막말'·성희롱 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반면, 의료계는 이같은 조치가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정성균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19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환자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측면은 인정하지만 감시와 처벌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 보다는 신뢰를 확보하는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더욱 성숙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술실 내 의료진들의 프라이버시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녹화된 영상이 유출된다면 사회적으로 더 큰 파장이 생길것이다"라면서 "사진 찍히는 것에도 민감한 사람이 있는데, 수술실 내 모든 사람이 영상 촬영에 동의할 지, 의사가 감시를 받으면서 수술을 하는 것이 과연 환자에게 도움이 될 지는 의문이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는 다음달부터 경기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 5곳에 CCTV를 설치하고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환자가 동의하면 수술의 모든 과정을 담고, 30일 동안 보관하게 된다. 경기도는 수술실 CCTV를 올 연말까지 시범 운용한 뒤, 내년부터는 도내 6개 모든 의료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고정호 기자 ko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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