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 플랫폼의 있고 없고 차이…애플은 iOS로 소비자 꽉 쥔 반면 삼성전자 놓치기 쉬워
"혁신에 마땅한 돈을 낼 소비자는 언제나 존재한다. 애플은 돈을 벌기에 충분한 고객 기반이 있다."(팀 쿡 애플 CEO)
"100만원 내로 하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1자를 안 보기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
각사의 최고가 모델을 비교하면 지난달 출시된 갤럭시노트9 512GB 모델은 135만3000원이고 지난 12일 공개된 아이폰Xs 맥스(Max) 512GB 모델은 200만원에 육박할 전망인데요. 60만원짜리 중가폰을 한 대 더 살 수 있는 차이입니다. 그런데도 쿡 CEO는 오히려 "아이폰은 상상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고 자신하더군요.
애플의 당당함과 삼성전자의 곤란함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까요. 여러 이유 중에서도 소비자를 붙잡아 둘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존재 유무'가 그들의 확연한 태도 차이를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애플은 iOS 생태계와 앱스토어, 아이클라우드 등 서비스로 소비자를 손쉽게 묶어두고 있습니다. 마치 '땅 짚고 헤엄치듯' 말이죠. 물론 생태계의 중요성을 미리 감지한 애플의 현명함 덕분입니다. 이 생태계는 아이폰은 물론 아이패드, 맥 컴퓨터로도 이어져 있어 사용자가 안드로이드폰으로 교체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죠. 즉 아이폰 사용자는 하드웨어가 비싸더라도 소프트웨어를 위해 더 큰 가치를 지불하는 셈입니다. 일명 '자물쇠 효과'라고 볼 수 있죠.
반면 삼성전자는 안타깝게도 소비자를 붙잡을 이렇다 할 묘수가 없습니다. 국내에서는 '삼성페이'가 효자 노릇을 하고 있으나 해외에서는 이마저도 마땅치 않죠. 갤럭시 사용자가 아이폰으로 교체하는 것은 마찬가지로 번거롭지만 갤럭시가 아닌 안드로이드폰으로 바꾸는 것은 참 쉽습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카메라, 디스플레이, 생체인식 등 하드웨어 차별화로 소비자를 묶어뒀는데 프리미엄폰 품질이 상향평준화된 지금 그 힘이 많이 약해졌죠.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제조사가 더 싼 값에 비슷한 성능의 폰을 내놓으니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2013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였던 삼성전자가 불과 3년 만에 군소업체로 전락한 이유 역시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얼마 전 샤오미는 표면상 100만원짜리 갤럭시노트9의 성능과 비슷한 '포코F1'을 출시하기도 했죠.
결국 삼성전자는 가격 책정에 있어 소비자는 물론 경쟁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답니다. 갤럭시노트9 128GB를 1년 전 출시한 갤럭시노트8 64GB와 같은 가격 109만4500원에 판 것도 이런 '대략 난감한' 상황 때문입니다.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존재 유무는 단순히 가격 책정할 때의 자신감이나 판매량에만 영향을 미치지 게 아니랍니다. 스마트폰 시장 포화로 '넥스트 스마트폰'이 필요한 이 시점에 생존 동력이 될 서비스 매출과도 직결되죠. 지난 2분기 애플의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부문의 매출은 95억4800만 달러(약 10조7000억원)였는데요. 지난해 대비 31%나 늘어난 수치랍니다. 쿡 CEO는 "2020년까지 서비스 매출을 140억 달러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하기도 했죠다.
반면 삼성전자의 서비스 매출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늦었지만 삼성전자도 이쪽으로 더 큰 힘을 실을 모양입니다. 삼성전자 관계자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앞으로 인공지능(AI) 생태계를 확장함과 동시에 서비스 산업의 기반도 다져나갈 겁니다.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와 빅스비, 삼성페이를 연계해 수익화도 성공할 거고요."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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