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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예비역 장군 김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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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차장] 2014년 9월22일 오후 서울역 인근의 어느 카페. 그곳에서 김척 예비역 장군을 만났다. 그는 아들의 죽음에 관해 얘기했다. 열변을 토하던 도중 눈가가 촉촉이 젖기도 했다.

당시 거리에는 가을 햇볕을 맞으며 발걸음을 옮기는 젊은이가 많았다. 아들이 생각나서일까. 행인을 바라보는 '노년의 신사' 얼굴에 쓸쓸함이 묻어났다.
그에게 군은 삶의 전부였다. 별 셋의 자리까지 오른 뒤 전역했다. 그의 아들 고(故) 김훈 중위도 장교였다. 아들은 군 복무 중 목숨을 잃었다.

고(故) 김훈 중위 부친인 김척 예비역 장성. 사진=백소아 기자 sharp2046@asiae.co.kr

고(故) 김훈 중위 부친인 김척 예비역 장성. 사진=백소아 기자 sharp204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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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2월2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군은 김훈 중위가 자살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죽음의 진실이 은폐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일부 장병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군 소초(GP)를 오갔다는 믿기 힘든 얘기까지 나왔다. 김훈 중위는 이러한 행위를 제지하려다 살해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그 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담은 영화다. 영화적인 상상력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김훈 중위 사건의 초동수사는 허점투성이였다. 타살 정황은 곳곳에서 발견됐다. 자살이라면 반드시 나타나야 할 '뇌관 화약'이 오른손에서 검출되지 않았다. 반면 자살을 입증할 뚜렷한 증거는 없었다.

김척 장군은 진실을 찾고자 백방으로 뛰었다. 육사 총동창회도 힘을 실어줄 정도로 많은 이가 도왔다. 하지만 군은 철옹성이었다. 예비역 중장이라는 신분도 군의 거대한 장벽을 넘어서는 데 역부족이었다.

군에서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마음은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하지 않을까.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나와 아들은 누구보다 군을 사랑한다."

김척 장군이 맞섰던 대상은 군 자체가 아니었다. 군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야 제2의 김훈 중위 사건을 막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김훈 중위 사건은 최근 관심의 초점으로 다시 떠올랐다. 국방부가 19년 만에 순직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김훈 중위는 이제 국립묘지에 잠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버지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아들이 자살했다는 군의 공식 발표는 변함이 없다. 순직 결정만 이뤄졌을 뿐 죽음의 진실은 가려지지 않았다.

군 복무 중 목숨을 잃은 장병을 대하는 태도는 그 사회의 그릇을 보여주는 척도 아닐까. 한국사회는 갈 길이 멀다. 아직은 김훈이라는 이름을, 김척이라는 이름을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류정민 건설부동산부 차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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