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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 칼럼]개고기 금지법 보다 급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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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남에게 피해 주지 마라". 어렸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늘 들었던 잔소리였다. 부모님은 늘 '네가 할 일은 알아서 하고 남에게 해꼬지가 될 만한 일은 생각도 하지 마라'고 강조하셨다. 그때는 지겨웠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 말씀이 왜 중요한지를 종종 실감한다.

우리 주위에는 남에게 큰 불편과 피해, 모욕을 주면서도 자신의 신념과 행동만 옳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지난 여름 개고기 식용논란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고기 식용 금지 법안을 발의한다고 한다. 특정 사안에 대한 개인의 취향이나 성향, 선호도 등은 '프라이버시'로, 범죄나 비윤리적ㆍ비도덕적 행위가 아니라면 존중되어야 한다.
"너는 개고기 먹냐"라는 물음은 식당에서 매뉴 선택할 때 이외에는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예의다. 일부 동물단체들은 별다른 근거도 없이 개고기를 먹는다고 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전세계적 흐름,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을 어떻게 먹냐, 도축 과정의 잔인함 등 동물학대, 비위생적 사육에 따른 오염 등의 이유를 댄다.

하지만, 동물단체들이 주장하는 '전세계적인 흐름'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변할 수 있다. 앞으로 세계 각국들이 기후 또는 식량 사정에 의해 개고기를 허용하는 쪽으로 돌아서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개가 인류의 반려동물이라는 점도 그렇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명에 이른다지만, 나머지 4000만명 즉 80%의 대다수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다. 나에게는 반려동물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냥 '동물' 일 뿐이다.

또 도축 과정의 잔인함과 비위생적 사육에 따른 동물학대ㆍ오염 문제 등은 물론 사육ㆍ유통ㆍ판매 주체들의 잘못이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의 탓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축산물가공처리법을 개정해 개를 관리 대상에 포함시키면 된다. 그러나 동물단체들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국회에서 추진된 관련 법 개정 작업을 좌절시킨 바 있다.
지난달 광화문 광장에서 개 식용 금지를 촉구하는 외국인을 만난 적이 있다. 한 한국인 여성은 그 옆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부끄럽지 않냐"고 외치고 있었다. 그 외국인은 왜 바쁜 시간에 남의 나라에 와서 먹거리까지 간섭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잔인한 사육 방식으로 따지자면 프랑스의 거위 간 요리(푸아그라) 등 여러가지 더 심각한 음식들도 세상에 널려 있다.

오히려 아직까지도 외국의 눈치를 보며 국민들의 식생활의 자유, 깨끗하고 위생적인 먹거리 선택권, 동물복지 등을 조화롭게 합리적으로 논의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정부와 사회의 수준이 문제다. '가장 진보한' 형태의 시민운동이라는 동물보호단체와 '진보정당' 소속인 표 의원 같은 이들이 정작 가장 기본적인 '자유민주주의'의 원칙, 남의 취향과 성향은 존중해야 한다는 기본조차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개고기 금지법 보다는 열악한 사육 현실 개선, 연 10만마리씩 버려지는 반려동물로 인한 사회적 낭비 방지, 지나가는 사람을 물거나 위협을 주는 등 남에게 피해를 주는 반려동물 관리가 더 시급한 과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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