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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현관문 앞에 붙은 '출산력', 대체 무슨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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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축산업에서 '암컷의 잠재적 배란능력' 의미
복지정책 전반에 중요한 통계지만...표현 바꿔야한다는 지적 많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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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지난달 말부터 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하고 있는 전국 '출산력(出産力)' 조사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출산력 조사는 1964년부터 반세기 넘게 지속되고 있는 조사로 저출산 대안 정책 마련을 위해 꼭 필요한 지표라고 정부가 설명하고 있지만, 출산력이라는 단어 의미 자체가 여성을 아이낳는 기계로 바라보는 시각이 담겨있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단어를 바꿔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일 보건사회연구원 홈페이지에는 출산력 조사를 비난하는 글 1000여개가 쇄도했다. 출산력이란 표현 자체에 대한 비난부터 빈집 현관문에 출산력 조사표를 남기고 가 여성 혼자 사는 집임을 명시해 범죄 위험성을 높였다는 비난까지 각종 비판이 쏟아졌다. 출산력 조사는 1964년 이후 계속 시행돼온 조사로, 1982년부터 3년 주기로 만15세~49세의 가임기 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직접조사를 실시한다. 올해는 7~9월 사이 대상 여성이 사는 1만 가구를 선별해 조사 중이다. 정부는 기혼 여성 조사 외에 해당 가구에 함께 거주하는 미혼 남녀들의 이성 교제, 결혼, 출산 등에 대한 가치관 조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출산력 조사는 사회학, 보건복지학 등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는 지표 중 하나로 인구의 생물학적 가임능력을 상징하는 잠재적 출산과 별개로 경제적, 사회적 여건에 영향을 받아 현실적인 출산수준이 어느정도나 되는지 다양한 지표를 합산해 내놓는 통계다. 그러다보니 실제 단순 출산 통계인 합계출산율보다 출산력이 더 중요시되곤 한다. 정부의 저출산 정책의 현황과 현재 부족한 부문들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하고, 향후 대안을 세우는데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출산력은 사회경제적 발전과 소득분배, 가치관 변화 등도 함께 조사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저출산정책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복지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가져오고 있는지 살펴보는데도 도움이 되는 지표다.
2018년 전국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포스터 모습(사진=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8년 전국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포스터 모습(사진=한국보건사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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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중요한 통계이긴 하지만, 거부감이 심하게 드는 표현 때문에 더욱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출산율에 비해 단어 자체도 생소한데다, 원래 출산력(出産歷)이란 단어는 농업이나 축산업 분야에서는 가축 암컷이 생산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의미하는 단어로 얼마나 많은 난자를 형성하고 성숙시켜, 배란할 수 있는지 여부를 나타내는 용어다. 출산력을 뜻하는 영어 단어 'fertility'는 의학 분야에서 '수태력(受胎力)'이라고도 번역하며, 정자와 난자가 결합, 이것이 자궁 내 착상해 수태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단어다.

즉, 생물학적 가임능력을 상징하는 단어로 사람을 극히 기계적, 혹은 동물적으로 표현한 단어라는 인식을 지우기 힘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구나 실제 출산력 조사에서 이야기하는 출산력의 의미는 단순 가임능력이 아닌, 경제·사회적 요인 여파까지 고려한 것이므로 잘 들어맞지 않는다. 또한 한글로 '출산력'이라고만 적었을 경우에는 과거 출산 경력을 상징하는 '출산력(出産歷)'과도 의미가 충돌하기 때문에 정서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새로운 표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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