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떠난 지 두 달. 꿈도 외국어로 꾸었다. 일요일이었으리라. 숙소 침대에 누워 흰 구름이 떠가는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던 오후였으므로. 주인집에서 빌린 라디오에서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흘러나왔다. 글렌 굴드가 중얼거렸다. 고독감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싸늘한 방안에 무언가를 가두듯 방문을 쾅 닫고 뛰쳐나갔다. 그리고 중앙역으로 달려가 웁살라로 가는 완행열차를 집어탔다.
베리만이 찍은 영화는 대부분 스웨덴이 배경이다. 특히 1982년 12월 17일에 개봉, 1983년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화니와 알렉산더(Fanny och Alexander)'는 베리만의 고향 웁살라에서 찍었다. 1997년에 나온 텔레비전 영화 '어릿광대 앞에서'도 웁살라가 배경이다. 스웨덴의 영화는 생소한 느낌을 주지만 사실은 우리 가까이 있다. 그레타 가르보, 잉그리드 버그만 같은 대배우가 모두 스웨덴 사람이다.
'엘비라 마디간'을 어떻게 빼놓을 수 있겠는가. 귀족 출신의 젊은 장교 식스틴과 서커스단에서 줄타는 소녀 엘비라. 모차르트의 협주곡 선율에 실린 정열적이고 행복한 사랑은 자살로 막을 내린다. 찻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아름답다. 식스틴과 엘비라를 죽음으로 인도하기 위해 허공에 메아리치는 총성은 충만한 황금빛이다. '오베라는 남자'(2016), '렛 미 인'(2015),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2014) 등이 최근에 나온 스웨덴 영화다.
예를 들어 '미나의 선택'은 밑바닥 생활을 하는 여성이 싱글맘과 또 하나의 가족을 이루는 내용이다. '마사와 니키'는 이민 가정과 입양 가정에서 자란 아프리카계 스웨덴 소녀들이 힙합 댄스 챔피언이 되는 이야기다. '크리스마스 이즈 커밍 아웃'에는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청년과 동성 결혼을 하려는 아들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가 등장한다. '화이트 피플'은 불법 이민자들의 현실을, '내 목숨을 구해준 소녀'는 시리아 난민들의 참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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